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내의 일을 맡아하는 반장이라는 직책이 있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공지해야 할 일이 있거나

태풍으로 홍수라도 나서 마을길이 무너지면

마을의 주민들에게 울력을 나서도록 통지를 하는 일도 동내 반장의 일이었습니다.

한 푼의 보수도 받지 않는, 헌신하는 일이었지만

동내마다 기꺼이 그 일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동내의 반장들이 명절이면 꼭 하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큰 채반을 들고 음식을 장만하는 집집마다 방문하는 일이었습니다.

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시던 엄마들은

채반을 들고 찾아온 동내반장에게 자신이 만든 가장 맛있고 귀한 음식을 내 주었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구운 생선을, 어떤 집에서는 그 귀한 소고기 국을

또 어떤 집에서는 자녀들을 위해 만든 부침개를,

또 다른 집에서는 일 년이면 두 번밖에 먹지 못하는 하얀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 반장이 가져온 채반 위에 놓아주었습니다.

이렇게 동내를 돌며 각출한 음식을 가져가는 것은

홀로 사시는 동내의 할아버지, 동내의 할머니들의 댁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고맙고 또 고마워하시며 그 음식을 받아 며칠이고 드시고는 했습니다.

적어도 며칠은 배고프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추석, 따뜻한 설 인심이었습니다.

너나 가릴것없이 공평하게 없이 사는 시절이었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세상,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오로에서 칠년을 살며 두어 번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인가 명절 잘 지내시라며 십억의 포인트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오로의 모든 유저들에게 준 것인지 돈 많이 쓴 호갱님들에게만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대접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수 백 만원을 쓰고

십억 포인트, 요즘 시세로 스물일곱개의 오로 볼,

만원 남짓의 선물을 받고 오로에서 대접받는 기분이었고

감사의 인사를 받은 것 같아

수백만 원의 결재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상반기 혹은 하반기의 육 개월 동안 매월 삼십만 원 이상을 결재하면

결재 금액의 5% 정도에 상당하는 선물을 주는 그런 것이 있었습니다.

선물을 주지 않을 때는 결재를 할 때마다 조금은 망설여지곤 했지만

한 번 선물을 받아본 이후에는 결재가 아깝지 않았습니다.

마일리지처럼 적립이 되어 6월이 지나면,

혹은 12월이 지나면 푸짐한 선물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두 번인가 주고는 마일리지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왜 없어졌느냐는 유저들의 물음에 이벤트성으로 준 것인데

안주어도 될 선물을 준 것인데

왜 안주느냐고 묻지 말라는 것이 오로의 답이었습니다.

오야 맘이라는 것입니다.

주는 것도 주지 않는 것도 지들의 마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로에서 돈을 쓰며, 아낌없이 돈을 쓰며 즐기는 사람들은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처럼 명절에 주는 만원어치 남짓의 포인트에도 감동을 받고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주던 결재금액의 5% 남짓의 마일리지에도 감사해 하지요.

그 작은 선물에서 돈쓰는 유저에게 감사하는 오로의 마음이 읽혀지고

거기에서 사람냄새를 맡고 많이 고마워하곤 한답니다.

내 말, 신경 쓰지는 마세요.

추석이 다가오며 생각이 나기에 써본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흘려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