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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분이 하는 이야기들은 도무지 믿기 힘든 것들이었다. 사람이 지상에서 900살 이상을 살 수 있다니.

  나는 뻬레쉬트에서 그 구절들을 읽었을 때 모든 경전은 문학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리고 먼 옛날에 대기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는 구름층이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이었다. 하긴 아메리카 삼나무들이 그렇게까지 높이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일 년 내내 안개로 뒤덮인 지역에서 햇볕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늘 흐린 날씨가 모든 생명에게 치명적이기 보다 이로울 수도 있다는 결론이 가능했다.

  그분은 이상하게도 과거의 이야기들에 집착하고 있었다. 나는 신을 만난 이상 신이 택한 백성들에게 기록하도록 한 내용들을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분이 인간의 최장수 수명이 969세라고 말한다면 그건 사실일 터였다. 인류의 시초가 아담과 하와라고 말하고 있는 신과 대화를 시작하였다면, 홍수 심판과 아마겟돈 심판까지 믿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가 아니었다. 신을 이야기하면서 과정과 결과에 집착한다는 것은 신을 유치한 존재로 만들게 될 우려가 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원인과 이유였다.

  종교의 틀 안에 들어가 머무는 사람들은 ‘죄’가 원인이라고 말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혀가 뿌려대는 죄와 구원이 한 때 교황청에서 뿌려댔던 면죄부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신은 첫 남자와 첫 여자를 설계할 때 잡식동물로 계획하였다. 초식동물은 고기를 먹으면 죽지만 사람은 죽지 않았다. 사람은 육식을 통해서 잔인해지도록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신은 인간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기를 원했다면, 여자에게서 태어나는 자식이 일 년에 하나 이상이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쌍태아가 기본이고 한 번에 셋 정도를 임신할 수 있게끔 설계하였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었다. 물론 그러한 가정은 인간이 초식동물일 때 가장 이상적일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신은 여자라는 존재를 새끼를 낳는 암컷의 기능보다는 남자를 유혹하고 남자로 하여금 환멸을 반드시 겪게끔 하는 ‘시험’의 기능에 주안점을 두고 처음부터 설계하였을 수도 있었다. 그 설계는 처음 아담과 하와에게 적용되었을 것이며 그 후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었을 터였다.

  죄와 구원이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한 대개의 옛 기록에는 개인과 사회를 아울러 성적인 갈등과 거기서 비롯된 문제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사람은 실존하는 동물이며 성은 사람으로 하여금 실존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닻이었다.

  만일 죄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면 구원은 닻을 끊어버리는 행위여야 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동서양을 막론하여 수도승들이 최후의 승자라는 결론만이 남게 되는 것이었다. 신이 처음부터 계획하였던 사람과 세상의 모습이 수도승이라니.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남자에게 주어진 종족 번식의 본능은 일 년에 한 아이만을 낳을 수 있는 한 여자에게만 만족하지 않도록 하는 ‘눈’을 갖게 했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사로잡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처음부터 부여 받았다. 남자는 여자의 미소를 보며 어머니의 품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러면서도 남자는 여자들의 가슴과 엉덩이의 다양함에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을 보였다. 

  여자에게 주어진 종족 보존 본능은 스스로를 치장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여자는 처음부터 남자에게 ‘눈’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들은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관심사는 친절한 남자였다. 여자가 남자를 고르는 우선 순위는 자신을 떠나지 않을 남자였다.

  여자의 신체와 내면은 온통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기 위한 것들을 위해 설계되어 있었다. 여자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출산을 위한 기능이기 전에 남자의 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혹의 도구여야 했다. 그것은 조물주의 설계도에 가장 윗부분에 기록된 내용이었다.

