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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민준, 신진서를 무너뜨리다 |
| 글쓴이 옥탑방별 조회 1697 |
수정일 2020-03-09 오후 12:5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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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을 무너뜨리고(LG배 기성전)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무적의 신진서 프로가
신민준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현욱 프로의 유투브 해설을 들으면서 보니까 프로의 수가 이해가 잘 된다.
이 바둑은 초반 우변접전이 관건이었는데 신진서 선수가 상대의 두터운 곳에
가까이 접근한 것이 일차적인 문제였다고 본다. 기리에 어긋나는 수는 결국
탈이 나게 되어 있는 이치리라.
<상대의 두터운 곳에 가까이 가지마라>
이것은 길거리 싸움을 좀 해본 사람이든지, 전쟁터에서 전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 수 있는 매우 단순한 이치겠다. 보통 상대를 공격할 때는 상대의 가장
허술한 곳, 약한 곳, 서로 내분이 있는 곳을 치기 마련이다. 손자병법도 그렇게
가르친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전에 상대가 서로 내분이 일어나게 만드는 전략은
어렵지만 고급전략에 속한다고 한다.
최강군단을 보유했던 연개소문의 고구려도 자신이 죽고 나서 아들들간의 내분으로
자멸한 면이 있듯이 말이다.
다시 바둑으로 돌아와서 지금 우변은 백이 두터운 자리로 벽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므로
약간 조심해서 다가가야 하는 자리로 보이는데 웬걸! 흑19로 바짝 다가서니까 신민준
프로로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을 터.
백20으로 바짝 붙여서 육박전을 벌여오자 흑의 경솔함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초반부터 흑은 난조에 빠졌는데 바로 이 흑 19가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이후 변화도는 어떤 식으로 머리를 굴려봐도 흑의 좋은 변화가 안나오는 걸 볼때
흑19는 상대의 두터움을 고려하지 않은 오만한 수에 가까운 것이라고 본다.
신진서 프로의 강렬한 수읽기가 때로는 이런 자만에 가까운 자멸의 수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후 수순을 보면 흑은 계속해서 바둑이 엷어지고 있고 백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흑은 끊임없이 백의 두터움을 지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지는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백은 이기는 자리에서 상대가 올라오면
발로 걷어차고 올라오면 걷어차는 것만 하면 되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신민준 프로의 입장에서 흑19는 정말 고마운 수에 가까울 것이다. 한판 신나게 붙어보고
싶었는데 마음껏 때리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동안의 빚을 갚고 우승까지 했으니 이보다 고마운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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