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친구

낮에 깜빡 든 잠이

어스름 해질녘에나 꿈을 꾸다 깬다

같이 놀아 주던 어른도 아이들도

자기들 집으로 돌아갔는지 아무도 뵈지 않고

나 혼자 꿈밖으로 나왔다

외로움 탈 나이가 부쩍 당겨 앞에 와 있어

괜시리 춥고 으스스 하다

축축하게 비 내리는 어둔 저녁 불 꺼진 방에서 잠깨도

어머니 토닥거리는 손길이 늘 있을 땐

그땐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여행 계모임 따라 하루 자고 돌아와

혼자 자려니 잠 안와 혼났다고

응석으로 흰 머리 틀어 묶은 늙다리 색씨는

오늘은 푹 잔다고 밤도 깊지 않은데

자리 펴고 옆 바닥을 치며 어서 오라 보챈다

혼자 동백 보러갔던 바깥 잠자리서

옆구리 허전하고 휭 해 못 잔건

저 아는 사람들은 시집살이에 모두 잃어버리고

못난 서방 놈만 친구 삼아 산 날이 너무 오래라

나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무섬을 타 그랬을 께다

다들 보내고 둘이서만 놀아 버릇해
한쪽 비면 헛헛 해지는 우리는 늘 붙어 살아야 하나보다

어깨만 기대도 따스함이 가슴으로 건너 온다

그래 오늘밤은 깨지 말고 푹 자고

꿈 마실 다녀 돌아올 땐 둘이서 손 꼭 잡고 같이 돌아오자 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