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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영어를 못할까?
2015-07-05 오후 8:29 조회 7470추천 5   프린트｜스크랩
▲

스님이 식당 앞에 오니, 생수 한 병을 시주한다. 탁발하는 스님이 끊일 사이가 없어도 공경을 다한다.

중1때, 영어선생님은 핸섬하셨다. 유부녀인 국어선생님을 복도에서 장난스레 가끔 껴안으셨는데, 국어선생님이 그리 싫어하진 않으셨다. 갱상도 강한 액센트로 영어를 가르쳐주셨는데, 영어를 처음 접한 우리에게 그는 교주 이상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는 나의 담임선생님이셨다.

학급의 좋지 않은 사건으로 간부들이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에게 단체로 매를 맞았다. 난 반장도 부반장도 아닌데, 어줍잖게 환경미화담당, 뭐 이런 감투로 간부에 속했다. 선생님은 전력투구로 엉덩이를 6명에게 6대씩 각진 몽둥이로 타격하였다. 우리 간부들은 공동체의식으로 그리고 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그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매타작에 일가견이 있으셨다. 음악선생님은 남자이셨는데, 예술가의 풍모를 가지신 분이셨다. 그가 틀린 문제만큼 나를 때릴 때 뺨을 두 손바닥으로 때렸는데, 노래에 박자를 맞춰서 타격하였다. 나는 맞는 동안 그 예술적인 감흥은 아픔 이상이라 생각하였다.

국어선생님은 나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게으르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정확한 안목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기 고사 때 그녀의 부지런한 학생들이 국어시험에서 모두 조금씩 틀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다른 과목의 시험을 치르고 있었고 그녀가 시험을 감독하러 왔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나의 국어시험지를 보자고 하셨다. 보여드렸는데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꼭 껴안아 주셨다. 아직도 나는 그녀의 품을 기억하고 있다.

프놈펜의 아침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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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버리 ｜  2015-07-06 오전 7:22: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화려한 수사나 특별한 일화가 있는 글도 아닌데, 군데군데 반짝 빛나는 진솔한 표현들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박자를 맞춰 맞는 동안 그 예술적인 감흥은 아픔 이상이었다>
<게으르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정확한 안목이었다>
<아직도 그녀의 품을 기억하고 있다.>
저도 중학교 때 여자 체육 선생님의 포근한 가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돌잠 참으로 어린 시절 이야기였습니다. ^^
팔공선달 ｜  2015-07-06 오전 8:20: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우리나라는 탁발을 금지한 조계종 영향으로 괜히 김삿갓이 생각나 종교적으로 보다는 낭만이나 풍류 같은 게 느껴집니다.^^ 본문도 그런면으로 반추되고요. ^^  
돌잠 캄보디아는 불교국이어서, 국민들의 불교에 대한 존경심이 우리와는 수준이 다릅니다. 탁발온 스님에게 공양을 할 때, 아예 무릎을 꿇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많은 스님들이 오는데도 짜증 하나 없고요. 예전에 어릴 적 저희집에 스님이 탁발 오셨는데, 제가 얼른 대문을 닫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스님이 눈치도 빠르고 힘도 무지 세서 결국 문을 열어버리더라구요. 어미니가 나와서 쌀 한 바가지 퍼서 드렸는데, 스님이 별로 화를 내지 않으셔서,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이 없었고, 또 가난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삼삼경천 ｜  2015-07-06 오후 12:54: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저는 초등학생 시절, 엄마가 미용실을 하던 친구의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의 엄마가 처음 보는 절 꼭 껴안아 주더군요. 뭐라 형용할 수 없이
황홀했고 그 포옹을 잊지 못해 또 친구 집엘 갔는데 이번에는 슬쩍 쳐다보고
말더군요. 굉장히 실망했죠. 저는 그래서 어른이 아이들한테 감정표현하는 것
무척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잠 인간이 자기 느낌을 얘기하면, 주관이 되고, 공감이 되면 객관이 되지요. 그런데, 공감이 약간의 한계가 있는데, 그것이 체질론하고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상체질에 따라서 각자의 느낌엔 무언가 다른 울림이 있는 것이지요? 이 경우는 일부의 공감밖에 못 얻기 때문에 당파적이 되는 것일까요? ^^
삼삼경천 사상체질... 그런 것 같네요. ㅎㅎㅎㅎ
거제적당 ｜  2015-07-07 오후 7:30:21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지금 우리는 질투의 화신을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돌잠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의 시가 떠오르는 군요. 댓글에 감사드리면서 동시에 댓글 당한 분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
삼삼경천 ｜  2015-07-09 오후 9:11:0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기형도... 내 가슴에 자리잡은 쓰라린 멍에였죠.
온갖 상을 다 받았던 어떤 시인은- 그래도 항상 돈이 없어서 내가 술을 샀지만-
솔직히 기형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거 들키면 큰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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