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강남에 다녀왔습니다.

오랜 외국 생활을 끝내고 서울에서 일을 시작한 둘째를,

매일매일 지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도 집에 다녀갈 시간이 없는 둘째를 보고 왔습니다.

어떻게 사는지 눈으로 직접 살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집사람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한마음이었습니다.

거의 오십년 만에 가는 강남 길이었지만 내비에 주소를 찍고

시키는 대로 가다보니 저만치에 서서 손을 흔드는 아들이 보입니다.

내비 없을 때도 길눈은 제법 밝았는데 내비가 있으니 길 찾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뒷좌석에 아들을 태우고 주차장으로 들어갑니다.

지하 1층, 2층, 3층,……

지하 4층에 내려가니 빈 주차공간이 보입니다.

지하 7층까지가 주차장이라 합니다.

주차를 한 후 집사람이 챙겨온 밑반찬을 나누어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아들이 7층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더니 환갑 갓 넘어 보이는, 몸무게 실히 백 키로는 넘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오고 뒤를 따라 얼핏 보아도 그 아들인 듯싶은 닮은 몸집의, 닮은 얼굴의 서른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같이 들어옵니다.

들어온 사내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였는데 흘깃 아들이 눌러놓은 7층의 버튼을 보더니 내가 건넨 목례를 무시합니다.

그리고 13층의 버튼을 누릅니다.

7층까지는 오피스텔, 그 위로는 아파트로 이루어진 건물입니다.

층이 올라갈수록 평수가 넓어지는 구조랍니다.

13층이면 서른 몇 평, 아들이 사는 7층은 일곱 평.

일곱 평 오피스텔이라도 아들이 4년 동안 중국에서 모은 돈의 절반 이상을 주어야 살 수 있는 살벌한 액수지만 서른 평이 넘는 곳에 사는 저 치에게는 애써 무시하고 싶은 돈이겠지요.

엘리베이터의 중앙에 떡 버티고 서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 아들과 그 뒤에서 목에 힘을 주고 서 있는 뱃살 두터운 사내를 보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습니다.

아……. 아직도 이렇게 사는 놈들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강남에 산다고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주거하는 아파트의 평수로, 타고 다니는 차의 크기로 사람을 재단하는…….

마치 설국열차의 앞 칸을 차지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놈들도 있음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