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대구에서 다니던 치과에서 틀니를 하였는데

이빨을 뽑을 때 무리하였는지 잇몸 여러 곳에서 돌출부가 생겼다.

부었다가 말았다가 했을 뿐 컨디션 탓이라 여겼고

남은 이빨로 버티며 살아오다 그 징검다리들마저 사라지자

나는 50도 넘기지 않을 듯 여기고 측은하게 바라보던 할머니 할아버지

그분들에게 선물하던 틀니를 하게 된 것이다.

문득 거울에 비친 백발의 주름 깊은 얼굴에 소스라쳤다.

합죽이가 된 나는 할아버지가 나타나신 줄 알고 기겁을 하고 돌아보았다

공허함에 되돌아본 거울 그 할아버지가 나다.

문제는 틀니를 하니 그 돌출부가 닿게 되고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두세 군데를 돌아봐도 그 공간을 만들려 틀니만 후벼 파는 것이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나라님에게 면담했더니.

“그거 그래서 안 됩니다. 한번 올라오세요.”

바둑으로 십수 년을 알고 지냈지만, 이빨로 서울까지 가게 될 줄이야.

그렇게 수술을 하고 열심히 일해서 조만간 공사(?)하자는 게

또 몇 년이 흘러버렸다. 사는 게 뭔지.

올해는 할 것이라 다짐하고 시작했는데 준비가 잘된 게 아니라

너무 안되어하게 되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로 경제력이 마비 지경에 이르렀는데

틀니마저 김밥 먹다 부러져 버린 것이다. 망할 놈의 다꾸앙.

5초본드로 붙이고 다니다 나라님에게 SOS 나라님의 배려로 우선 수술부터 하기로 했다.

결정하고도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술김에 하자고 마음먹으니 용기가 났다.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건지.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 건지.

서울 가까이 있는 몇몇 기우들과 벙개를 제안했고 10여 명의 인원과 약속했다.

수술만으론 올라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가 벙개를 하기로 하니 훨 마음이 가벼웠다.

대화 중 연결된 야웅이와 동승하여 오전 10시쯤 대구서 출발했다

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안고 시원하게 고속도로에 접어드니 속이 확 트인다

급할 게 없다

중간 차로를 전세 내고 110킬로 정도로 달리니 고급 차들이 씽씽 지나간다

그러려니 했다가 티코도 모닝도 추월하고 급기야 화물차까지 추월하니

은근히 부아가 올라왔다.

“바쁜교. 세월아 네월아 갑시다”

내가 가속할 기미가 보이자 야웅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려.” ^^

다시 고정 속도로 달리며 오늘 오랜만이거나 처음 보는 기우들에 대한 설렘과

궁금증 기대감에 그동안 오로서 20여 년 지낸 이야기로 느긋하게 달렸다.

근 300킬로를 가다 보니 한참 떠들다가 침묵하고 다시 누군가의 시작으로 떠들고

차창 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은 잠시나마 자유인으로 만들어줬다.

그래도 언뜻언뜻 스치는 연쇄살인범의 무시무시한 도구들

그 앞에 누운 내 모습이 소름 끼쳤다.

(에이 그건 내일 일이고 오늘은 다 잊고 빨자)며 애써 지웠다.

광주시에 복어양식장님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나오니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분이 다가왔다.

“복양님.?“

”네 반갑습니다. 선달님.“ ^^

”저분이 야웅이님.? “

그러자 야웅이와 악수를 하며 서로에게 반갑다며 덕담을 나눈다.

그것도 잠시. 손님이 와서 달려가시고 우리는 파라솔에 앉아 각자 담배를 물었다.

긴장을 푸는 연기가 푸른 가을 하늘로 날아가는 걸 보며 안도하는 것도 순간이고

원인 모를 긴장감이 몰려왔다.

(오긴 왔는데 과연 어떤 분들이며 오늘 나는 무사히 넘길는지)

마침 자제분이 교대를 나와 복양님이 인근 해장국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순대국밥을 시키고 나를 슬쩍 보시더니 ”해장하셔야죠. “한다.

(덴장 술꾼으로 소문나긴 났구나.)

아직 이른 시간이라 멋쩍어서 야웅이를 쳐다보며 한잔할래.? 했더니

먹고 싶으면 그냥 달라 하지 왜 자기를 끌어들이느냐다. 간나새끼.

음식이 나오고 반주로 2잔 마실 때쯤 한팀이 도착했다고 연락 오고

우린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다시 한잔 따룬게 5분 정도인데

다른 팀에서 연락이 왔다.

먼저 온 분들은 부통령님 지도사님 아자자님 두 분은 부부동반 하셨다.

뒤에 도착했다는 팀은 스톤햄 생각님. 결국 우리는 대충 마무리하고 달려갔다.

