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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본주의의 천사와 악마성을 여과없이 고스란히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틱한 사회라면 중국은 그들이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결코 사회주의가 아닌 엽기적 자본주의라 해도 충분할 것이다. 영화 ‘황해’는 그쪽과 이쪽을 넘나들며 권력화된 돈의 위력에 휘둘리고 끝내 처참히 무너지는 인간군상을 그렸다. 감독 나홍진은 추격자와 곡성등을 통해 극사실주의 느와르를 보여주었지만 영화 황해는 인간성의 밑바닥까지 훓어내리며 삶의 이유와 의미 그리고 목적까지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나홍진은 거기까지 였다. 그는 결국 흥행을 통한 수익재창출을 위해 현실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다른영화들과 달리 우리가 영화 ‘황해’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존과 사회비판을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대표적 감독을 들자면 나는 과감히 한국의 박광수와 중국의 6세대감독 지아장커를 들지 않을 수 없다. 1990년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32년전에 만들어진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은 지명수배자인 주인공을 통해 당시 우리사회의 촘촘히 얽힌 족쇄와 철조망들이 어떻게 한인간을 망가뜨리고 끝내 쓰러져가는 과정을 이야기 하였다. 박광수감독은 그 외에도 ‘칠수와 만수’ ‘장님의 거리’ ‘이장호의 외인구단’등의 사회성 짙은 영화들이 있지만 그의 대표작으로 ‘그들도 우리처럼’을 꼽고 싶다. 최근작 한국영화 '브로커'의 감독인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역시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비판영화의 대가이지만 한세대이전의 박광수와 중국의 지아장커와는 달리 이념과 체제를 향한 대립각의 부재란 측면에서 생략하겠다. 지아장커의 대표작은 누구나 2006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스틸라이프’를 들 것이지만, 바로아래 포스터를 올렸지만 영화가 맞닥뜨리는 임펙트에서 나는 ‘천주문’을 꼽고 싶다.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사건들의 모티브로한 네가지 이야기 네명의 주인공들 따라이, 샤오우, 샤오후이...그리고...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살인청부업자이자 해결사. 네명의 주인공 모두 지금은 죽었을 것이다. 두명은 죽었고 여성범인 샤오우는 자수하였으나 사형선고를 받았고 해결사는 권총자살 하였다. 앞의 두명중 따라이는 현장에서 사살되었고 샤오후이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 해결사가 도시에서 청부받은 살인을 끝내고 고향마을의 아들과 마누라를 만나러 귀향중, 시골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곤 돈을 요구하는 마을 건달들과 맞닥뜨린다. “바로 저산너머 고향에 가는 중입니다.” “여길 통과하려면 돈을 내야해!” “왜요? 고속도로도 아닌데...” “이새끼가 말이 많어!” “머 새끼?” 해결사는 운전석을 문을 밀고 내리면서 벌써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들었다. 탕...탕...탕 세발의 굉음... 동시에 시골마을 건달들 세명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멀리서 마을사람 몇몇이 달려오지만 해결사의 고물승용차는 멀리 달려나간다. 집에 당도한 해결사는 아들을 번쩍들어 안아본다. “많이 컷구나...” “아빠 이제 멀리 안갈 거지요?” “얘야 세상일은 내맘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단다. 너도 이담에 커면 아빠맘을 이해하게 될거야...” 오랜만에 만난 마누라는 남편이 객지로 나가지말고 그냥 여기서 눌러살기를 바란다. 이튿날, 해결사는 100위안짜리 돈뭉치 여러개를 방바닥에 놓곤 밖으로 나선다. “난 어떻게 될지 몰라...나도 모르니까...내일을....