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조 드는 ‘기본 공약’ 다 한다는 이재명, 가랑잎 타고 태평양 건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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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5년 임기 동안 수천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기본 시리즈’ 공약을 모두 추진하겠다며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이 지사는 어쨋든 가능하다고 한다. 재원을 물어보자 나랏돈 별로 안 들이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 재원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 기본 주택 지을 땅이 없는데도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조차 “매표행위” “사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지사에 대해 “가랑잎 타고 태평양도 건너갈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거 김일성이 가랑잎 타고 압록강을 건너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얘기에 비유한 것이다.

이 지사는 역세권 좋은 지역에 10억원 짜리 30평대 아파트 100만호를 지어 기본 주택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월 60만원의 임대료로 이런 좋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 역세권에 그런 주택을 지을 땅이 어디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정부도 역세권 등 도심에 주택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추진되는 것은 1500여호에 불과했다. 100만호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역세권의 개인 땅을 초법적으로 몰수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지을 수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이 지사는 서울 주변에 역을 짓고 그 주변 땅에 역세권 기본주택을 지으면 된다고 했다. 기존의 역세권에 기본주택 지을 땅이 없다고 하니 허허벌판에 기본주택용 역을 만들겠다는 기상천외한 구상이다. 말로야 가능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어떻게 역을 만들 것이며 누가 거기에 들어가서 살려고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역과 철도를 건설하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든다. 그래도 이 지사는 천연덕스럽게 그 주장을 편다. 대동강 물을 말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연상된다. ‘공짜 공약’ 만드는 데 가히 천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사가 말하는 10억원 짜리 기본주택을 국가가 100만호 공급하려면 1000조원의 돈이 든다. 그런데 이 지사는 돈 없어도 큰 재정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 임대료보다 4분의 1 가격에 30평대 집을 공급하려면 결국 국가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런데 돈이 안 든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기본주택을 지을 역세권 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디냐고 물으면 그건 지금 특정할 수도, 밝힐 수도 없다고 한다.

기본 소득은 일단 임기중 1인당 매달 8만3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것만 해도 연간 50조원이 든다고 한다. 기본 대출은 국민 모두에게 1000만원씩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다. 5000만명에게 대출해 주려면 50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만일 연체율이 10%가 되면 50조원을 나라가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도저히 추진하기 힘든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기본 시리즈’를 밀어붙이는 것은 대선에서 젊은층에게 먹힌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본 시리즈를 액면 그대로 다 추진할 수는 없지만 일부만 추진해도 혜택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이 지사로선 기본 공약을 통해 ‘국민의 기본 생활을 모두 챙겨주는 리더’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 ‘기본 공약’은 단순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도 쉽다. 실현 가능성은 2~3년 지나야 드러나지만, 당장 표를 얻기는 좋다. 이 지사 스스로도 자신을 공개적으로 ‘포풀리스트’라고 지칭했다. ‘기본 시리즈’를 통해 노골적으로 포퓰리즘을 지향하겠다는 선언이다.

당초 ‘기본 소득’ 논쟁이 시작됐을 때 경제전문가 출신인 국민의힘 유승민·윤희숙 후보는 정확한 논리로 이 지사를 몰아붙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사기 공약”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 지사는 한 때 “기본 소득이 제1공약이 아니다”고 물러섰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이 기본 소득을 능가할 다른 공약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시 ‘기본 시리즈’로 회귀했다. 그리고 모든 정책 분야로 ‘기본’을 확대하고 있다. ‘기본 시리즈’로 정치적 베팅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연 이 지사는 ‘기본’이란 가랑잎을 타고 대선의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