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약 13 년전 영어 챗방에 들어가 약 6 개월 정도를 영어로 다자간 채팅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하루는 한 여성이 속삭임(whispering) 기능을 이용하여 나를 비밀방으로 이끌면서 나에게 던진 첫 마디가 '연세가 많으시다면서요?' 라는 물음이었습니다.

그건 것 같다고 대답을 하여 주었더니 그 녀가 서로 나이를 까보자고 하여 밝혀본 결과 당시 그 여성분은 나보다 2 살이 아래인 50대 초반였습니다. 나는 그 분에게 '나이가 나보다 적으니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야겠네요'라고 했더니 그 분은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고 반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여기서 영어로 채팅을 하는 것은 배운 영어를 잘 활용해보자는 목적이니 그냥 사이버상 애인으로 지내자고 역제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은 그냥 친구로 지내자면서 자신이 이제 50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모두 다 느껴 보았는데 이제는 그저 그냥 밀려 가는 인생을 살 뿐이라며 채팅으로 무슨 남녀의 감정이 일겠느냐며 반문을 해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절대 그런 것은 아니라며 그 분에게 소녀적 기분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하니 그 분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반신반의하며 흔쾌히 나의 사이버 애인 역을 허락하여 주었습니다.

나는 채팅 대화 중에 그 분에게 영어를 아주 썩 잘한다고 칭찬을 하여 주니 그 분이 나에게 자기가 더 잘 하면서 지금 놀리느냐며 나에게 대드는 것이었습니다. 나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은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있지만 그 분은 주부로서 가사에 매달려 있는 주부 분치고는 그 나이에 영어를 어떻게 잘 구사하느냐의 취지였다며 그녀를 이해시켜야만 했습니다.

어째던 나는 그 녀가 여자라고 해서 남자에게 영어를 꿀릴 이유가 무어냐며 당돌하게 대드는 그 녀가 아주 자존심이 강한 여성 분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 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 분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 녀의 생활사를 자세히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녀는 대구에 살고 있으며 예전에 경북대학교 사범 대학을 나와 중학교에 3년간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26세 된 딸은 서울 영국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그녀의 딸은 그전에 영국에 가서 1 년간 유학을 한 적이 있었고 딸이 영국에 유학 시에 그 녀가 약 1 개월간 영국에 가서 유럽 여행을 두루 다녀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둘째가 아들인데 당시 군 제대후 서울에 대학을 복학시켰기 때문에 그 녀의 딸과 아들이 거주할 아파트 32평을 서울 서대문 쪽에 사주었으며 그 녀는 애들 밑반찬을 준비해주러 가끔씩 상경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날 그 녀와 채팅을 즐기고 있는데 그 여성 분이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그녀에게 과감하게 한번 번개팅을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그녀의 승락을 얻은 후에 그녀에게 만날 장소를 그녀 아파트 근처로 정하자며 그 녀에게 일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이 약속 장소를 신촌 이대 부근으로 정하기에 그 분에게 어떻게 이대쪽을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딸이 이대를 졸업하였기에 딸이 재학시절 이대 주변에서 가끔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지인을 통하여 알게 된 것이지만 경북 대학교는 국립 대학으로 그래도 경상도 지역에서는 알아 주는 명문교라는 정보를 접하고 어느 날 그 녀에게 전공을 물어 보니 절대로 대답을 해줄 수없다는 군요. 그 녀가 묵비권을 고집하기에 나는 슬쩍 혹시 영어가 전공이냐고 꼬집어 물어 보았는데도 그 녀는 오로지 나중에 알려 주겠다며 내 질문을 즉답을 회피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대학 학창시절에도 해보지 못한 여인과의 미팅을 그것도 늙그막에 영어방 챗팅을 통하여 번개팅을 갖는 행운을 쥐게 된 셈이었습니다. 이후로도 그녀가 서울에 올라 올 때에 시기를 맞추어 두번이나 번개팅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어 채팅을 계속하면서 우리는 상호에 사이버 애인 역을 착실하게 수행해나갔습니다. 상호간 영어 호칭도 'darling~', 'honey~' 등의 "여보!", "자기" 등의 달콤한 호칭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를 않았습니다. 하루는 사이버 애인으로서의 대화가 피크를 이루고 있던 중 내가 그 녀에게 과감하게 챗으로 'May I kiss you?',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녀는 일말의 주저없이 시원시원하게 'My lips go now!'라며 완전 애인의 호흡을 맞춰 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사이버상으로 나누는 애정 표현의 대화였지만 나는 내 나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갑자기 나의 몸이 후끈 달어 오르면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격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녀에게 흥분을 가라 앉히기가 힘들다면서 그녀에게 잠시 챗을 접고 전화로 잠깐 대화를 나누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물론 나의 격해진 감정을 식히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는 그녀와 전화 통화를 통해서 지금 이것이 아무리 사이버 채팅이지만 나는 내 몸이 확끈 달아 올라 육체적으로 참기 힘든 활화산 같이 타오르는 감정을 느꼈다고 솔직히 먼저 고백을 하면서 그녀는 어땠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이 후끈 달아 오르는 격정을 느꼈었다는 말을 들려 주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하나 더 덧붙였습니다.

여태까지 자신은 나와 영어 챗을 해보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챗팅으로 시작을 하여 번개팅으로 이어지면서 서로 만나 애로틱한 연애를 즐기는 부류의 사람들을 아주 저속한 인간들이라며 경멸을 해왔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챗팅을 겪어 보니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들일지라도 감정에 몰입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개연성을 충분히 느꼈었다고 고백을 해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영어 채팅을 해본 지가 오래 되었지만 챙팅을 하면서 주로 많이 사용했던 약어들인 BRB(Be Right Back; 곧 돌아 오겠습니다), LOL(Laugh Out Largely; 크게 웃음), Gotta go(Got to go; 가야만 해)등이 지금도 잔상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네요.


어쨌던 한동안 나는 그녀와의 영어 채팅을 즐거운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있게 되었으며 또한 내가 그녀에게 그녀의 나이를 잊게해주겠다는 약속도 지켜 준 셈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을 하여 보아도 아주 흐믓하고 뿌듯한 기억으로서 내 뇌리에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의 꽃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