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기 시절.

할머니 방에는 늘 콩나물시루가 있었다. 할머니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콩나물에 물을 주었다. 시도 때도 없이 틈날 적마다 물을 주시는 거였다.

“할머니, 콩나물에 물을 왜 그렇게 자주 주세요?”

하루는 내가 물었다.

“이놈들을 타성에 젖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할머니가 슬며시 웃으시면 대답해 주셨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놈들이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게끔 하려는 거란다.”

그래도 나는 할머니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자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던 할머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봐라, 내가 이놈들에게 물을 자주 주지 않으면 이놈들은 당장 배고픔을 느끼게 될 거 아니겠니. 그럼 이놈들이 무엇부터 하겠니? 당연히 물을 찾을 궁리를 하고 뿌리부터 내리지 않겠니?”

나는 그 제서야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놈들이 뿌리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물을 그렇게 자주 주시는 거군요.”

할머니가 활짝 웃으셨다.

“잔뿌리가 덕지덕지 난 콩나물을 누가 좋아 하겠니.

&

작금의
지식인들은 할머니의 키우는 시루 속의 콩나물 같다.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주는 뿌려 주는 물만  받아먹으며 잔뿌리 하나 없이 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그들보다 더 위 대가리인 서구의 학자로부터 또 받아먹고 있다.

물론,
종교도 마찬가지다

신학자들 역시 그들보단 한 단계 더 위 대가리인 서구의 신학자들로부터 줄줄이 사탕으로 받아먹으며 시루 속 콩나물처럼 키워지고 있다.

학자나 신학자나 목사, 신부, 그럴듯한 명패단 사람들은 다들 
외국의 이론을 소개해 주고 구전을 뜯어먹는 복덕방 영감님이 된지 오래다.

뿌리가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