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아래인 페이스북 친구 K는 명문대 사회학과 교수이고 이름을 말하거나 사진을 보여주면 알 만한 사람이다. 스스로 한때 폴리페서였다고 할 만큼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좌파를 대변해왔다. 음악, 특히 팝을 좋아하고 김민기를 좋아하며 김수영 시인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와 같다. 아래는 K의 페이스북 글 중 일부다.

『전환의 계곡이란 '현대식 교량'이다. 회고주의자가 아닌 미래주의자가 돼야 한다. "선생님 이야기는 20년 전 이야기이지요." 젊은 시절 노교수들이 이야기할 때 마음 속 품었던 구절이다. 그런 생각을 품게 하는 선생이 최소한 되고 싶지는 않다. 현대식 교량을 건너가는 사유의 모험을 계속 하는 이유다.』

그의 글 아래 감상을 넣었다.

『'현대식 교량' '회고주의자' '선생님 이야기는 이십년 전 이야기이지요'에서 김수영의 시를 떠올렸습니다.^^』

평소 꼼꼼하게 답하는 일을 잊지 않았던 K는 왜 묵묵부답 침묵 중일까? 자신의 것인 양 가져와서 폼 잡다가 들통 나서? 양심불량이 쪽팔려서?

지식인의 양심회복이 우선이다.

아래는 김수영의 시 <현대식 교량>이고, 김민기의 노래다.

현대식 교량을 건널 때마다 나는 갑자기 회고주의자가 된다

이것이 얼마나 죄가 많은 다리인 줄 모르고

식민지의 곤충들이 24시간을

자기의 다리처럼 건너다닌다

나이 어린 사람들은 어째서 이 다리가 부자연스러운지를 모른다

그러니까 이 다리를 건너 갈 때마다

나는 나의 심장을 기계처럼 중지시킨다

(이런 연습을 나는 무수히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반항에 있지 않다

저 젊은이들의 나에 대한 사랑에 있다

아니 신용이라고 해도 된다

“선생님 이야기는 이십년 전 이야기이지요”

할 때마다 나는 그들의 나이를 찬찬히

소급해가면서 새로운 여유를 느낀다

새로운 역사라고 해도 좋다

이런 경이는 나를 늙게 하는 동시에 젊게 한다

아니 늙게 하지도 젊게 하지도 않는다

이 다리 밑에서 엇갈리는 기차처럼

늙음과 젊음의 분간이 서지 않는다

다리는 이러한 정지의 증인이다

젊음과 늙음이 엇갈리는 순간

그러한 속력과 속력의 정돈 속에서

다리는 사랑을 배운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나는 이제 적을 형제로 만드는 실증을

똑똑하게 천천히 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