(2)닭장

여기서 밀리면 떡 되는 일이다.

남은 군대생활이 쓰레기 통 속으로 쳐 박힐 수도 있다.

백척간두의 위기다.

이럴 때 고수는 동네 강아지처럼 짖지 않는 법.

그냥 침상을 가로질러 붕 날아가 내질러 버려?

아니 아니지 그랬다간 인사계를 비롯한 중, 상사 아저씨들이

침대 마후라로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작살나게 나를 패댈게 분명하다.

웃었다.

동네 바보 형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김 하사님 저 잠깐 봅시다.

할 말이 있는데 잠시만,,,“

솟구치는 울화를 이빨로 꽉꽉 물어놓고 최대한 정중하고

부드럽게 부르며 내무반 문고리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

뭔가 "빵“하고 터질 것을 기대하던 포대 대원들의 아쉬운 탄식이

소리를 죽이고 귓가에 거머리처럼 매달린다.

제법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김 하사가 뒤따라 문을 나섰다.

105m 포상이 있는 언덕아래 인적 드문 저탄장으로

김 하사를 데리고 내려갔다.

방울만한 새끼가.

눈은 그쳤지만 삭풍에 겨울바람은 차고 매웠다.

그 차가움을 뚫고 내 성난 콧김이 하얗게 허공에 뿌려져 나갔다.

귀를 금방이라도 찢어 낼 것처럼 맹렬히 불어재끼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음력 보름쯤 이였는지 달은 저녁을 앞둔 낮처럼 밝았다.

올봄 순찰 통로 보수 작업 시 작업량을 줄이려고 널찍널찍하게 만든

계단에는 아직 다 치우지 못한 눈이 발목까지 잠기도록 남아있다.

넓은 계단을 두 번에 나눠 밟으며 천천히 내려오는

김 하사의 걸음걸이는 도전해온 싸움판으로 향하는 발걸음답지 않게

이웃집 나들이 나온 뒷짐 진 영감처럼 침착하고 편안해 보였다.

저탄장 앞 너른 공터에 내려와 서있는 키 작은 김 하사의 모습은

경망한 빈 깡통의 허세가 전부인 도시의 건달들 보다

훨씬 강한 수놈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게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불렀으면 용건부터 간단히 말하지!”

한주먹도 않되 보이던 작은 녀석에게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무게가 묵직하게 실려 있다.

“작은놈이 말이 짧구나. 버릇없이 다니면 다 친다. ”

보통 겁을 먹던 가 아니면 발끈하고 목소리를 높여

허세를 부리며 부딪쳐 올 것이란 예상을 뒤 엎고 조용히 웃고 있다.

인사계를 들먹이며 주접을 떨지 않아 그건 마음에 든다.

“긴말이 필요 없을텐데 ..

아무리 당나라 군대지만 선임자에 대한 예우가 너무 없구나.“

생각 보다 센 놈 이다!

이런 순간에 이렇게 착 깔린 목소리를 아무나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데 가만 !

지금 당나라 군대라고 했냐?

갑자기 처음 전입오던 날이 머리를 스쳤다.

본부 포대에서 자대배치를 받기위해 기다리느라 하룻밤을 머물러야 했다.

월남파병 귀국자들이 3명이나 제대를 앞두고 있던

본부포대 내무반은 하사 내무반장과 또 한명의 하사가 더 있었지만

속칭 물 하사 선배들은 전입 후배 하사에게 술 한 잔 못 먹이고

구석에 다 떨어진 C급 담요의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어도 모른 척 외면했다.

자대만 가면 왕초 노릇을 할 것처럼 가르치신

하나님과 동 격처럼 우러러 보였던 교육대 선배 하사인 향도들의

정신 교육은 말짱 황이고 희망사항에 불과 했다는 것을

부대배속 첫날, 한밤도 새기 전에 피부로 알 수 있었다.

병들의 위세는 자못 드세고 살벌 했다.

점호가 끝나고 소등이 실시 된지 한참이나 지나 막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불침번을 서는 일병 녀석이 누워있는 나를 꾹꾹 찌르며 불렀다.

“정 하사요. 밖에서 윤 상병님이 잠깐 보자네요”

“요!”

참으로 요상한 호칭이다.

