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쟁점과는 무관하게 국어사전은 왜 관형사로서의 수에 ‘여러’와 함께 ‘약간’을 포함시켰을까가 내 다른 관심사였다. 수십·수백·수천에는 도저히 적용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밖에’라는 조사가 수에 붙으면 ‘약간’의 ‘의미’로 쓰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밖에’가 독립적으로 쓰여도 ‘약간’의 의미를 가진 것임을 깨닫고 스스로 오류임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오류는 쟁점과는 모래알만큼도 상관관계가 없다. 오류가 아니었다면 보궁이에게는 치명적이었겠지만 쟁점 밖의 것이어서 내겐 그럴 일이 없었다. 이것을 가지고 보궁이는 내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면서 코흘리개마냥 환호작약하는 만세를 불러서 초절정 개그를 시전했다.

이때 보궁이에게 물은 것이 앞선 글에서 말한 세 가지 질문이었다. 답이 있었냐고? 당연히 없었다. 아가리에 지퍼를 채우고 신나게 줄행랑을 쳤다. 토낀지 10여일 만에 검은 개 한 마리가 깨갱하더니 으르렁댄다면서 몽둥이 또 들어야 되냐고 큰소리를 쳤다.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리하여 내가 다시 묻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보궁이로부터 돌아온 건 대단히 비정상적인 욕설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개의 자식과 개자식 중에 입맛에 맞는 걸로 선택하라고 했다. 자신의 말과 글과 주장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교훈을 준 데 대해서는 “깨갱하고는 뭔 미련이 남아서 버스 떠났는데 짖어대농”이라고 딱 5살짜리 앙탈을 부렸다.

응, 두려움에 떨던 우리 보궁이가 침묵으로 앞 버스 보낸 것 맞다. 그리고 스스로 뒷 버스를 불렀다. 이제 보궁이는 타기만 하면 된다. 으르렁대는 검은 개 한 마리 잡겠다면서 호연지기를 보였던 그 무시무시한 몽둥이를 들고 타기만 하면 된다. 당당하게 타기만 하면 된다. 아무도 어디에도 말리는 사람 없다. 두려워 할 거 없이 스스로 불러온 뒷 버스 타기만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말한다.

내 질문에 보궁이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나서서 반드시 답하라.

1. 보궁이가 주장하는 ‘약간’을 수십·수백·수천 등에 적용할 경우 70은 수십에서, 800은 수백에서, 9천은 수천에서 부정되고 배척되어야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건가.

2. 애초에 “수천 명이라고 하면 1천명에서 9999명까지를 이르는 말이니 희생자가 800명이라고 쳐도 200명 정도만 차이가 난다”고 했던 자신의 주장을 부정하는가.

3. 저 자신의 말에 대해서 다 앞의 글들에서 설명한 것이어서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언제, 어느 글에서, 뭐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