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내가 미국계 회사의 중국 상해 지사장을 맡으면서, 중국에서 공장을 임차하여 리모델링하여 공장 건물로 사용하고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던 일이 생각난다. 주로 지사장으로서 내가 영어로 협상을 벌였고 실제 계약서는 중국어로 작성을 시켰다. 이때 중국 임대인측에서 계약서 상에다 반드시 아래의 문구를 넣어 달라고 요구했었는데 지금 생각하여도 재미가 있어 소개를 한다.

"在租期… 計劃生育等規範化管理…." 즉, "임대 기간 중에는,... '1자녀 낳기' 등 규범화 관리,…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라는 문구였다. 당시 중국은 1979년도부터 소수민족을 제외하고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 자녀 정책이 완화 됨에 따라 부모 중 한쪽이라도 독자일 경우 두 자녀까지 허용된단다. 예전에는 도시 부모의 경우 한 자녀, 지방의 경우 첫째 애가 딸이면 두 자녀가 허용되었으며, 예외적으로 부모가 둘 다 독자일 경우에만 두 자녀까지 허용되어 왔었다. 아마도 이제 중국과 임대차 계약서를 다시 쓰려면 문구가새롭게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다른 무역의 내 이야기로서, 반도체장비를 만들어 싱가포르 주재 일본 마루베니(丸紅) 상사(일본 국내 2대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 장비 한 대를 1억 원정도에 납품을 하면 마루베니에서 약 3천만 원 정도를 더 얹어 싱가포를 국내 또는 유럽계 회사에 판매하는 시스템이었다.

싱가포르에 납품을 할 때 기본 보험은 모두 다 드는데 카운터파트너 회사인 마루베니에서 자신들의 유럽측 카운터파트너 회사에서 '화재책임보험'을 더 들어 달란다. 물론 우리가 납품한 장비에 대해 운영상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보험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유럽측 회사에서 요구한 새로운 책임보험 요구사항은, 우리 장비가 공장에 들어 가서 우리 장비로 말미암아 옆의 장비까지 고장이 났을 경우에 주위 장비에 대해서도 책임보험을 부보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보험인지라, 국내 보험업체에 문의해 보니 그들도 모두 생소한 편이란다.

그래서 어쨌던 보험 설계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반도체 장비 한 대당 700~800만 원 정도를 달란다. 잘못 결정이 되면 회사에 큰 누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나 홀로 싱가포르  마루베니 회사에 가서 직접 지점장(일본인)과 담당 부장(중국계 싱가포르인)을 불러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이 두 분은 내가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만나 친분이 두터울 뿐 아니라 술자리, 노래방을 함께 다녔으며 담당 부장은 우리집에 한 차례 초대를 한 적도 있었다. 개인적인 친분은 친분이고, 회사 일은 공적인 일이기에 그들에게 내가 목소리를 높히면서 협상력을 높혀 갔다.

다시 말해, 제조업체만 일방적으로 모든 책임을 떠안기 어려우니 책임보험료를 판매액 배분으로 10:3으로 배분하자는 논리였었는데, 기실은 제조업체의 책임이 맞다. 왜냐 하면 마루베니는 그저 판매한 죄(?) 밖에 없는데, 나는 억지 논리로 그들을 옭아 맨 것이었다.

마루베니가 유럽측 고객에게 다시 협상해 보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었는데, 마루베니 자신도 자신들에게 흙탕물이 튈 것을 우려하여 적극적으로 고객들과 협상한 결과, 그냥 없었던 일로 결론을 내었다. 물론 유럽측 고객들도 장비 바이오프(buy-off)를 할 때 우리나라에서 그들을 내가 접대한 적이 있었다. 나로 인해 회사에서 수억 원을 세이브(save) 할 수 있었고, 그 다음 해 나는 이사에서 상무로 진급이 되었다.

요며칠 지인과 영어 때문에 잠시 실랑이가 있었는데,  그래도 한 때 중소기업에서 영어로 밥을 먹고 산 적이 있어서,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중국 무역 추억담을 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