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명절날 모여 바둑을 두었죠.
어머님과 여동생도 바둑을 잘 두었습니다.
기원 급수로 8,9급 ..
아버님 6급 ..
어머님과 아버님이 바둑두시는데,
하수인 어머님께 대마를 잡히신 아버님은 끙끙대시고 ..
어머님은 표정관리하시다가 저를 보고 참지 못해
살짝 미소를 지으셨죠. 제가보기엔 아버님이 져주신 것같은데..^^
요즘 하늘나라에서 두분이 바둑을 두고 계실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제가 고3때 3급을 두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채 종로에 있는 학원에 가는 길에 동창들과
광화문 기원에서 후다닥 바둑을 한판두고 가곤 했습니다.
다들 명문대에 진학했죠.
경기여고 앞에 있는 기원이었는데 저로서는 첫 기원 출입이었습니다.
당시 원장님이 여성분이셨는데 품위있는 분이셨습니다.
차 한잔 내주시던 모습이 지급도 선합니다.
우리를 귀여워(?)해 주셨지요.
그러나 정작 저는 제 이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30대 초반에 기원에서 바둑때문에 망가진 많은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디지털 세상에 살아남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거의 유일한 아날로그
잡기(죄송..)가 아닌가 해서요.
바둑이 잡기일까요?
아직도 저에게는 숙제입니다.
프로바둑에 대하여 스포츠 운운하고 기사를 선수로 칭하는 처사에
서운함을 느끼는 제 자신을 보면, 아직도 바둑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면에 더 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기보를 남기고 싶다. "
우리가 숱하게 들었던 이런 말을 하는 기사 아니 선수도 없습니다.
그저 속기 바둑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나 보죠.
왜 한국기원은 스스로 격을 낮추어 가는 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변상일 사범이 자기 |뺨을 때리며 눈물짓는 모습이 저는 좋았습니다.
자기의 실책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그러한 동작으로 나온 듯합니다.
진실된 표현이라 생각해요.
그의 시각에는 바둑판의 돌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도 없고 다른 이의 시선도 상관없이 우주에 오로지 흑백 돌만 존재하는
무아의 경지에서 나오는 진실된 동작 ..제가 좀 과장이지요? ^^
기원 출입하면서 관찰자의 시각으로 그들을 들여다보는 처지였었습니다만.
지금은 저 스스로 그들처럼 잡놈이 되어버렸다는 자괴감과 또 이상한
편안함(ㅋㅋ)이 공존하는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흐흐
바둑또한 그러한 가 봅니다만.
알파고를 이길 수없다면 바둑의 궁극적 목표는 승부가 되어서는 않된다고 봐요.
글쎄.. 자기 수양이라던지 .. 짜증나지만 정신세계 쪽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바둑은 잡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조금 더
있는 것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시각은 어떠신지요.
변 상일 사범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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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白★벽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