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습니다.

친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3년을 같이 수학한 친구이고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친구라서 가끔은 생각이 나고

지금도 일 년에 한번쯤은 동기들의 모임에서 얼굴도 마주하는 친구입니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그러했지만 우리의 고등학교 3년은 치열했습니다.

제법 공부하던 친구들이 입시를 치러 들어온 학교였고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을 시켰습니다.

매월 말 주요과목 시험을 치르고

학기의 중간고사와 학기말의 고사는 전 과목의 시험을 치러

1등부터 100등까지의 성적을 복도에 게시했습니다.

입학부터 최 상위권에 자리하고 

3년내내 그 자리를 지키던 친구들도 더러는 있었지만

성적의 오르내림이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상당히 큰 폭으로 널뛰듯이 성적이 오르고 내리던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지금 말하는 친구는 그래도 조금은 공부를 하던 친구였습니다.

400명이 넘는 동기 중에서 늘 4~50등, 

못해도 7~80등의 성적은 꾸준히 유지를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렇지만 공부 잘하는 친구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나지는 못한…

그저 그만한 성적의 친구였고 더구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라서

그다지 인상적인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2학년의 말까지 반에서는 7~8등, 전체에서는 40~50등을 오가던 친구가

3학년의 첫 번째 시험에서 전교 석차 7등을 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다음 달의 시험에서 4등을 했습니다.

대단하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3학년의 1학기 마지막 시험에서 그 친구는 400명의 학생 중에서 1등을 했습니다.

그것도 중간고사와의 합산으로 평가된 성적이 전교 1등이었습니다.

친구들도 놀랐고 선생님들도 놀랐습니다.

친구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선생님들은 우리를 나무라실 때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하시고는 했습니다.

그 친구는 S대의 법과대학에 들어갔고

학부 4학년 때 사법고시에 합격하였습니다.

매월 시험을 치를 때마다 몇 칸씩 윗자리로 옮겨가는 친구를 보면서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너 커닝했지? 라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마치 미라처럼 까칠하고 창백한 그 친구의 얼굴에는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을 닦달하며 노력하고 있는지가 모두 그대로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리쉬인하오가 치팅을 했는지 안했는지 나는 모릅니다.

리쉬인하오가 얻은 지금의 승리들이 치팅을 해서 얻은 승리라면

어떻게 이 곤경을 피해야 할지

어떻게 면피를 해야 할지 좌불안석이겠지만

치팅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열심히 절예(絶藝)를 붙들고 공부했을 뿐이라면……

치팅했다는 의심을 받고있는 지금의 상황이

많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리쉬인하오가 치팅을 했다 해도…… 하지 않았다 해도……

어차피 승자는 있을 수 없는 논란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바둑]은…… 

그리고 [바둑 두는 우리]는 모두 패자일 수 밖에 없는 논란.

특히 이논란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패자는 [바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