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안,
디귿자 모양의 좌석 맨 뒷자리 의자엔 5명이 앉으면 족했다.
그렇게 대학생 5명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기사님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자 가운데 앉아 있던 학생 하나가 가방을 끌어안은 채 몸이 앞으로 쏠리며 뛰쳐나가 기사님 옆의 짐 보따리를 놓던 곳에 덥석 주저앉게 되었다.

그리고는 민망했던지 기사님께 말을 건넸다.
“불렀어요?”
기사님은 “안 불렀는데…”하며, 다시 힘껏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이번엔 반대로 몸이 뒤로 쏠리며 냅다 앉았던 자리로 되찾아 가게 되었다.
그 학생이 옆의 친구에게 말했다.
“안 불렀다는데…”

그 때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어여쁜 여학생 하나가 도도한 자세로 올라 탔다.
그럴 땐 언제나 이야기가 만들어지려니 도도하고 예쁜 여학생이 등장해야 한다.

[개밥의 도토리] 이야기는 그 때 생겼다.
앉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여학생은 맨 뒤의 남학생들에게 다가가 손목을 흔들어가며 자기가 가운데 앉을 수 있도록 양 창가로 좁혀 앉아 달라는 주문을 했다.
여학생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나서 남학생 중 하나가 아니꼬운 언사로 말했다.
“이 순 개밥의 도토리군!”
개밥의 도토리는 그렇게 생겨났다.
몇 정거장을 조용히 앉아 가던 여학생은 개밥이 된 남학생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던 몸을 돌이켜 말했다.
“야! 개밥들아 잘 가거라…도토리 내린다~~~”

이상한 개밥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며 그 때부터 도토리를 탐하는 좌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