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우리 기우회원 이과장은, 경남 도청에서 합천 군청으로 승진 발령을 받고 합천으로 갔다.

당시 2급이 짱짱하던 이과장은 합천에 나보다 상수가 있겠나

하고 갔는데, 기원이 하나 있었다.

그 기원에 갔더니, 젊은 사람은 없고, 나이든 사람 몇이 훌라 고습톱등을 하고, 바둑 두는 사람은 안 보였다.

그래서 그들과 훌라도 고스톱도 좀 했다고 한다.

어느날 기원에 가니, 권영감 혼자 빈 바둑판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영감님 바둑 두십니까?

어! 이군 자네도 바둑 두나?

예 2급 둡니다.( 속으로 2급하면 영감님 놀랄 줄 알았다)

그래 한판 둠세.

그리하여 판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두점 만 놓게

두점을 놓으면서

(이 영감이 2급을 어찌 보고 두점 놓으라나, 영감님 오늘 죽었다)

그래 방내기로 하세. 방당 얼마로 하세

몇 수 포석을 해보니, 엉터리 같다. 포석의 원칙, 정석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중반 넘어가니, 이 마가 몰려, 저 마가 몰려, 결국 이 것 죽고, 저것 죽고, 첫 판 30만원을 잃었다.

마침 소변이 하고 싶어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 마당 저편 시골 화장실을 갔다 나오자, 마당에서 무얼 고치던 주인이

이군 자네 권영감하고 내기 바둑 두제?

예 조그만 한 거.

너 권영감이 누군 줄 아나?

예?

그 사람이 하찬석 국수하고, 선 둘 (한판선, 한판2점)놓고 두는 사람이다. 니 바둑은 택(턱)도 없다. 700석 지기 논 전국 내기 바둑 두면서 다 날려 먹은 사람이다. 그만해라. 예

2층에 올라가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그 뒤 진주 사는 스님 친구, 道기 고수라 합천으로 발령 받아왔으니, 한번 다녀 가십시오. 바둑 고수도 있으니, 내가 졌으니 한번 이겨주세요 하고 초청했다.

스님께서 날을 잡아 합천에 갔다. 오전부터 스님과 권영감이 방내기 바둑이 붙었다.

권영감 한판이기면 다음은 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승부는 5:5다. 그런데 돈은 권영감 앞에 모인다.

이길 때는 많이 이기고, 질때는 작게 지고...

700석 지기 논을 전국 내기 바둑으로 날린 국기가, 바둑 수만 높은 게 아니다.

한판 이기면 한판은 진다.

그 스님께 나는 대회에서 만나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