  남자는 집 밖에 나가 적들을 물리치고 양식을 구해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성적이며 판단력이 뛰어날 필요가 있었다. 반면 여자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다른 자식에게 관심이 옮겨가지 않게 하기 위해 피동적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여자는 감성적이었다. 그리고 여자의 감성은 어린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이성보다 유리했다. 또 아이들은 감각을 먼저 배우고 인식을 하게 되므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자가 감성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나와 샬롯의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죄의 문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죽여 버릴 생각을 하였는지도 몰랐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리스도인들의 영에 전염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살은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라고 말하면서도 모든 자살자들을 부추기는 ‘죄’를 양산하는 공장을 세계 곳곳에 늘여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죄의 짝인 구원을 말함으로 인해 세상에 희망을 전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엄마하고 붙어먹을 놈’이라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순박하고 의리 있는 악당은 한둘이 아니었다.

  만일 신의 관심사가 과정과 결과보다는 원인과 이유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라면 세상은 희망적이었다. 어쩌면 죄의식 따위는 버려둔 채 천국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건 획기적인 복음이었다. 신의 관심사가 열등의식을 극복한 자존의식의 회복에 있다면, 신의 결론이 모든 사람이 부처와 같은 존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면, 확실히 희망적이었다. 그리고 아담과 하와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예수의 아버지가 맞다고 인정하는 존재가 하는 말이기에 빅뉴스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분이 아까까지 원인과 이유를 설명하던 곳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이제 그만 결론을 내리기를 원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구원열차를 타게 되리라는 결론보다 부처가 될 것이라는 결론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분은 자꾸만 과정과 결과로 이어지는 전체 코스의 순서를 밟고 있었다. 이때 나는 말이 길어지는 건 주로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분의 다음 말은 나의 생각이 끝난 뒤에 한참이 더 지나서였다. 아무래도 그분은 내가 고리타분한 노인네로 그분을 규정해버리려 했던 일이 신경 쓰였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분은 처음에 내게 언급했던 대로 나의 온갖 잡념들에 대해 책망을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데이비드.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들 게 된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나의 아들이 대홍수 사건 이후에 비로소 사람들에게 육식을 허용하게 된 일에서도 비롯된다네. 나의 아들은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쫓아낼 때 가죽옷을 지어 입혀서 내보냈지. 그리고 아벨이 죽기 전엔 짐승을 잡아서 제사를 지낸 것을 기뻐하기도 했어. 하지만 대홍수 사건 직후에 기록된 내용을 고려한다면 매우 오랜 동안 사람들은 살생과 육식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네.

  어쩌면 채식은 신의 아들들로 구분되는 특정한 부류들만이 지닌 전통일 수도 있는 일이야. 그리고 사실 훗날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새끼를 많이 낳지 않는 짐승인 소와 양을 매일 죽여 제사를 지내야 했던 이유도 알고 보면 택한 자들이 고기를 탐식하지 않도록 하는 의도일 수도 있는 셈이지.”

  그분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제 보니 내가 떠올렸던 초식동물로 창조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부분과 교차하고 있었다. 나는 얼쯤했지만 그분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그분은 노아라는 인물과 대홍수로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어째서 ‘열등의식’이라는 주제와 관계가 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 선택한 귀납적인 화법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것 같았다. 신이 일관성이 있다는 것. 그것도 괜찮은 발견이었다.

  “아무튼 대홍수라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게끔 지구의 운적층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미리 예비 되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네. 그리고 방주에 갇혀 370일을 지내야 했던 노아의 식구들이 방주 안에서 먹을거리가 떨어져 육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 역시 의미심장한 부분이야.

  그것은 바로 완전한 육신을 지니고 있던 나의 아들이 사람들이 지닌 불완전한 육신을 대하는 치열함의 증명인 것이지. 다시 말해서 나의 아들은 아담의 불완전한 육신을 창조할 때부터 육체 속에 갇힌 인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우며, 결국 모든 육체는 소멸을 향하여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궁극적으로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엔트로피의 증가 원리를 거스르는 인류의 문명화와 물질세계의 발전은 반드시 끝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이치에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어. 물론 인류가 발전시켜 온 관념의 세계는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에 맞는 순방향으로 흘러왔음을 알 거야.”

