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손자를 집에 데려와 집사람과 나의 사이에 제웁니다.

지 손자 예쁘지 않을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을 리 없습니다.

고슴도치도 지 새끼가 예쁘듯이 그냥 내 손자라서 예쁩니다.

거실에 저를 위해 놓아둔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도 예쁘고

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텐트를 들락거리며

할머니와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도 그냥 예쁩니다.

월수금요일에는 어린이집에서 같이 공부를 하고

토요일에는 집에 데려와 같이 놀아주고…….

옆에 재우고…….

이제 더 욕심 부려야 할 무엇이 없다 싶다가도

문득 더 오래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 살아 손자가 커가는 모습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할머니의 다리에, 그리고 내 다리에 지 다리를 걸쳐 장난하여

잠에서 깨어났음을 알리는 손자를 꼭 안아주고 뺨에 입을 맞추어 주었더니 손자가 말합니다.

할아버지 어디서 응가냄새가 나요.

그래……. 할머니가 방귀를 뀌었나 보다…….

웃으며 말을 해 놓고 속으로 움찔합니다.

  

손자가 맡은 응가냄새는

집사람의 방귀 냄새가 아니라

잠자며 내 입에서 만들어진 냄새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전 양치를 하고 가글을 하지만

여섯 시간이 넘게 닫힌 입안에서 손자가 말하는 응가냄새는 만들어졌고

손자는 어디선가 나는 응가냄새를 맡은 것입니다.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가글을 합니다.

손자가 다시는 할아버지의 입에서 나는 응가냄새를 맡지 않을 수 있도록.

어쩌면 [자유게시판]에 쓴 나의 글에서도

[오로광장]에 썼던 나의 글에서도

내 [똥냄새]를 맡은 분들 있지 않았을까,

내 [똥냄새]를 맡은 분들 많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내 입에서 나는 똥냄새를 나는 맡지 못하듯이

내 쓴 글에서 나는 똥 냄새를 나는 맡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오늘 문득 해봅니다.

이제 [자유게시판]에 글 쓸 때도 먼저 가글을 하고 글을 써야겠다…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