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궁 군이 목숨을 걸고 매달려서 믿는 건 오직 수(數)에 대한 한자사전의 ‘서너 또는 두어 오륙 정도의 확실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정의뿐인 것 같다. 그렇다면 한자사전 위주로 알아보자.

한자사전의 관형사로서의 정의가 조잡하고 조악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두어 또는 서너 오륙 정도의 확실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몰라도 저게 뭐냔 말이지. 그러자 보궁 군은 두어 보다는 서너가 오륙보다는 두어가 더 많이 쓰여서라고 해서 크게 웃겼다.

혼자만의 망상이거나 뇌피셜이 아니라면 보궁군은 이를 객관적인 근거를 가져와서 증명해야 한다. 참고로 뇌피셜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한 추측이나 주장을 이르는 말이다.

보궁 군은 이번에는 오륙 보다는 두어가, 두어보다는 서너가 수의 의미에 가까우니까 그렇게 한 것이란다. 포복절도할 궤변이며 초절정 개그다. 이건 또 어떻게 증명할래? 갈수록 태산이고 점입가경이다. 미쳐도 곱게 좀 미치라는 말도 생각나고.

수십·수백·수천·수만·수억에 대해 국어사전은 모두 수십·수백·수천·수만·수억의 여러 배가 되는 수라고 일관되게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자사전은 어떨까?

수십 - 열의 두 서너 곱절되는 수효

수백 – 여러 백

수천 - 여러 천. 몇 천

수만 - 몇 만. 매우 많은 수효

수억 - 여러 억

보다시피 천방지축·중구난방으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개판 5분전이다. 뭔 사전이 미친년 널뛰기 수준이냔 말이지.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좀 들여다보자. 한자사전은 수십을 열의 두 서너 곱절되는 수효라고 했다. 보궁 군은 두어보다는 서너가 수의 의미에 가까우니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걸 어쩌지? 막상 한자사전은 수십이라는 본론에 들어가서는 서너보다 두어를 앞세우고 있으니 말이지. 하아, 우리 불쌍한 보궁 군을 어쩌나.

수만의 경우도 기가 차다. 앞에선 몇 만이라고 해놓고선 뒤에선 매우 많은 수효라고 써놓았다. 몇은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르는 말인데 말이지. 뭔 사전이 일관성이라고는 모래알만큼도 없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조악하다하고 조잡하다하고 후지다고 하는 거다.

수십·수백·수천·수억과 마찬가지로 수차례(數次例)는 여러 차례라는 뜻이다. 한자사전도 그리 정의하고 있다. 최근인 1월 21일의 문화일보 기사를 보자. 이 기사는 “상대 남성을 수차례 흉기로 찌른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로 시작한다. 법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9월 21일 새벽 서울 중랑구 한 거리에서 다른 40대 남성 A 씨의 옆구리와 허벅지 등 8곳을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거다.

그런데 만약 앞에선 수차례 찔렀다고 해놓고선 뒤의 자세한 내용에선 달랑 한 번이나 두 번 찔렀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 같으면 기자의 정강이를 ‘수차례’ 차면서 너도 기자냐고 혼쭐을 내고 싶어질 거 같은데 말이지.

솔직한 내 심정은 소판 군은 워낙 개망나니 같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보궁 군도 한심하기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나름 노력하는 중이어서 겨자씨만큼 정도는 기대하는 게 있다. 설마 똥멍충이·모사꾼클럽 회원들은 바둑 졌다고 함께 바둑판 뒤집어엎고 줄행랑치기도 합동으로 하겠나.

『그와는 별개로 이 논쟁의 시작인 “수천 명이라고 하면 1천명에서 9999명까지를 이르는 말이니 희생자가 800명이라고 쳐도 200명 정도만 차이가 난다”고 ‘영구짓’한 주장은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냐? 이에 대해서도 보궁 군은 답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에이 씨, 잠이나 자자.^^

PS. 웅, 만약 보궁 군이 “정경심은 권력형 범죄와는 무관한 4개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모펀드 건과 표창장 위조로 징역 4년형이 나왔다”고 썼다면 내가 나설 일이 없었지. 그런데 보궁 군은 마치 정경심이 달랑 표창장 위조 하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것인 양 속이고 있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