  나는 비로소 한 시간 전에 피자를 먹다가 떠올린 엔트로피라는 단어가 필요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질세계와 관념의 세계가 별개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종교만의 영역이 아니었다. 저 유명한 책 ‘시크릿’에서 사람의 생각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실체라고 허풍을 칠 만한 분위기는 종교 밖에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우주와 물질과 영과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에 관한 문제는 아직 내게는 어려웠다. 다만 나는 어린 시절 내내 외워야 했던 토라의 전체가 진화가 아닌 창조를 지지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증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자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영의 세계라는 것이 어쩌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혼란이 찾아왔다.

  지금 내 앞에 찾아온 절대자는 스스로를 소개하기를 큰 사이즈의 영혼은 결코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분은 빛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촛불이라면 그분 자신은 태양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일은 질색한다는 것을 나는 알 것 같았다. 그분은 수많은 영혼들을 낳은 어미 영혼이 아닐 게 분명했다. 

  그분은 나의 고민을 꿰뚫어 보고 위로하듯이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분은 ‘영(靈)’의 세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상고시대 이전의 사람들 모두가 돌도끼를 들고 짐승의 소리를 내며 살았다고 믿어 버리는 일과, 동시대에 언어와 문화를 지켜나갔던 고귀한 부류가 따로 존재했다고 믿는 일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아야 해. 흔히 종교인들 사이에선 아담과 하와 이전에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가 존재했다는 양태론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말이 많지만, 앞서 말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적용하면 이해가 어려울 것도 없지 않겠나.

  창세 이후에 사람의 딸들을 취한 신의 아들들, 즉 가인의 후손들과 접촉을 하였던 셋의 후손들 중에는 열등의식에 취하다 못해 정말 짐승이 되어버린 자들도 있었어. 그들은 부족사회를 거쳐서 도시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기에 자연 상태로 머물기를 원했지. 그들은 혼돈을 선택하였고, 그들의 엔트로피는 증가되었던 거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엔트로피의 증가에 역행한 자존의식을 지닌 신의 아들들은 노아의 대에 이르러 8명밖에 남지 않았다네. 그러고 보면 그러한 감소 또한 자연의 섭리에 수긍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자. 그렇다면 여기서 혼돈으로 향하지 않고 정리되고 절제될 수 있는 환경을 일구어 낸 신의 아들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세. 그들은 어떤 상태였을 것 같나?”

  나는 머리가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문명을 순방향으로 발전시켜온 이들이 어떤 상태였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분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대해서도 막연히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열역학 제 2법칙에서 비롯되었으며, 엔트로피라고 명명된 물리량은 열량을 온도로 나눈 값이라는 게 내가 아는 이론의 전부였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반드시 증가의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자연의 변화 방향을 뜻하는 것이며 정리되어지는 것이며 섞이는 것이라는 포괄적인 이해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분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대로 흘러가고 있었을 우주에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되는 별스런 일을 벌인 당사자로서 내게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분은 곧 내게 자상하게 답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데이비드. 비록 열등의식을 알게 된 아담과 하와일지라도 그들은 이미 지혜를 지녔고, 문명을 알았다네. 기록에 의하면 그들이 생명의 열매를 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동산에서 그들을 내쫓았다고 되어 있지만, 그들은 이미 생명의 열매도 맛본 상태였어. 다만 그들은 생명의 나무와 더 이상 가까이 할 수 없게 되었던 거야. 그렇다면 그들은 자존의식도 지니고 있었을 게 당연하지 않겠나. 오히려 그들은 열등의식을 발견한 후엔 자존의식의 소중함을 더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그들의 자손들 중에서는 형제를 죽이는 살인자가 나왔고, 셋째아들 ‘셋’에게 전승되던 신과 연결되어 있는 전통과 가치 같은 것도 곧 소멸되어갔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데이비드,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먹고 사는 일과 도덕과 환경과 같은 것들 외에서 답을 찾아내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 데이비드. 지금 자네 눈에 보이는 뻬레쉬트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 잘 살펴보게.”

