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를 함께 치면서 운동 후에 가끔 술 한 잔씩을 나누던 지인이 4월에 김포공항 쪽에 취업이 되어 일을 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그와 나는 요즘 많이 격조한 편이 되었다. 이 분은 나 보다 댓살 아래인데 환갑이 훨씬 지났음에도 다시 취직을 했다는 것은 그의 근면성이 인정되어서 이리라.

지난 주 비오는 날에 그 지인이 다른 사람과 1차 술을 마셨는데도 나와 다시 2차 술을 마시고 싶단다. 나는 한창 탁구를 치고 있던 중이었고 또한 비도 오고 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술김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전에 함께 다녔던 술 집으로 오란다. 술집까지의 거리는 지인이 있는 곳과 내가 있는 체육관에서의 거리가 얼추 비슷하다.

마침 내가 탁구 지도를 해주고 있던 40대 젊은 여인이 우중이니 나를 예의 그 술집 목적지까지 자신의 승용차로 태워다 주겠단다. 부랴부랴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친 후 목욕을 서둘러 마친 다음 그녀의 차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후 그녀가 너무 고마워서 같이 겸석하여 식사겸 술 한 잔을 같이 하자고 권하였다.

그 술 집 여주인도 전에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을 하였었기에 4명이서 함께 고기를 구워 가면서 한 잔 술을 정겹게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별로 친하지 않아 일정 거리를 두고 지내는 한 체육관 탁구 여인이 자신의 남자 파트너와 저녁을 먹으러 들어 오더니 우리를 힐끗 보고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여인은 나 보다 10살이나 어린 나이 임에도 나에게 꼬박꼬박 '○○씨'라고 호칭을 하여 불쾌감에 나는 이 여인과 일부러 일정 거리를 두고 지내는 여인이었다. 당시 내가 그녀를 조용히 불러서 내가 느끼는 불쾌감을 그녀에게 솔직히 이야기 해주고도 싶었지만, 내가 남성인지라 혹여 주위로 부터 오해를 받을까봐 내 속만 끓이며 마음만 상처를 받고 지내던 터였었다.

이 여인은 탁구를 함께 치다가 심지어 내 이름을 직접적으로 '○○야~~' 라고 호명할 정도로 아주 싸가지 없는 여자이다. 나도 간헐적으로 그녀에게 반말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 되갚아 주고픈 마음도 있어지만, 그녀에게 되로 주고 말로 되받을게 걱정이 되어 그냥 그녀를 내내 '○○씨!'라고 경칭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은 나 보다 3살 위의 탁구 동호인 여자에게 내가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불쾌감을 귀뜸해주었다. 그녀가 이 사실을 그녀에게 귀뜸을 하여 주었다는데, 아마도 그녀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그녀는 전혀 변한게 없어서 그녀를 회피하면서 약 6개월 정도 말도 섞지 않고 지내는 터였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체육관'에서 국제 탁구 시합을 보고 오는 중이라서 점심을 안 먹었다며 내 앞 자리로 파고 들어와 앉아서는 내가 구워 놓은 고기를 홀랑홀랑 1인 분 이상을 먹어 치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탁구 관람하다 같이 온 남자 파트너에게도 우리 좌석으로 들어와 앉아서 먹으라는 건방을 떠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 지인도 나와 그녀의 불편 관계를 익히 잘 알기에, 그는 우리 좌석에 들어 와 앉지를 못 하였다. 그녀가 구운 고기를 '맛 있다'면서 모두 먹어 치우는 바람에 나는 추가로 3인분을 더 시켜야 했다.

일차 느끼는 불쾌감은 그녀가 우리 허락 없이 구운 고기를 제 마음대로 전부 먹어 치우는 것이었지만, 2차적 불쾌감은 그녀가 무례하게 우리 좌석으로 쳐들어 오는 바람에 지인과 나누고 있던 대화가 단절 된 것이었다. 그와의 대충의 대화 내용은 며칠전 지인과 더불어 나와 함께 어울렸던 다른 여자 동료와의 불편사항을 내게 이야기 하는 중이었는데 그녀의 무례 때문에 심도있는 대화가 그녀 때문에 중단된 것이었다.

