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때, 반장 선거에서 내가 2등을 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애들에게 엄청 까탈스럽게 굴었거든. 그래서 룰대로 1등을 한 A가 반장이 되고 내가 반회장이 됐다. 곧이어 있은 전교 어린이회장 선거에 담임선생은 나를 지목했고 당선됐다. (5·6학년 때 배구선수였는데 시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나는 운동이 더 좋아서 대차게 거부하다가 담임선생에게 뺨을 맞고서야 하는 수없이 나가게 됐다.)

장구한 세월이 지난 후에 만난 A가 자신이 어린이회장이 됐어야 했는데 아버지의 빽으로 내가 됐다고 투덜대는 걸 참았다. 삼세번이라고 이 퇴행성 투정은 이후 두 번의 만남에서도 계속 됐다.

6학년 때 나와 A와 자신이 삼총사라고 늘 말하고 다니던 B와의 술자리에서 하소연(?)을 했다. 어린이회장 후보를 선발하는 선거가 아니었으며, 선생에게 사바사바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때론 봉지쌀 사러가는 일과 새끼줄에 묶은 연탄 두 장을 사러가는 일은 늘 셋째 아들인 내 몫이었다고. 믿었던 B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내 말을 끊으면서 “변명하지 말라”고 했다. 이런 새끼들과의 어린 시절 인연이 서글퍼져서 맥주병을 바닥에 패대기쳐서 산산조각을 내고 술집을 나왔다. 이전 4년을 보낸 학교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5·6학년을 보낸 그 학교에서의 기억을 내 머리에서 지워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소판돈은 당시의 너절하고 구질구질한 일에 대한 사실적시에 대해서 장황한 변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기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천 A가 여러 번 발광을 했기 때문이다. 소판돈이 변명이라 말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내가 기술한 사실관계에 대해서 사실이 아님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으로 변명임을 증명하고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뭐 과테말라 그지새끼도 아니고. 어디에서 후지게 땟국물 줄줄 흐르는 떼를 쓰냐고. 그게 통할 거 같아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욕쟁이 A가 내게 ‘간신XXX’라고 했다고? 그건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내가 그것까지 기억을 해야 해? 내가 알기론 그것은 팔모시기가 전공한 욕설이지 욕쟁이 A의 것이 아닌데? 그리고 뭐? 내가 윤실수라는 소문이 있다고? 이 아이가 아예 유치한 모함과 음해의 신이 되기로 작정을 했어요. 그러니 내가 지랄·염병·육갑질한다고 하는 거예요.

오로광장이 없어졌다고 대놓고 가짜 약 파는 국가대표 급 간신님 참고하라고 2019년8월 오로광장에 썼던 소회 <뼈아픈 후회>를 아래에 첨부해둔다.

『오로와의 인연이 베타버전 시절부터이니 오로와 함께 한 세월이 20여년이다. 대기실 대화창에서 퀴즈 맞히기 놀이하면서 ‘아프로’를 외치며 지내다 ‘산행’이란 분이 원융무애를 좀 관심 있게 지켜보라고 해서 나도작가와 오로광장을 알게 됐다.

20여년 세월동안 내가 후회하는 일이 딱 하나 있다.

오프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것.

말로써 표현을 다하지 못할 만큼 그 더러운 일을 뼈아프게 후회한다.

서울에서 김천까지 셋이 갔다. 술질을 하고 찜질방에서 잤다. 아침에 깨어보니 한 인간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찜질방 여기저기를 몇 번이나 돌고 또 돌았다. 앞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서울행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그 인간을 만났다.

다른 한 인간은 몇 달이나 지난 후에 어떤 일에 크게 삐쳐서 그 일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내 만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인간은 기어코 공개해서 크게 사달이 났다. 김천 사는 인간에게 전화해서 걔 좀 말려달라고 사정을 했다. “사라진 그 인간이 전라도라서 그렇다”는 게 김천 사는 인간의 답이었다. 정나미가 떨어졌다. 내 안에서 김천 인간을 지웠다.

김천에 도착해서 김천 인간의 술대접을 받았다. 자리를 옮겨서는 사라진 인간이 샀고 다른 자리에서는 내가 냈다. 김천 인간은 10년째 자신이 낸 술값 돌려달라고 칭얼댄다. 주유소 기름 값과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처먹은 술값까지 보태서. 자백한 게 그것이지 청구서에는 한 달 치 콩나물 값과 배추 값과 참기름 값 등등도 분명 뒤섞여있을 것이다.

나는 뼈아프게 후회한다.

더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