  나는 눈에 힘을 주고 그분이 말하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히브리 문자들이 구현되고 있는 안내판에는 아브라함이 여호와를 만나는 장면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려서부터 의문으로 여겼던 장면이 등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에 대해서 어른들에게도 물어보고 랍비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누구도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준 적이 없었다.

  ‘여호와께서 마므레의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날이 뜨거울 때에 그가 장막 문에 앉아 있다가 눈을 들어 본 즉, 사람 셋이 맞은편에 서 있는지라. 그가 그들을 보자 곧 장막 문에서 달려 나가 영접하며,’

  그렇게 시작된 구절은 아브라함이 하인들에게 음식을 준비하게 하며 분주히 손님을 맞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아브라함이 엉긴 젖과 우유와 하인이 요리한 송아지를 가져다가 그들 앞에 차려 놓고 나무 아래에서 모셔 서매, 그들이 먹으니라.’

  토라든 바이블이든 위의 구절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여호와가 소고기를 먹고 버터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기록자인 모세는 여호와가 그것들을 먹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그토록 자세한 과정을 서술했을 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하늘을 펴고 별과 달과 온 세상을 창조했다는 여호와는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하는 존재란 말인가. 아니면 먹기는 하되 배설은 하지 않을 수 있는 특이한 체질을 가진 신만의 육신을 지녔단 말인가.

  나는 그분의 말을 기다렸다. 절묘하게도 유대민족의 유일신인 여호와가 음식을 섭취하는 장면이 나올 때 그분은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신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신들의 아내로 삼았던 일이 타락이며 잘못된 일이라면, 아담이 하와와 첫 동침을 한 이후에 벌어졌던 일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나. 다시 말해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아담과 하와가 신의 동산에서부터 부부 관계를 하였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의문은 풀릴 수 있을 거야.

  원리주의자라면 한사코 선악의 열매는 과일이라고 주장할 테지. 그들은 아담과 하와가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을지라도 신의 동산에서 영원히 성(性)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조화롭게 살았을 거라고 말할 거야. 하지만 그건 나와 내 아들을 헛된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여기는 모욕이라는 걸 알아야 해. 미안하지만 나와 내 아들은 아담과 하와가 그들이 받은 선물을 자유롭게 사용하기를 원했어.

  데이비드. 관념과 현실은 따로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음을 이제는 알기를 바라네. 그림자와 실체는 동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하나나 마찬가지야. 나와 우주는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이미 알려 주었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 아담과 하와가 범한 선악의 열매가 열등의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열등의식을 유발한 현실에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해.

  데이비드. 그대의 하와는 지금 어디 있나? 자네는 이 아름다운 우주의 일원으로서 그녀와의 사이에서 자존의식을 지켜내지 못하고 수많은 열등의식으로 더럽혀졌지. 그런데 그렇게 되었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나?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나? 육아의 문제였나? 성격차이였나?”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분께 답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괴롭기도 했지만, 그분에게 대답하는 일과 가다에게 대답하는 일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샬롯과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건 그토록 아름답던 샬롯이 더 이상 아름답게 보이지 않게 된 일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일은 샬롯보다 미모가 떨어지는 주변의 다른 여자들에게 나의 관심이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신의 장난이었다. 남성에게는 여러 여성을 만나 최대한 많은 씨를 뿌리고 싶어 하는 종족번식의 본능을 심어주었고, 아이를 일 년에 하나씩 밖에 낳을 수 없는 여성에게는 배후자를 붙잡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현실을 안겨주었다.