이 여인이 우리 좌석에 끼어 들면서 모든 게 나는 불편하였지만, 그녀가 더욱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우리 좌석에 앉아 그녀가 또다시 나를 '○○씨!'라고 호칭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여인을 포함하여 5인분 고기, 맥주, 저녁으로 10만 원 돈이 나왔지만 홀로 감당하였다.

그 이유는 나를 자신의 승용차로 태워 준 여인을 고마운 마음에 동석시켰기 때문이다. 본래는 지인이 먼저 술자리를 초청하였기에 그가 술값을 내겠다고 하였지만, 내가 한발 앞서 그리 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고기를 많이 먹어서 우리의 술 안주를 죽였던 이 여인은 단 돈 만 원도 보탤 생각을 안 한다. 설사 그녀가 내게 돈을 주더라도 그녀 보다 10살이사 위인 내가 그 돈을 받았겠는가. 

집으로 돌아 오니 술을 너무 마셔 알딸딸하게 취하였다. 그녀가 내 술좌석에 끼어들어 고기를 먹어 치운 무례는 모두 인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내게서 대접을 받으면서도 대화에 끼어 들어 나에게 '○○씨!'라고 호칭을 한 것은 도저히 참아 넘길 수가 없었다. 귀가하여 억울한 마음에 마신 술에 부닥끼어 나는 그날 새벽 4시까지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든 내일은 반드시 그녀에게 기회를 잡아서 그녀에게 내가 느꼈던 불편한 심정을 토로 하여야겠다는 마음을 굳히면서 잠은 더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녀가 여성이기에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그가 남자였다면 내 성격상 전혀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었다. 잠을 뜬 눈으로 새우다시피 하면서 날밤으로 지샌 후 체육관으로 가보니 그녀가 탁구대 옆 심판대 좌석에 앉아 카운트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잠깐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였다.

일부러 여러 사람이 잘 보이는 공간에 자리를 잡아 그녀를 데려가 앉히면서 그녀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나이 어린 그녀가 나에 대한 호칭이 불편하다고 말하였다. 솔직히 10살 차이면 그녀가 초등생일 때 내가 대학 졸업을 앞둔 나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나에게 '아저씨!'라고 불러 주랴면서 특유의 언성을 높히며 내게 대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상대에게 '~씨'를 붙이면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단다. 내가 그녀에게 '김씨!!, 박씨! 조씨..'라고 부르면 그게 예의냐고 물었더니 일단 쉽게 대답을 못 하였다.

참고로 그 나이 또래 여인들은 내게 '고문님!', '선생님!' 또는 '선배님!'이란 칭호를 붙인다. 말을 꺼낸 김에 나는 그녀에게 왜 나를 '○○야!'라고 불렀느냐고 말했더니, 그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단 발뺌을 하고 본다. 녹음을 한 적은 없지만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은 나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어째던 내가 그녀에게 어려운 말을 내뱉았으니 일단 내 마음의 한 켠에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이다. 무대포인 그녀에게 내 이름을 포함하여 나를 더 이상 부르지 말랬더니, 그녀도 자신의 이름을 일절 부르지 말란다.

요즘 신문에 자신의 부모에게는 효를 다하고 자식들로 부터는 효를 외면 받는 시대라 부모 부양료 청구 건으로 부모 자식 사이에 재판을 받는 경우가 아주 많단다. 어떤 자식들은 재판정에서 자신을 낳아 준 부모를 향해서 '아버지', '어머니',라는 호칭 대신에 '○○○씨!'라고 호칭을 한단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 여인의 모습이 떠올려지면서 내 마음 한 구석켠이 어두워지면서 몹시 착찹해짐을 지워 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