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 아니 몇년전의 일인것 같은데...

40하고도 5년의 세월을 흑탄 백탄 번갈아 놓으며 벌써 여기까지 왔나하니
세월 참 빠르네여^^

고등학교때 친구에게(당시기원 5급) 콜라. 짜장면. 아이스깨끼...등을 상납하며

바둑을 배웠는데 기원은 그때 처음 가봤습니다

처음의 제 눈에는 엄숙함이 꼭 무예도장 같아 주눅이 들어서

친구옆에 착 붙어 있었던것 같습니다

키도 작고 덩치도 왜소해 항상 만만하게 대했던 그친구가 기원에만 가면

태산처럼 우뚝해 보였는데

감히 말도 못 걸었고 잔 심부름도 손가락 하나로 척척(?) 이었다

나이 많고 덩치큰 어른들을 이길 때면 그렇게 자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동네병원 원장님. 약국 아저씨. 큰백화점 사장님(현재 마트형 옷가게).

이 모든 동네유지님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오히려 대접까지 받으니

저는 감히 그 친구를 만만하게 볼수가 없었고.

그의 보디가드(?)가 된시점이 이때가 아닌가 한다

바둑과의 첫사랑도 함께.........

나는 태권도 합기도 유단자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빨께나 서는 편이었는데

바둑

그 하나 만으로 힘 안들이고 나를 제압해 버렸던 것이다

다른때는 몰라도 기원 가는 길은 그친구가 앞장서고 항상 저는 뒤에서 쫄쫄 따라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새삼 우습군요. ^^

당시는 대장이 맨앞에 가는게 불문률 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에게는 기원이 성당보다. 교회보다 더 성스러운(?) 곳으로 보였던 것은

지금 제가 하고있는 허깨비 도리깨질 같은 바둑 예찬론을

기원 독립군들로부터 들으면서 점점 바둑에 빠져들었던 탓인 듯 한데

그러니 그 쬐그만 친구 앞에서는 두손모으고 네네네^^ 할 수밖에.

그때 기억으로 나를 젤 마음대로 굴리던 사람은 그 친구뿐인가 하네여^^

혹여? 우리관계를 비웃거나 참견하다가는 쌍코피(?) 터지는 애들이

더러 있었죠 그친구 비위를 거슬리면 찍히는 겁니다

나혼자 딸리면 지원군을 불러서라도 당일 해결 했으니까요.

자연 그 친구는 바둑으로 지성인 대접에 오야붕이 된셈입니다

여느분들이 그랬듯이.

저도 모눈종이 바둑과 접이식 바둑판에 장소를 불문하고 밤을 세웠고

폼나는 바둑책을 원서와 함께 들고 다녔으니 당시 공원벤치에서

시집을 읽고 있는 공주(?)님들과 같은 바둑 왕자병에 걸려 버렸던 것입니다

공부는 안하고 일단 폼잡는것부터.

이때가 바둑과의 첫사랑을 꽃피울 때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거 같은데

지금까지 불치의 병으로 남았지만 나이 먹어가면서는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누가 바둑 야그만 하면 귀가 솔깃하고.나보다 못한 사람이 물어 올라치면

괜히 분위기부터 가라앉히고...허스키한 보이스로 어렵다는듯 더듬거리며......

어이그 닭살...##$%@&^^

얼마나 많은 밤을 바둑으로 지세우고 .바둑 야그만 나오면 세상 무너지는 소리도

바둑 야그 다음에 들었고 지나가도 그만 이었다.

그까이꺼 뭔 대순가.
조치훈 조훈현에 이창호 거기에 조훈현의 아성을 넘어뜨린 대왕전 야그.....

그렇게 저렇게 바둑이 늘면서 그친구에게 다섯점으로 버티는 정도가 되니

인자는 미쳐 버리는겁니다.(시작은...18점놓고했음^^)

그렇게 바둑을 알아 가면서 간덩이도 부어(?) 나혼자서 기원에 갈 수있게 되고

승부맛도 어렴풋이 알게되고 기원의 분위기도 익숙해질무렵

무엇 보다도 하늘같이 어렵게 보이던 동네 유지님들과도 수담을 나누게 되니

홀로서기가 가능해지면서 그친구를 옛날 자리로 돌려 놓았읍니다

키작고 왜소한....(지금은 도루 2점) ^^

인자는 실력으로 친구를 제압해야 했읍니다

기다려라...

일년내로 너를 이기고 말겠다(선전포고)를 한뒤...

나는 바둑책과 기보을 후벼 팠읍니다 일년안에 바닥을 볼양으로...

이때쯤 이창호 신동...이라는 기사를 접했던걸루 기억되네요 월간 바둑을 보면서...

그리고 잊지못할 도우미(?) 여인을 빼놓을수가 없어서 잠시 소개하면...

제가 기원에 가면 꼭 그시간에 바둑 배우러 오는 여인이 있었는데

몸은 친구랑 비슷했지만 느낌은 천당과 지옥(?) 이었다

원장님께 같이 수업을 받고 난뒤는 제가 개인지도(?)하는 시간을 은근히

만들어 주시던 원장님 지금도 감사합니다 복받으소서...

바둑과 함께 첫사랑이 될뻔한 여인...

나를 미치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들...(3개월뒤 청첩장을 받을때까지)

마지막 날 기원 지하 다방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들은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군이 바둑을 좋아 하는데 부부싸움은 바둑으로 하자며 6개월 기간을 줬는데

너무 사랑하기에 꼭 바둑을 배워야 했다고. 닝기리.ㅡ,ㅡ

그렇게 여인을 보내고도 상처따윈 받지 않았다

그까이거. 뭔데 바둑이 최고지 하찮은 일이야......

진짜 순수한 바둑 사랑만으로 지내온 그 시절이(친구가 목표인거 빼고)

저에게는 지금도 가장 행복한 날들 중에 빠질 수없는 시간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참선하는 사람들은 깨닭은거 없이 하루해가 가면 대성통곡 했다는데

나는 바둑으로 하루해가 짧음을 한탄했으니...

친구를 이겨보겠다는 일념에 어쩌면 모르는 행운도 건질 수 있다는 6개월

그 기간에 저는 기원 4급이 되었고

아엠에프를 거쳐 실직과 방황의 강을 건너며 20여년을 바둑과 연을 끊었다가

다시 오로에서 20여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지금 오로 물6단이니 나이에 비해선 많이 복구한 것 같다.

기원1급 정도에 3~4점이면 옛날 기력이다.

다시 연인을 만나기도 누구를 이기기 위해 열정을 쏟을 이유도 없어 진 나이지만

가진 것을 나누는 기우들이 있고 적당한 내기로 서로 흥을 돋군다.(담배내기 리그)

맞붙어 죽자살자 하기도 하고 관심있는 기우들이 장외배팅으로 소소함을 즐긴다.

가끔 오해나 싸가지들과의 다툼도 있지만.^^

지금 나랑 두는 정규(?)리그들은 편하게 즐기는 것으로 아는 10여명이 있다

가칭 오로 프로 담배내기 리그들 ^^

모두 건강하시라. 나 또한 그러리다. 그리고 가능하면 좀 져 주시라. ㅎ1ㅎ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