  여자와 아이는 남자의 함정이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그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이 무덤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돌려 말했지만, 실상은 그렇게 낭만적인 표현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중요한 사실은 배후자 몰래 바람을 피우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본능 정도는 극복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 부류에 내가 속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샬롯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나의 옛 모습이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함께 쉴 수 있는 밤을 기다리지 않게 된 지도 이미 오래였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냥하게 말하지 않고도 함께 지낼 수 있는 일을 놀라워하지도 않고 있었다. 우리는 다투고 오래도록 화해하지 않은 채, 함께 식사를 하고 등을 돌리고 잠을 자고 하면서 서로를 용서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샬롯을, 나의 하와를 잃어갔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범했다고 하는 비유는 이 우주 안에 최초의 열등의식을 가져온 일을 의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악과는 실제적으로 존재했다. 그랬다. 아담과 하와가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누가 먼저 앞장서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로부터 열등의식을 발견했을 리는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신께서 그들에게 이미 선악의 열매에 관해서 설명을 했다는 점이었다. 신께서는 두 부부에게 산책을 할 때 절대 먼저 앞장서서 가려 하지 말고 양보하라는 식으로 금제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두 남녀가 부부로 살아가면서 저지르지 말아야 할 잘못이란 오직 하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나와 샬롯의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와 같은 성질일 게 분명했다.

  나는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시작된 중대한 문제를 발견한 기쁨을 누려야 할 것 같았으나 어딘가 허전했다. 그건 아직 정확하게 답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쉽게 성적인 불만이라고 말했다가는 어렵게 나를 찾아와준 그분을 부부 성 상담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쉽게 생각을 정리 할 수 없었다.

  아담은 하와와 몇 년 차의 부부 생활 때에 불성실하게 행동하게 됐을까. 하와는 아담의 불성실한 태도를 발견했을 때 열등의식이 싹텄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가 아담에게도 선악과를 먹게 하여 함께 눈이 밝아졌다는 묘사를 생각해볼 때, 그들의 첫 부부싸움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가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녀도 그녀의 남자친구와 벌어졌던 일들과 그분이 알려주신 깨달음을 비교하며 답을 찾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은 나처럼 어두웠다. 잠시 후 그녀는 그분의 말을 다시 통역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들이 ‘구원자’라는 뜻의 여호와라는 이름을 택한 자들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을 알 거야. 아담의 3대 손 에노스의 때부터 사람들은 여호와라는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지. 그리고 신의 아들들이라고 구별되는 그들은 노아의 때까지 9백 살 전후의 수명을 누렸어. 그런데 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서 혼돈이 야기되기는 했지만, 택함 받지 못한 사람들의 수명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려는 사람이 없었다네.

  뻬레쉬트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담의 계보와 형제를 죽인 가인의 계보가 따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알 거야. 그리고 대홍수 이후에는 노아의 계보가 따로 기록되지. 주목할 점은 아담의 계보와 노아의 계보에는 누가 몇 살 때에 누굴 낳고 몇 살까지 살다가 죽었다고 묘사되지만, 가인의 계보에는 누가 누굴 낳았다는 이름만 등장하고 나이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즉 아담의 첫째아들이자 장자권을 잃은 가인의 후손들은 아담의 셋째아들이면서 장자권을 지니게 된 셋의 후손들처럼 장수하지 못했는데, 그러한 사실이 너무나 쉽게 비밀이 되어 버렸어. 과연 여호와는 기묘의 신이라는 기록 대로이지 않은가.

  어쨌든 그 후의 상황을 보면 노아의 후손의 때로부터 수명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지. 아까 나는 대홍수 이전에는 자외선이 없었기에 수명이 길었을 것이라는 가설과 방주 안에서 육식을 처음 시작한 이래로 육식의 습관 때문에 수명이 줄어들었을 거라는 가설을 말했지.

