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예방주사 접종되는 거죠?

오후에 출근해도 되는 날을 잡아 날이 더 차지기 전에 독감예방주사를 맞기로 하고

집사람은 평소에 다니는 동네 병원으로 전화를 합니다.

네, 한 사람은 무료, 한 사람은 유료인데 모두 접종 가능하죠?

왠지 마누라의 목소리가 통통 튀는 느낌?

당신은 무료지만 아직 나는 유료야. 나 아직 젊어…….

튀는 집사람의 목소리가 자신의 젊음을 나에게 과시하는 듯 들리는 것은

나의 자격지심일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섭니다.

오 분 남짓의 거리…….

병원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한산하여

대기번호표를 뽑을 필요도 없이 접수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의사와 상담을 한 후 주사실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습니다.

따끔하세요.

주사를 놓는 간호사의 미소 탓인지 집사람도 나도 너무 편하게 예방주사를 맞고

주사실이 있는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문득 생각이 납니다.

어……. 당신 예방 접종 비 안냈네.

집사람도 나도

나는 무료, 집사람은 유료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지 않은 집사람의 독감 예방 접종 비를 내기 위해 접수하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접수처의 앞에 무료독감예방주사 안내문이 걸려있습니다.

만 65세 이상, 1957년 12월 31일생까지.

집사람의 생일은 아직 지나지 않았고

당연히 만 65세 이상에게 해당되는 무료접종의 대상자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날짜를 앞당겨가며 국가는 아직도 너무 젊은 집사람을 어르신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안내문을 본 후 짐짓 웃으며

우리 집에 가서 아낀 주사비로 비비큐나 시키세.

하는 나의 말에 집사람도 애써 웃어주었지만

그 웃음의 꼬리에는 감출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