저돈으로 아이나 잘키워줘...” 맛사지샾 카운터를 보는 여성주인공 샤오우는 모중소기업사장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 전날, 원저우로 출장을 간다며 애인이 다녀갔다. 미래를 책임지겠다던 애인은 예전의 약속과 달리 현재부인을 버릴 수 없음을 고백한다. 즉, 여기 이쯤에서 관계를 끝내고자하는 말투였다. 섭섭지 않은 액수를 들먹이면서.. 실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표정의 애인을 버려둔채 남성은 메몰차게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도 직업은 직업... 샤오우는 이튿날 맛사지샾에 출근하여 자리에 앉는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얼마되지않은 시간에 중년여성두명이 들이닥친다. “니년이 샤우오지?” 다짜고자 머리칼을 낚아챈다. 일행인 다른여성까지 합세하여 폭력을 휘두른다. 바닥에 나딩굴면서 샤오우의 눈에 언뜻 들어오는 테이블위의 과일접시와 시퍼렇게 날이 선 과도... 그녀는 그 칼을 집어 다시 달려드는 애인의 본처를 찔러버린다. 비명소리와 동시에 일행인 여성마저 찔러버린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스커트자락으로 감춘채 급히 밖으로 나간다. 출입구 문이 열리면서 배가 불쑥나온 중년남성이 들어오며 반가운 손짓을 한다. 얼마전에 밀실에서 자신을 강간하고 100위안짜리 다섯장을 던져주고 가버린 사내이다. 샤오우는 망설이지 않고 사내마저 찔러버린다. 단시간에 그녀는 세명을 살해한 것이다. 전화를 건다.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국선변호인의 형식적 발언을 거친 재판이 끝나고 그녀는 사형을 당한다. 티비화면이 오버랩된다. 원저우의 교량위 열차충돌사고.... 그 사고로 그녀의 애인도 죽는다. 광산촌 사장을 장총으로 쏘아죽인 따라이와 건물에서 뛰어내린 샤오후이의 처절한 이야기는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니 상상에 맡기고 생략하고 싶다. 착취당하는 약자의 마지막 발악과 저임금과 과로 그리고 월급전액을 송금해 주지만 시골마을의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계속 송금요구는 삶의 의지마저 꺾어버린다. 샤오후이는 늘 새처럼 하늘을 날르는 꿈을 꾸었었다. 고층건물에서 그는 새처럼 하늘로 날라버린다. 영화 ‘그들도 우리처럼’에서 심혜진은 신분을 감추고 위장취업한 주인공을 사랑하는 광산촌다방의 레지아가씨이다. 지역토호의 아들이자 완력으로 소도시를 지배하는 건달은 티켓을 끊어주는 핑계로 그녀를 여관방으로 유인하여 강간을 시도한다. 지명수배자인 주인공을 통해 진실된 사랑을 느꼈던 심혜진은 완강히 거부하지만 건달의 완력앞에 무너진다. 찰나, 건달이 옆구리에 차고있던 단도가 눈에들어오고 그녀는 그 날이 선 단도로 건달의 가슴팍을 찔러버린다. 사북역, 주인공은 그녀와 약속을 하였었다. 함께 떠나기로....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서울행 열차가 저 멀리서 들어온다. 박광수와 지아장커는 이념에 매몰된 체제와 그 체제와 결탁, 갈수록 비대해지는 자본의 힘에 대한 사회저변의 약자들의 발언을 칼과 장총 그리고 권총...나아가 허공을 향해 몸을 던져버리는 반항으로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흔히 붉은 수수밭의 장이모우등과 기생충의 봉준호등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추구하는 감독들은 쉽게 기억하지만 현실비판의 작가주의 감독들은 잊어버리기 쉽다. 한예로 지아장커의 ‘천주문’ 촬영완료후 약 4년간의 씨름 끝에 간신히 개봉된 작품이다. 박광수가 ‘그들도 우리처럼’에 멜로의 색깔을 입힌 것은 당시의 심의통과를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돈을 번 적이 없다. 만년에 작가주의가 인정받아 한예종교수로 임용되어 생계유지가 가능해 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엽기자본주의 국가 중국의 공산당이 망하고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면 그들도 얼마든지 우수한 영화들을 쏟아낼 잠재력 충분함을 6세대 대표주자 지아장커를 통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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