  데이비드, 내가 갑자기 가설이라는 표현으로 말을 바꿨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게. 내가 그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사실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들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밝히려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옛 기록에서나 볼 수 있는 윗물과 아랫물에 관한 지적과, 대홍수 이후 육식을 하게 되었다는 지적은 증명을 해 보일 수 없는 일이므로 어떻게 표현을 한들 상관이 없을 테지.”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들게 된 원인이 또 있었다니.

  그분은 잠시 떼었다가 사람들의 수명이 줄어들게 된 세 번째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요즘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지식이 뭔지 알고 있나? 그건 바로 ‘남자는 몽정. 여자는 생리.’ 라는 성적 차이점에 관한 내용이네. 사실 남녀의 신체적 특성상 남성은 죽을 때까지 토정이 가능한데 비해서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생리가 끝나게 되지. 그런가 하면 오늘날 남녀의 평균 수명을 살펴볼 때 여자가 남자보다 10년 가까이 더 살고 있어. 그 이유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여자의 생리로 인한 정기적인 출혈이 수명연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네.

  데이비드, 아직도 모르겠나? 토라를 비롯해서 역사서와 예언서와 시가서에는 온통 여호와가 사람들에 대해 경건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네. 물론 그 중 절반은 관념적인 경건에 관한 부분이지.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실생활의 경건함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이 보기보단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해. 그것은 고대인들의 삶에 있어서 난잡한 생활을 하게 되면 건강을 해치고 사회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는 이치보다도 더 근원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거야.

  원리주의자들이라면 여호와라는 신이 불결한 걸 싫어하고 결벽증 증세마저 지닌 존재라고 말하는 일을 즐거워하겠지만, 택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모든 기록들은 오직 사람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믿어도 좋아. 그러한 측면에서 여호와라는 신이 그의 백성들에게 할례를 강요한 일은 택한 백성의 아내들이 자궁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조처한 실리적인 처사였어.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 더 근원적인 신의 마음을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래. 데이비드. 알 것 같나?”

  나는 마침내 그분께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가 이스라엘 백성을 진정 자녀처럼 생각하고 곁에서 돕기를 원했다면, 아무래도 수명이 회복되는 데까지 원했겠죠.”

  그분은 무릎을 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이 반기며 내게 곧바로 뒤이은 답을 말해주었다.

  “그래. 데이비드. 바로 그거야. 나의 아들은 정말로 그의 백성들을 사랑했어. 그리고 사람들을 사망의 늪에서 건져내길 원했어. 또 그는 노아 이후에 바벨탑 사건이 발생하면서 언어의 혼잡과 함께 끊어져 버린 중요한 전통과 가치가 회복되길 바랐지. 물론 그는 직접 그의 백성들에게 생명의 비밀에 관해서 알려줄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내 아들은 이미 크게 마음을 상한 상태였던 거야. 그는 어쩌면 사람들의 수명이 여러 세대를 포함할 만큼 길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를 일이야. 

  그가 대홍수를 통해서 엄청난 살육을 감행한 뒤에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라고 믿어버리는 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라네. 신은 내세를 주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현세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해서 굳은 마음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는 건 어리석어. 그건 아브라함과 함께 식사를 하던 실체가 어쩌면 세상에 내려간 악마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야.”

  가정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었지만, 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브라함과 식사를 하던 존재가 실재했고, 그가 배설을 하는 실체라면 그의 기분과 판단은 사람들에게 악마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분이 하고자 하는 말은 자신의 아들이 사랑의 존재이며 심판과 파멸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심판과 파멸은 인간들이 자초한 것이어야 했다.

  모든 주제는 다시 ‘열등의식’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그분이 원하는 결론은 사람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육체와 열등의식의 여러 실체들을 발견하는 일일 것이었다.

  나는 그분께 듣고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 했다.