모두 인사를 나누고 커피 한잔하면서 서로의 궁금증을 잠시 탐색(?)했는데

별 어색함도 없고 오랜 지인 같은 느낌은 바둑이라는 공통화제와

동안 오로에서 10년 넘게 대화한 선입견이 작용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여느 벙개에 참석해 본 결과 사이버에서 느낀 감정과 상충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때로는 예기치 않는 돌발상황도 일어나지만

그래도 참석하는 분들은 대개 원만한 이유가 기초적인 인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반면 사이버에서 원만하지 않고 치열하거나 자신을 지나치게 어필하는 사람치고

오프에 참석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그 이유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노코멘트.

일단 복양님 가게 옆에 있는 샤부샤부로 향했다.

술이 있어야제. ^^

서로 궁금한 이야기와 간단한 일상을 주고받으며 시국도 잠시 어필.

정치종교 이야기가 나왔지만 소스 정도만 했다.

대창에서의 캐릭터만 본다면 조금은 왜소하고 여성스러울 것 같은 아자자님은

의외로 묵직한 몸매에 불독(?) 같은 얼굴로 능청스런 유머의 소유자였다

웃지 않는 얼굴로 던지는 재치와 센스는 대창에서 상상한 모습과는 너무 딴판이었고
어쩌면 정통 주방장 모습의 홍금보 같다고 할까.

반면에 스톤햄은 보통 체격에 늘 웃음 띤 얼굴에 역시 유머와 재치가 넘쳤고

쌍꺼풀도 진하여 조금 야인 주윤발 같은 인상을 받았다.

대창에서 익살떠는 모습과 의리와 경우를 중시하며 조금 즉흥적이나 배려하는 자세가

상상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으며

이후 서울로 자리를 옮겨 2차를 더 달린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부통가카와 좋은생각님은 체격이 비슷한데 성격은 완전 상반되었다.

두 분이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생각님은 대화에 적극적인 반면 가카는 무표정이고

술은 잔잔하게 그러나 흔들림 없이 계속 마셨다. 생각님도.

그러고 보니 생각님과 부통령님은 대화에 적극성 빼고는 신체조건이나 주량 매너가

흡사 형제간 같았다.

식당이 2층이라 골초에게는 담배 때문에 여간 번거롭지가 않았다.

건강지도사님의 정력과 열정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배려와 안배에 감사드린다

초면의 사람들에 부부동반 하신 것으로 정서적으로도 건강하심을 느꼈다

이 자리를 빌려 아자자님과 지도사 사모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원래 마무리는 노래방인데 시국이 하수선하여 접고 밤은 깊어가고

모두 내일 일정이 있어 아쉬움을 접고 헤어지는데 스톤햄과 생각님의 제안으로

야웅이와 나는 서울로 달리기로 하고 다른 분들과 석별했다.

전부 술이 거나한 탓인지 앞장선 원어민들이 지하철에서 헤매는 바람에

헬프미를 해야 했고 안강 길냥이를 데리고 간 대구 촌닭은 비몽사몽 끌려다녀야 했다

다음 날 수술 때문에 나라님 치과가 있는 양재동으로 이동했지만

예전에 있던 모텔이 그새 사라졌고 우리는 또 헤매야 했다.

호텔은 인근에 있지만 가격이 만만찮아서 헤맨 끝에 오아시스 같은 찜질방을 찾았고

우리는 쓰지도 않은 남은 돈으로 2차를 더 달렸다.

꼭꼭 씹어 먹었지만 선달이는 마지막에 다운되고 말았지만 완주했다

운전하고 간 피로 나이 등등을 핑계로 하고.

한참 자고 나니 아침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야웅이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 방법이 없고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서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지.)

일단 프론트에서 방송이라도 해야겠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사실 야웅이 본명을 여태 모른다.

그렇다고 방송에. (안강에서 올라온 야웅님을 찾습니다) 라고 하나.?

나를 제정신으로 볼까.?

에이 몰라몰라.

일단 밖으로 나와서 갈증부터 해결하고 한 대 피우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암만 생각해도 난감해서 복양님에게 전화했더니 웃기만 하신다.

그래도 다시 찾아보라기에 별 방도가 없어 돌아가는데 뭬야.?

가도 가도 그 찜질방이 나오질 않는다.

한 시 간 가량을 헤맸는데 지척에 두고 헤맸다

지난밤 네온사인만 생각하고 무심코 나왔는데 입구가 아주 작은 지하였다

그걸 하늘만 보고 찾았으니.

다시 들어가니 어. 방송이 안 된단다. 한편으론 잘되긴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어둠 속에서 또 어쩌란 말인가.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어 불러 보았다. 야웅아 야웅아.

그러니 관리인 같은 분이 다가와 묻는다. ”고양이 데리고 오셨어요.? “

dd

그런데 그때 저만치 쇼파에서 ”일어나셨어요.“ 하며 진상이 일어난다.

나 자는 수면실 입구에서 잤지만 돌아누웠기에 내가 확인을 못했던 것이다.

군대 이야기 못지않은 바둑 이야기 끈이 닿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치과 수술 야그는 다시 하고 싶지 않고.

그날 참석하신 분들의 성의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고마웠다는 말 전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죽기 전에 또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