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음메~~ 하며 나지막히 웅얼거리고,

가까스레 눈을 뜨니   쾨쾨한 냄새속에 뿌연 창호지를 통해

새벽 푸르스름한 빛이  새어들어옵니다.

천근만근 같은 무게의 이불이 가슴을 짖누릅니다. 시골의 이불은 왜 그렇게 두껍고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창호문을 열고 새벽 여명속으로 나갑니다.

소금을 손가락에 묻혀   대충 치카치카   한 후,

부엌 가마솥에서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퍼와서

물펌프질해서 뽑아낸 찬물에 적당히 섞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선 소여물을 끓이느라 부시럭 거리며 인기척을 내시고

아침이 늦다는 소의 웅얼거림이 정겹습니다.

소여물 끓이는 냄새와 외양간 냄새,,, 닭 울음 소리,,,이름 모를 새소리....울타리에 밤새  닌자처럼 은밀히

설계 해 놓은 거미줄,,,

맑은 아침 햇살이 싸리 울타리 사이로 반짝거릴 때
시골의 아침은  시작됩니다......

  
마치 토토로 언덕에 서서 보듯이

광활한 들판엔  황금물결이 일렁입니다.

분주한 아이들은 이리저리 떠들며, 웃으며,,, 메뚜기를 잡아 병속에 담거나 볏줄기에 꿰며 신나서 재잘댑니다.

저 넓은  들판 위로  올 여름에  시커먼 물결이 무섭게 흘럿습니다.

돼지도, 초가집도 지붕만 보인 채.... 떠내려 갔습니다.

매년 겪는 장마입니다.

팔당강의 물입니다.

느닷없는 동네 개들의 합창이 마치 정지된 듯한,,, 진공같은  적막을 깹니다.

어린 시절의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갑니다.

개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적막이 찾아옵니다.

하늘엔  그리도 푸른 하늘 캔버스에  뭉게구름과 새털구름이  갖가지 그림을 그립니다.

이렇게 시골의 한 낮은 지나갑니다.

하늘이 새빨갛게  타오릅니다.

마치 머얼리 산너머 큰 불이 난듯  장엄하게 타오릅니다.

붉은 해가  서산 뒤로 느릿느릿  내려 앉습니다.

하늘은 언제 그랫냐는듯.... 어느새  검푸른 빛으로  무겁게 내려옵니다.

들판 저어멀리선   곰바우쇠가 들에 매어놓았던  소를 몰며 저녁을 재촉하는

소방울을 쩔렁입니다.

뒤를 돌아보면  집집마다의  굴뚝에선 저녁을 상징하는 매쾌한 연기들이 피어오릅니다.

자신의 분신들을 불러들이는   엄마들의 외침,,, 지게지고 돌아오는 벌판의 일꾼 아저씨들,,,

싸릿문 앞에 저공비행중인 빨간고추잠자리들....

갑자기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은듯이 동네가 술렁이며  밤준비를 합니다.

어느덧 마을은  어둠에 덮힙니다.

은은한 등불들 만이  사람 사는 동네란것을 주장합니다.

 마당 평상에 누어봅니다.

억만개도 넘을 듯한 별들이 반짝입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마구 쏟아져내립니다.

이땅에,,, 동네에,,, 내 가슴에,,,,

그 커다란 감동을 못이겨 눈을 감아버립니다.

눈을 뜨면 다시 그 별들은 빛나며 반짝입니다.

어디선가 짖는 개의 울음소리에 다른 개들이 합세합니다.

별을 보던 가슴을 닫고,,,

창호지 문을 열고,,,

천근만근 이불 속으로 들어갑니다.

 변함없는 오늘이 되풀이 될 내일을  맞기 위해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늘 자연과 함께 하던  동네의 하루입니다.

그 많던 별들은  이젠 안보이네요.

내가 살던 동네는 자취조차 없어져 자주 들어가는 곳인데도  어디가 어딘지 모릅니다.

붕어 잡던 도랑.... 개천 옆의 벽돌공장...길 양 옆으로 높이 자라나 마치 꽃길을 걷는 듯 하던
코스모스길도 이젠,,, 나의 가슴 속에서만 살아 숨쉽니다.

서울을 오려면  하남에서 천호동까지 걸어와서 버스를 타야만 햇던 그 깡촌이...

무수히 들어선 아파트와 개발된 지역때문에 자취조차 없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꿈과 추억이 깃든 그 고향을 이젠...어디서도 찾을 길 없습니다.

그렇게 자주 가도 옛친구들과  지인들의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젠,,,,타인들의 고향이 되엇습니다.

어쩌다 고향을 차로 지나다 보면 어린시절 뛰어놀던  생각이 함께 달립니다.

나의 고향에서 나는 ,,,, 이렇게 ,,, 돌아와 ,,,,, 달립니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