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어린 우리가 잠들고 나면 늘 촛불을 밝히셨습니다. 우리 집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던 해였습니다. 그 전에는 호롱불과 촛불이 우리 집의 어둠을 밝혀주었지요. 전기가 들어오던 날, 아버지는 의기양양해 하셨습니다. 남들은 일반 선을 쓰는데 우리 집에는 특선이 들어왔다고 말씀하셨지요.
일반 선은 해가 지면 전기가 들어오고 자정이 가까우면 정해진 시간에(아마 11시쯤) 단전이 되는 선이었고 특선은 종일 전기가 연결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일반 선은 집의 전등의 수에 따라 전기요금이 부과되고 특선은 계량기가 붙어 있어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이 부과되기도 하지만 기본요금이 두 배쯤은 되는 요금 체계였습니다. 굳이 일반선이 아닌 특선을 들여오신 이유는 우리가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아버님의 배려이셨을 것입니다. 전기가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에도 전기가 우리 집에 들어온 뒤에도 어머니는 우리가 잠이 들고 나면 촛불을 밝히셨습니다.
밝힌 촛불로 어머니는 어린 우리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한 마리 한 마리 모기를 잡으셨습니다. 촛불로 모기를 잡아 본 적 있으세요? 촛불로 모기 잡는 것을 보신 적 있으세요? 아마 촛불로 모기 잡는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없다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저의 어머님은, 그리고 저는 촛불로 모기를 잡고는 했습니다. 어린 우리가 잠이 들고 방의 전등을 끄면 장롱의 뒤에, 혹은 천정의 구석에 붙어있던 모기들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모기들은 어린 우리 달달한 피를 빨고 천정에 붙기도 하고 벽에 붙기도 합니다.
그 때가 어머니가 모기를 포획하는 시간입니다. 촛불을 들고 모기의 소리를 쫒으시던 어머니는 모기가 벽에, 혹은 천정에 앉기를 기다립니다. 모기가 벽에, 혹은 천정에 붙으면 어머니는 촛불을 모기에게 가져갑니다.
굳이 가까이 가져갈 필요도 없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모기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앉은 모기의 오십 센티, 혹은 삼십 센티의 멀찍이 아래쪽에 촛불을 가져가면 촛불의 열기가 순식간에 모기를 태웁니다. 모기의 날개가 타는 소리는 요즘 쓰는 전기 파리채에서 나는 소리보다는 작지만 상당히 비슷합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모기의 날개가 타는 연기도 납니다. 모기향도, 에프킬라도 귀하던 그 시절 우리 잠들면 밝혀 드시던 어머니의 촛불은 모기에게서 우리를 지켜주시던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밝혀 드셨던 그 촛불이 어머님의 그 사랑이 칠십년을 건강하게 살아낸 내 건강과 힘의 뿌리입니다.
촛불은…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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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in
삼나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