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어느 새 175만명을 넘어서고 아직은 수그러들 기미도 없이 맹렬한 기세로 확산하며 스산함을 더해주는데 우리네 정치판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갈라치기와 네거티브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며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네요.

공교롭게도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예측 불허의 박빙상태이다 보니 정치판에 목매는 이들은 저마다 계산서를 뽑아보며 정권교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열성 지지자들 역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입니다. 

한 발 비껴서있는 소시민들이라해서 맘이 편한 건 아니지요. 선거 철만 되면 이래저래 혈압 오르는 일들이 많아지고 뿔난 심리상태를 제어하지 못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개미 쳇바퀴 돌듯 오랜 세월을 정치 모리배들에게 속고 또 이용당하면서도 말이죠. 

그렇다고해서 정치에 대한 혐오나 무관심이 자랑일 수는 없고 국민의 4대 의무에 더해,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역시 민주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책무이지만 시작부터 김이 새버린 느낌에 저는 그동안의 개근 경력을 깨뜨려야 하나 고민 좀 했습니다. 

대통령 감으로 점찍었던 3명의 후보들 중 두 명은 이미 양 당 경선에서 탈락해버렸고 나머지 한 명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바닥권을 헤매고 있어 완주할런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차선 내지 차악이라 판단되는 후보를 뽑아주는 게 민주정치의 본령이긴 한데… 

21세기 문턱을 넘어선지도 한참 지났고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젠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좀 바뀌지 않았을까 싶지만 현 시국을 보면 온 나라가 두 토막난 것처럼 좌우로 양 진영이 극명하게 갈리고 국민들의 판단 잣대 역시, ‘정의의 저울’ 보다는 ‘닥치고 우리 진영’ 쪽인 듯 합니다. 양 당 후보 지지율,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정권교체 찬성률 등 거의 모든 지표가극심한 국론 분열을 시사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영호남의 오랜 지역감정이 퇴색하는 징후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이념’, ‘세대’, ‘젠더’ 갈등이 도드라지고 재정, 인구(출생, 고령화), 기후 변화, 환경 문제 등등 새로운 난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정책 대결의 진수라 할 선거 공약에 대한 생각도 요즘은 좀 회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부작용 없는 정책이 없기 때문에 시행에는 세밀한 검토와 보완작업이 요구되는 것인데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마구잡이 포퓰리스틱한 공약들을 보면 겁부터 납니다. 누가 되든, 당선 후에 조잡한 공약들을 실행에 옮긴답시고 막 나대는 꼴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청와대 안에서 가만히 놀고 먹는 꼴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문득 내 자신을 들여다 보아 혹시라도 특정 당, 특정 후보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면 그건…대한민국의 번영과 혁신, 사회 시스템, 그리고 가정의 행복을 위해 구슬 땀을 흘려온많은 국민들의 노고와 헌신, 그리고 그 결과물들에 대해 정치 모리배들이 후안무치하게 무임승차하려 들거나 함부로 어그러뜨리지 못하도록 저들을 네편,내편없이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독하게 검증하며 영웅시하지도 말아야하는 민주 시민의 기본 자세를 잠시 잊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몇년 사이 민주당과 국힘당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안티민주, 안티국힘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두 이미지는 ‘내로남불’과 ‘적폐’ 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프레임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는 대국적으로 새로운 판단을 구해봄이 좋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4,400만 유권자의 총의와 집단지성의 힘을 신뢰하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3.9 선거일 전에 올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입니다. 다들 코로나 조심하시구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