  “노아 이전에 신의 아들이라는 계열에 속한 남성들이 노아 이후에 신의 백성이라는 계열에 속한 남성들보다 여덟 배나 되는 수명을 누렸던 이유를 아는 일이 중요할 것 같군요. 신의 아들들이라고 불렸던 그들은 여호와가 이스라엘에게 요구하였던 경건함을 이미 실천하였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비록 노아의 때에 이르러서는 단 네 명 밖에 남지 않았지만, 신의 동산에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자존의식을 내면에서 배양하며 열등의식을 물리치려 애쓰는 삶을 살았겠지요.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계열에서 내려오는 전통과 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장수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구체적인 방법과 행동이 무엇이었는지 떠오르지는 않는군요.”

  그분은 잠시 떼었다가 내가 질문한 내용에 대한 답보다는 여전히 힌트를 나열하는 얄미운 모습을 보였다. 나는 다시 ‘노인’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지만 얼른 머릿속을 비우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열등의식은 육체의 모든 소욕을 다 따르려 하네. 반면 자존의식은 육체를 이겨내려는 의지의 상태이지. 열등의식은 쾌감을 기억해 두었다가 자꾸만 탐하려고 해. 하지만 자존의식은 쾌감을 버리고 평안함을 유지하는 일을 지향하게 한다네. 열등의식은 빠르고 조급해. 반면 자존의식은 느리고 여유로워. 열등의식은 상대의 외모를 중시하고 눈으로 보이는 것에서부터 기대와 만족을 찾으려 해. 하지만 자존의식은 상대와 자신의 다름 속에서 일치됨을 찾으려 하고 어차피 외모 같은 것은 유한한 껍데기라는 사실을 정말로 믿게 한다.

  자. 데이비드. 그들이 신의 동산에서부터 2천년 동안 지켜오다가 언어의 혼돈을 겪던 시대에 유실한 생명의 비밀이 무언가?”

  나의 입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작용과 반작용의 비밀이었다. 그것은 절제와 방종의 비밀이었다. 그것은 선악의 열매와 생명의 열매의 차이였다.

  신의 이미지는 방주 안에서 제멋대로 육식을 하게 된 노아의 가족들에게 앞으로는 육식을 하되 절제하라면서 허락해주는 멋쟁이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신은 동산에서 아담에게 하와를 이끌어 왔을 때, 아담이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하며 말하는 내용도 지지하였을 게 분명했다.

  만일 아담과 하와가 동산에서 쫓겨나기 전에 이미 둘이 한 몸이 되는 일을 행하지 않았다면, 하와를 보고 아담이 했던 말은 그들이 동산에서 쫓겨나게 되리라는 예언이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건 문맥에도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담과 하와가 동산에서 둘이 한 몸이 되는 일을 늘 행하는 가운데서도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상태가 비밀의 열쇠였다.

  가장 높은 신이라 할 수 있는 그분은 세상에 신이자 사람인 존재를 처음 창조했다. 그런데 신이자 사람인 그 존재는 자신과 같은 완전한 육신을 지닌 사람을 창조하지 않고 남자와 여자의 형태로 새로운 창조를 하였다.

  그는 300억이나 되는 많은 수의 사람을 계획했고, 불완전하며 유한한 그들을 통해서 실재한다는 것과 육체에 머문다는 것의 의미를 증명하기를 원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그는 그들이 육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절제하며 최대한 생명을 길게 유지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나는 어렵게 입술을 움직여서 그분께 반응을 보였다.

  “끝까지 가려고 하는 것은 열등의식에 의한 것이군요. 멈출 줄 아는 것. 그건 자존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들은 매일 그들의 아내와 한 몸이 되는 가운데서도 끝까지 도달하여 열등의식의 한가운데로 떨어져 내리는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매일 매일 더 강해졌던 것입니다.”

  그분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분은 마침내 가장 쉬운 말로 마지막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 데이비드.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와 여성의 생리 주기가 정확하게 일치하게끔 만들어 놓은 우리들의 지혜를 업신여기지 않을 수 있어야 해. 그렇다면 남성들도 그와 같아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