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에 특정 일본인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있을 줄 나도 예상 못했다.

임란후, 사명대사는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송환문제를 협의하기위해 일본으로 갔다.

세끼가하라전투의 승리후 도꾸가와는 새로운 막부시대의 막을 올렸다.

어릴때부터 전쟁을 보아왔고 평생을 전쟁의 그림자와 직접전투에 참가한 경력의 도꾸가와는 그 전쟁의 비극과 약자들이 겪는 참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임진왜란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간빠꾸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후방 보급과 지원을 어쩔 수 없이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그로서도 임란의 완전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히데요시의 면전에선 감히 반대할 수 없었지만 그는 조선침략을 반대하였다.

조선침략은 전쟁에 회의적인 영주들을 끌어 들일 수 있었고 그 중의 한사람이 조선침략의 한축을 담당하였던 가또기요마사(가등청정)이다.

임진왜란당시의 가또는 히데요시의 최고무장으로서  폐결핵환자였다.

마른 얼굴을 감추기위해 구랫나루를 길렀다.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가또가 왜 도꾸가와쪽으로 돌아섰을까?

지역의 영주로서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의 최측근인 고니시 유끼나가(소서행장)와 세끼가하라 결전의 총사령관 미쓰나리와의 갈등도 있었지만 미래비젼을 도꾸가와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쇼군은 사명대사를 직접 대면하였다.

각지방의 영주들에게 조선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조선인들을 부산과의 최단거리인 지금의 후꾸오까로 집결시키도록 명령이 하달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다수 조선인들이 송환을 거부한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 지주가 절반이상을 가져가고 관에서 세금으로 나머지에서 절반을 뺏아갔다.

봄에 보릿고개넘기려 빌려먹은 장릿쌀의 이자는 환곡이란 이름으로 오할 이자이다.

거기에 종자마저 먹어치웠다면 빌려다 심은 종자의 이자도 오할이다.

뼈빠지게 농사지어본들 가을추수 지나자말자부터 소작농은 겨울내내 허멀건 죽과 그나마 고구마로 모진 목숨 이어갈 뿐인 조선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임란이후 일본문화부흥의 시동을 건 것은 도자기로 부터이다.

끌려간 조선도공들은 일본 각지역 영주들로부터 사무라이급이상의 대우를 받았다.

조선에선 관요든 민간요이든 천민대우는 물론이고 뻑하면 관아에서 찾아와 힘들게 생산한 도자기들을 뺏아갔다.

고약한심뽀의 사또와 중간관리직들은 그 도자기들을 사모하는 기생집에 선물을 하던가 그럴듯한 상등품은 선물용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관리들은 그렇지 않았다.

영주의 허락없이 도요지에서 도자기 한점이라도 착복하는 일이 있으면 그 관리는 모가지댕강이다.

도공들은 결코 조선으로 되돌아 갈 이유가 없었다.

몇 년후부터 일본은 유럽지역에 일본도자기 하나로 일본문화와 예술의 엔틱한 퀄리티를 유럽에 돈 받고 자랑하였다.

명나라때부터 중국도자기는 유럽에 진출하여 큰 인기른 누렸고 그영향으로 영국에서 소뼛가루를 섞은 본차이나가 생산되었지만 조선도공들이 만든 도자기에 비교하면 예술성과 퀄리티가 떨어졌다.

당시 일본의 먹고살만한 가정에선 조선도공이 만든 도자기혹은 다완을 거실에 진열해 놓는 것이 자랑거리였다.

당시 만든 특이한 막사발한개를 일본인들은 이도다완이라 이름 붙이고 투박한 그 것을 국보로 지정하였다.

그럴정도이니 황실과 막부 그리고 각 영지의 실력자들에겐 조선도공의 도자기는 꿈의 예술품이자 대소경사에만 식탁에 놓여지는 고급품으로 인식되었다.

끌려간 수십만명의 조선인들중, 약4000명정도만이 사명대사의 노력으로 조선으로 되돌아왔다.

돌아가기 싫다는 조선인들을 강제로 송환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도공들은 돌아가려 하지도 않았지만 돌아간다해도 영주가 돌려보내줄리 만무이다.

도꾸가와의 첫결혼은 실패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처녀와 결혼하지 않았다.

두 번째 부인은 과부였고 세 번째 부인도 과부였다.

그는 평생을 처녀 혹은 타인의 연인 혹은 부인을 건드리지 않았다.

모든 전란이 끝나고 평화시가 되면 사무라이들은 찬밥이다.

에도막부이후 일본판 르네상스와 경제부흥이 무르익어 갔으며 관료가 아닌 사무라이들은 돈벌이와 밥벌이를 위해 경제활동과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 것은 에도정부의 정책이기도 하였으며 또요또미 히데요시와 도꾸가와의 다른점이기도 하였다.

히데요시는 영역확장을 통한 안정도모형이었지만 도꾸가와는 경제활동을 통한 생존경쟁으로 사무라이들을 유도하였다.

도꾸가와의 측근무사중의 한사람도 무역선을 타고 포르투칼로 떠나게 되었다.

도꾸가와 부인의 시녀였던 여인이 측근무사의 약혼자였으며 작별 인사차 들렀다.

측근무사는 먼저 요꼬하마항구로 떠났다.

그녀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한집에 오랫동안 살았기에 도꾸가와와도 허물없는 사이였다.

“그래 이제 떠나면 오랫동안 이별이구나...부디 건강하여라...”

“마지막으로 어깨를 주물러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허허허 그래그래....”

도꾸가와는 늘 어깨통증으로 시달려왔다.

그 곳은 전쟁터에서 창에 뒷등을 찔린이후로 찾아온 그의 고질병이었다.

그녀는 우람한 그의 어깨를 주무르고 엎드린 그의 등을 맛사지한다.

어께를 주무를땐 얇은 옷을 입은 그녀의 유두가 그의 벌거벗은 등을 자극하였으며 등에 올라타 주무를땐 그녀의 도톰한 치골이 그의 허리쪽을 자극하였다.

한참동안 기름묻은 손으로 등을 맛사지하던 그녀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며 한숨을 내쉰다.

익숙한 그녀의 안마에 편안해하던 도꾸가와는 무슨낌새라도 느꼈는지 입을 연다.

“됐다 그만하여라....네가 주물르면 참 시원하구나 고맙다. 나가보아라...”

그녀는 매우 아쉬운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장군의 한마디에 토를 달던가 망설이는 것 조차 불경이다.

그녀는 문을 열고 나간다.

오늘밤에 그에게 몸을 주고 싶었다.

몇 년을 한집에서 살면서 느낀 그의 풍모는 늘 존경스럽기만 하였다.

단한번도 부하들과 호위무사들 그리고 집안 하인들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사내중의 사내.........그녀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도꾸가와로서도 얼마든지 그녀를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충직한 그의 측근이었던 그녀의 미래의 남편과의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같은 시대의 조선선조가 도꾸가와가 가진 지성의 십분의 일만 되었어도 조선의 미래는 달랐을 것이다.

도꾸가와 이에야스(덕천가강)는 노부나가의 결단성과 히데요시의 치밀함을 두루 갖춘 인내의 화신이자 시대의 지성인 이었다.

그가 후계자에게 강조한 당부의 말도 그리 길지 않다.

‘약속을 했으면 목숨을 걸고 지켜라. 그리고 아랫사람들에겐 늘 작은 것을 나누어주는 습관을 가지고 살도록 하여라.

나누어주면 나누어 준 것의 몇배를 그들은 너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참고문헌: 중앙판, 동서문화사판 '대망'

           산강장팔(야마오까소오하찌) '덕천가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