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가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 쯤 갔을까. 갑자기 길이 소란스러워 다가가 봤더니, 키가 큰 사람과 키가 작은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주위에는 구경을 하고 있는 열 명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까지 했다.


나그네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저들은 밤낮없이 싸우만 하고 있는 겁니까?

열 명의 사람들 중에 여덟 명의 사람들이 먼저 대답을 했다.

“키가 작은 사람이 자꾸 철없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이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 말에 이번에는 열 명 중에 두 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정 반대입니다. 키가 큰 사람이 자기의 고집만 맞다고 무작정 우기고 있는 중입니다. 힘이 쎄다는 이유만으로 키작은 사람을 때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생각해 보아도 목소리가 큰 여덟 명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그네는 키가 작은 사람이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매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여기서

키가 큰 사람은 여당이었고, 키가 작은 사람은 야당이었다.

구경꾼들은 언론, 그 중에 여덟 명은 보수 언론이고, 두 명은 진보언론 이었다.

그리고

길을 가던 나그네는

국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