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AI 정석에 대한 비판'이란 주제를 달았습니다만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중국의 왕적신이라는 인물이 AI가 나오기 아주 오래전에 <위기십결>이라는 내용을
설파한 적도 있습니다만 이건 그냥 참고용이고요.
바둑격언을 저는 더 중요시 하는데요.
빵때림은 30집
돌은 키워서 버려라
요석과 폐석
큰 곳보다 급한 곳
한칸 뜀에 악수 없다
등등 바둑을 오래 대하다보면 이런 격언들이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물론 AI가 발견한 좋은 수까지 싸잡아서 비판하지는 않겠습니다.
화점에 날일자 걸침에 한칸 협공 정석은 오래전에 월간바둑에서 해부를 해서
협공하면 한칸뛰어서 상대가 귀를 받을 때 어깨집으면 축이 불리하지 않는한은
해볼만하다고 결론이 났던 정석인데요.
문제는 AI가 그 이후의 축의 축까지 읽고 오히려 어깨짚은 쪽이 망한다는 걸 증명했습
니다.
이런 부분은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도 동의하는데요.
정말 이건 아니다 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어서 올려봅니다.
1. 패관계
초일류 고수들은 팻감을 절대 초반에 쓰지 않습니다. 아껴두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추후에 패싸움이 벌어졌을 때 반상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전벽해의 대전투를 대비해서
아껴두는 것이지요. 그런데 AI는 그런 변화는 염두에 두지 않고 초반에 팻감을 다 써버리
더군요. 전형적인 하수의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걸러내는게 좋습니다.
2.축관계
위의 AI 한칸정석에서 AI는 계산만 유리하다고 했지 축관계가 바둑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는 계산을 못합니다. 축이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게 바둑인
데요. 단순히 내가 지금 몇집 정도 유리하니까 이렇게 둬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도 전형적
인 하수의 발상입니다. 고수는 몇집을 이득 보더라도 축이 불리하다면 그 길을 가지 않습
니다.
3.기세관계
바둑에서 기세는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위의 한칸협공 정석에서 보았듯이
두 번이나 중앙으로 뛰어 나갔다가 다시 그 돌들을 버리는 작전으로 작전변경을 합니다.
이건 뭐냐면 바보들의 행진입니다.
'어? 이산이 아닌가벼?'
전쟁을 하러 나온 장수가 전투를 할 장소를 몰라서 엄한 곳에 간 격입니다.
그렇게 돌을 버릴 바에는 차라리 애초에 한칸을 뛰지 않고 양협공으로 변신하든지
간명하게 삼삼으로 들어가서 차후의 변화를 노리는게 고수다운 발상이구요.
4.기리
바둑에서 기리라는게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기리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죠.
하지만 이건 기계의 생각일 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두는 대국에서 기리에 어긋나는
수를 둔다는 것은 선을 넘는 패륜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선을 넘기는 쉽지만 한 번
그 선을 넘게 되면 세상은 결코 그 죄과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이
기리에 어긋나는 수는 두지마라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분명히 AI가 프로기사들이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밝혀낸 점은 도움이 됩니다.
다만,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둑은 기계와 두는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 둔다는
점을 명심하고 걸러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세돌 프로가 은퇴하면서, 아니 그 전인가요.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내 바둑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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