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말경 설악산 대청봉(1,708m) 등정에 성공하였다. 당시 아내로 부터 대청봉에 가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나는 그리 겁을 먹지는 않았다. 왜냐 하면 평소 36년 정도 탁구로 몸을 다져 온 터라 비록 빨리 오르지는 못 하더라도 걷는 지구력에서는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단지 7년전 한라산 백록담(1,950m)에 올라 갔다 왔을 때 내 오른쪽 다리의 관절에 약간 통증이 느꺼지면서 불편한 느낌을 받았었다. 차제에 대청봉에 오르면서 다시 확인하고픈 마음도 생겼기 때문이다.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때는 나무로 받딛음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아서 계단 높이가 일정한 관계로 오로지 지구력만 필요로 하면서 다소 싫증을 느끼게 해주었다. 반면 설악산 대청봉은 인조 나무 계단이 아닌 자연석을 발딛음 해야 하기에 계단 높이가 고루지 못 하고 천양지차였었다.

나는 다리가 짧아 보폭이 작아서 대청봉의 경우는 보통 사람보다 많은 걸음이 요구되었지만, 한라산 등정은 계단이 보통인의 보폭에  맞게 놓여져 있어서 걸음 수는 크게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였다. 

대청봉 1,708m 높이 중 약 1,500m쯤 오를 즈음 역시 내 오른쪽 다리 관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나는 평소 1년에 한 두회 낮은 산을 갈까 말까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평생 산에 간게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대충 오른 산을 살펴 보면, 서울 북한산(837m), 도봉산9740m), 관악산(632m), 경기도 소래산(299.4m), 강화도 마니산(472m),  운천 명성산(鳴聲山 : 923m), 남양주 축령산(886m), 인천 계양산(400m), 강원도 설악산 대청봉(1,708m), 치악산(1,288m), 울릉도 성인봉(987m), 홍천 팔봉산(328m), 충북 단양 도락산(964m), 월악산(1,092m), 괴산의 도명산(643m), 전북 고창 선운산(336m) 등이 전부이다.

아! 한 개의 주요한 산이 빠졌다. 군 시절 경기도 포천 금주산(569m)에서 유격 조교 생황을 했었는데, 1주일에 1회 산악행군 과정이 있어서 살다시피 했었다. 그리고 쫄병 때 1개월간 파견 나갔던 포천 이동면 국망봉(1,168m) 초소를 잊을 수가 없다. 국망봉 초소에서 막걸리 한 말을 사러 민가에 내려 왔다 초소까지 올라 가는데만 약 4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나는 체력이 비교적 약해서 여름에도 더운 물로 머리를 감는다. 찬물로 머리를 감으면 통상 감기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년 10월말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체력이 모두 소진된 상태에서 노천에서 점심으로 찬밥을 먹으면서 감기나 몸살이 걸릴까봐 노심초사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대청봉에서 찬밥을 먹고 하산하였는데 감기는 커녕 오히려 체력을 모두 비우고 새로운 근력을 담은 양, 약 한 달간 자신감과 감기에도 상당한 저항력이 생겼음을 느꼈다.

한라산 백록담에 오를 때는 진달래밭에 있는 휴게실에 들어 가 점심을 따뜻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도 휴게실이 있었지만 일행을 좇아 점심을 함께 꺼내 놓고 그들과 어울려 점심을 함께 까먹다 보니 그리 되었다.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 온 후로는 마치 태권도 유단자증을 받아 온 양 마음이 흐믓해지며, 대청봉에서 인증샷으로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 보면 대청봉의 새 기운으로 충전된 양 요즘도 어께가 들멱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