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동호회 회원수가 30여 명 되는데 가끔 모여서 팀바둑을 둔다
여러 명이 두 팀으로 나눠 팀의 총집수가 많은 팀이 이긴다
오로기력으로 4단 이상인 분들이 팀바둑을 둔다

팀바둑은 하수들이 상수들과 바둑을 두려 하지 않아서 상수와 하수가 어울려 두기 위해서 생겼다 그냥 바둑을 두면 재미도 긴장감도 없으므로 간단한 내기라도 걸고 바둑을 둔다 내기가 없으면 상수는 하수와 두려하지 않고 내기가 걸리면 하수는 상수와 개인전을 두기를 꺼린다 접바둑을 두더라도 상수에게 유리하게 치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승률이 반반으로 치수가 정해지면 내기 없이 두는 것과 같기 때문에 상수가 두려고 하지 않는다 공짜로 지도대국을 해줄 맘 좋은 상수는 드물다

팀 구성은 한 사람이 돌을 쥐어서 무작위로 가린다 2대2 팀바둑이라면 나머지 세 사람이 1, 2, 3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돌을 쥔 사람이 돌을 세 개씩 나눠 맞춘 사람과 같은 편이 된다
팀바둑의 묘미는 폭탄이 터지는데 있다 폭탄이란 30 집 이상의 많은 차이로 지는 경우를 말한다 2대2 팀바둑에서 한 사람이 폭탄인 경우 승부를 겨루기도 전에 편 나누기에서 승부가 거의 결정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팀원이 폭탄인 경우 많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다른 팀원의 바둑도 잘 안 된다 폭탄을 터뜨릴 경우에도 팀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조용해야 하지만 자주 터뜨리는 사람일수록 신음소리를 내거나 비명을 지르는 등 액션이 심하다 팀원들은 사기가 저하되고 상대팀은 희희낙락이다
폭탄을 자주 터뜨리는 사람의 특징은 수내기를 좋아하고 자기 약점을 돌보기 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크게 보고 무리하게 끊어서 공격을 하다가 되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수가 안 나는 곳에서 수를 내려 하고 상대의 세력에 풍덩 뛰어들어 고생을 자초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잔수 상대의 자충수 등에 관심이 많다
부분에 집착하여 대세를 놓친다 결과는 폭탄이 터지면서 팀과 함께 동반 전사한다 그래도 “바둑이 죽지 사람이 죽냐”면서 다음 판을 준비한다
당연하게도 팀바둑은 참여자가 많을수록 폭탄이 자주 터진다
도단위 바둑대회가 일년에 네 차례 정도 있는데 동호인 대회는 두 번 정도...
지역 바둑대회가 있으면 1박 2일 일정으로 20 ~ 30여 명 정도가 움직인다
저녁 먹으면서 술 한 잔 걸친 후에 20여 명이 팀바둑을 두면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진다 게다가 음주를 곁들이며 바둑 두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폭탄이 터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빈도의 문제일 뿐 누구나 실수로 또는 고의로 폭탄을 터뜨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팀원이 되는 경우 또는 승률이 높은 사람이 자기도 진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고의로 자살폭탄을 터뜨리기도 한다
 
50 집 이상의 대형폭탄이 터질 때 “복 중에 제일은 팀복이라”고 너스레를 떨면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맞아, 맞아. 팀복이 최고여” 라면서 맞장구를 친다
제 아무리 날고 뛰어도 팀복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 번은 팀이 90 집 이상을 이기고 있는데 백집이 넘는 초대형 폭탄이 터져서 역전이 된 적도 있다 폭탄역사에 지금도 회자되는 신기록이다 폭탄은 팀바둑의 톡 쏘는 양념이다 폭탄은 같은 팀에게는 좌절을 상대팀에게는 짜릿함을 안기는 팀바둑의 별미다 만일 폭탄이 없다면 팀바둑의 묘미는 많이 반감될 것이다
처음에 개인전을 선호하던 사람도 팀바둑을 두다 보면 팀바둑이 훨씬 재밌다는 것을 알고 팀바둑을 더 좋아한다 자기가 지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반대로 이기고도 팀이 지면 억울하지만 보험이라는 장치를 통해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다 누가 팀원이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팀복이 좋아 본인이 지고도 이익이 나면 기분은 최고다
팀바둑은 상수에게 유리하다 상수들은 이기는 경우가 많고 하수들은 지는 경우가 많아서 무작위로 팀을 구성해도 상수는 이익이 나고 하수는 손실이 난다
가령 한 경기에 일인당 2만원을 내고 두면 상수는 팀이 이기고 본인도 이기면 2만원의 이익이 나고 팀이 지고 본인이 이기면 보험금으로 1만원을 돌려 받기 때문에 손실은 1만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하수는 팀이 지면 손실은 2만원 팀이 이기면 이익은 1만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바둑동호회 회원들이 지역 내에서 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 이긴 사람은 진 사람에게 밥이나 술을 사는데 이득보다 밥값 술값이 더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이겨서 사는 것이라 기분은 좋고 진 사람도 섭섭한 감정이 쌓이지 않으니 일석이조랄까

진 사람에게 이긴 사람은 스승이나 마찬가지이다 밥값과 술값을 수업료로 내고 지도대국을 받는 셈이다 팀바둑은 회원 간의 친목도모와 바둑실력 연마의 장이다
팀바둑을 통해 다져진 회원 간의 끈끈한 유대와 실력이 바탕이 돼 지역바둑대회도 여러 차례 우승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팀바둑도 위축이 됐지만 바둑동호회가 있는 한 팀바둑은 계속되고 즐거운(?) 폭탄도 계속 터질 것이다
복 중에 제일은 팀복, 결국 사람복이 제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