“님”이라는 존칭을 부르기에는 웬지 자신의 격이 떨어져 티껍고,

그렇다고 고 막 대놓고 정 하사라 부르기에는 뒷목이 땡기는

그런 어정쩡한 반 존칭 용어가 있다는 걸 그날 알았다.

군대계급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개판의 당 나라 군대가 아닌가?

상병은 “님”이고 하사는 “요”라니 웃기는 짜장 들이다.

찝찝한 기분에 관물 함 한곳에서 대검을 하나 슬쩍 뽑아내

허리 뒤춤에 찔러 넣고 야전잠바로 엷게 여미며 일병을 따라 나섰다.

그날도 오늘처럼 달이 밝았다

나를 데리고 간곳은 다름 아닌 김 하사를 데려온 지금 이 자리

저탄장 이였다.

그곳엔 제대 특명을 보름 남짓 쯤 앞에 두었던 월남병장 1명을

우두머리로 상병 다섯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만난 재미 진 구경거리를 놓치고 가는 아이처럼

나를 데려왔던 일병은 흘금 거리며 아쉬운 눈길을 저탄장

한 귀퉁이에 남겨두고 돌아갔다.

장날 모처럼 큰맘 먹고 나들이한 어리버리한 시골 촌놈을 겁주는

시장 양아치들처럼 어울리지 않게 다리를 건들거리며 흔들고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훗”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통상 진행되던 각본대로 바짝 얼어 겁먹은 하사를 기대했을

병장은 화가 치미는가보다.

“야! 이것 봐라 웃어!

얘들아 이 신삥 하사 이 새끼가 천지 구분을 못하는 모양이다.

예 좀 어떻게 해봐라 이거 맛 간 놈 아니냐?”

병장이 가소로운 코웃음을 치더니

깡패영화 보스처럼 상병들에게 턱짓으로 공격 신호를 보낸다.

“잠깐! 한마디만 묻자

여기 군인들 사는 동네가 맞긴 맞는 거냐?“

“그래서?”

상병 한 녀석이 초등학생 질문을 받는 선생님의 표정으로 되물어 왔다.

                                                       -끝-

김 중사는 개정본입니다.

5년 전,

글을 쓴다는 게 그냥 좋아서 마구 썼던 글 입니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모르고 올렸다가 가끔

보시던 분들의 질책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기왕에 작가 흉내를 내는 기분으로 시작했던 일이기에.

마음에 걸려있던 군살을 잘라내고 부족한 곳에 살을 더하는

흉내 내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5년 전, 올렸던 글들은 모두 삭제 하려 합니다.

글을 쓰는 동안 힘을 보태 주셨던 모든 분들의 댓글은

함부로 지울 수 없어 함께 실었고,

한편의 새롭게 써 올린 글과 부족한 부분을 메우다 보니

제법 길어져 있습니다.

읽어 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 때의 댓글입니다.

aichi 김하사 조때따...

근데, 일반병에서 하사로 진급한 경우를 일반하사, 직업군인으로 단기교육받고 온 경우는 단기하사로 하지 않나요?

홍선비 ｜ 음.... 갈등! 어떻게 해결될까요?

一圓 격려에 감사 드립니다 예전엔 왜 그리 철없이 속이 작았는지...ㅎ

팔공선달 105mm ^^&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이지만 군이라는 특수성에 풀기가 쉽지도 않지요.

환경을 인정하는 절충이 최선이더군요 ^^* 포상에서 서로 그것을 확인하는...ㅋ

一圓 젊은이 들에 혈기 새삼 그립읍니다 고맘읍니다

소라네 ｜흥미진진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一圓 힘 돋게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一圓 정책의 변화로 다소 변동이 있겠지만 당시엔 논산을 거치지 않고

여산 하사관 학교에서 80군번을 준 사회 지원자와 병 출신 지원자로 이루어진 장기하사와 84로 시작하는 수용연대에서 차출된 복무기간이 병과 같은 단기하사가 일괄 교육후 자대 배치 되었읍니다

교육기간에는 병 군번을 쓰고 임관후 하사 군번이 다시 나와 군번이 두개가 있으니 W로 군대생활 한 셈이지요 징글징글 했는데 지금은 참 그립네요 조아해유 ｜흐미 정하사가 디지게터지모안디는디...

一圓 뒤지게 터지믄 탈영 해야죠?

당근돼지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一圓 살펴 주시는 마음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