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에서 몸을 일으킨 내 친구 심사장

내 친구는 2차 대전이 막바지던 때 지리산 산골, 그 동네에서는 잘 사는 시골 부잣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공부도 뛰어나게 잘해서 잘 나가던 친구

10살 때 아버님 돌아가시고

체격이 왜소하고 맘씨도 약했던 모친을

형과 형수가 말도 못하게 억압하고

12살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형과 형수는 여기는 니집 아니다 떠나라

결국 12살 친구는 100원짜리 동전 두 개 들고 집을 나섰다

30리를 걸어가 대구 가는 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 가는 기차를 무임승차하고

서울역에 내렸다

올 데 갈 데 없는 친구는 서울역에서

물 먹고 굶고 잠자고 3일

거지가 와서

니 집나왔나

예

가자 우리 얻어 논 밥 같이 먹자

그리하여 거지들과 같이 동냥 다니고

거지들이 만들어 논 종이 박스 안에서 기거

보름을 같이 살았다

어느 중국집 배달원 모집이라 쓴 글을 보고

사장을 만나 초등학교 졸업후 서울로 왔다

배달일 해보고 싶다 하자

사장이 몇마디 물어보니 배달부로 쓸 만해 보여

일해 보라고 했다

사장님 야간 중학교 가서 공부하고 싶으니 공부는 시켜주십시오

그러라고 해서 배달부로 일했다

야간 중학도 공부하고 공부를 잘해서 야간 고교도 갔다

중국집에서 수년 일한 후 공사판등 갖가지 일을 했다

개인 주택 짓는 공사장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상당한 노하우를 익혔다

어느 정도 돈을 모운 후 직접 주택을 지어 팔기 시작했다

결혼도 하고 2남 2녀가 태어났다

자식들도 모두 공부를 잘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잘돼 있다

세상 밑바닥에서 온갖 험한 일을 해온 이 친구

지금은 마산에서 빌딩 주인이 되어있다

12살 짜리를 쫓아낸 형과 형수

니 내 때문에 성공 안했나?

( 니 자식은 왜 안 쫓아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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