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원이라고 하면 20년 전에 가 보고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단 한번도..

그때는 괴정에 살았는데 낮에만 기원이고 밤에는 아니었다.. 그 기억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가지 않은 것 같다..

어느날 가계 단골 손님과 얘기중 바둑얘기가 나왔는데.. 그 분은 항상 로타리기원으로 출근도장을 찍으시는 분이라고 한다.. 한번 꼭 기원에 가겠다고 약속을 여러번 했다..

문득 기원에가서 바둑을 두고 싶어 졌다..

사실 부산 동래는 오래전부터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당장 명륜역아래 그늘만 가도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수담을 나누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난 동래역이라 한코스지만 가기 싫다..땀난다...

평소같으면 오로에 접속하겠지만 오늘은 바둑 기원에 가고 싶은 것이다...

동래 수안로타리와 안쪽 동래시장 그리고 동래구청 근처에는 기원이 엄청 많다... 어디를 갈까 하다 예전 단골소님과의 약속도 지킬겸 로타리기원으로 향했다..

아주 흐름한기원이다.. 좁은 계단을 통과하여 2층으로 향한다..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 한분이 맞이해 준다.. 작은 기원이었지만, 가운데자리를 제외하면 모두 착석하여 바둑을 두고 있는 분들을 보면서 엄청 놀랬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 쭈뻣대며 서 있는 저에게 커피를 주면서 “누굴 찾으러 왔느냐” 길래 “아는 분과 한수하러 왔어요”라고 대답했다..그 단골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빈자리에 앉아 있는데 뒤이어 들어온 중년의 손님두분이 들어와 마지막남은 자리를 앉아 바둑을 두기 시작한다.. 빈자리는 내가 앉은 자리하나뿐이다... 단골손님은 보이지 않고 이거참 난감하다.. 나가야 하나.. 아니다 손님이 더 들어오면 그때 그냥 나가자.. 생각했다..

역시난 난 바둑을 좋아하는가 보다 옆바둑판을 보고 있으니 곧 걱정도 없어진다.. 정말 초속기다.. 10초바둑보다 빠르다.. 순식간에 3판을 둔다... 그때 원장할머니께서 한수 둬 주신다..

기력은 쎄진 않지만, 수읽기를 해야 하는 수를 자꾸만 둔다.. 절대 정석따위는 없다.. 재밋다..저역시 대세에 뒤처지기 싫은 맘에 초속기로 두기 시작한다.. 재밋다.. 끝내기 따위는 없다.. 무조건 잡거나 잡히는 거다.. 재밋다.. 아무 생각도 없다.. 그런데 재밋다... 나도 순식간에 3판을 뒀다...

그때부터 주위환경이 눈에 들어오기시작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기원비를 받으려 대국해 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얼릉 기비를 물었다.. 그런데.. 찾는 손님도 안왔는데.. 기비를 받기 그렇단다.. 뭥미? 그냥 어찌할바를 몰라 드리겠다고 하니 2천원이란다.. 싸다.. 에어콘도 빵빵하고 만족한다..

담배도 피고 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문따위는 없다.. 문이 없는게 아니라 문틀자체가 없다.. 남자소변기가 콘크리트벽에 안보이는 것 뿐이다.. 맘에 든다..

가만히 보니 2층 건물인데.. 4/1은 1층 옥상이고 2/1은 기원이며 남은 4/1은 원장할머니댁으로 보인다.. 무더운 관계로 문을 열어놨는데.. 침대와 원탁테이블에 바둑판이 전부이다.. 나의 이상적인 가구배치이다..

참고로 난 40대인데..내 나이에 15살정도를 더 먹어도 여기서는 막내로 보인다... 웃기다..

다시 들어가서 다른분과 뒀는데.. 조금만 생각하려 해도 그분이 돌을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우고 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기력도 약하지 않다.. 내리 3판을 졌다..

이후 몇판 더 두고 그냥 나왔다.. 기다리는 분도 안오고 갈 시간도 되어가고해서 재밋는 하루였다.. 집에서 즌 바둑을 복귀를 해 봤는데... 웃음만 나온다... 그냥 끊으면 끝나는데.. 왜 2선에서 받아줬지? 란 말만 되풀이 된다...

훗날 단골손님과 얘기해 봤는데.. 로타리기원이 아니라 로타리에 있는 기원이란다... 아 놔!!

할머니 말로는 일요일에 여성을 상대로 프로분이 직접오셔서 강의해 주신다고 한다.. 프로성암은 까묵었는데.. 부산바둑어디서 프로분을 계속적으로 지도 강의해 주신다고하니 관심 있는 여성분들은 그 원장할머니께 문의해 보기 바란다..

할머니께서 오래사셨으면 좋겠다..

평소 인터넷이 있는데 왜 돈을 써가며 기원엘 가는지 이해를 못했다.. 엊그제 전기세만 6만원 넘게 나왔다.. 보통은 만오천원이 넘지 않는다..

내가 쓴 글에는 기/승/전/결 따위는 없다.. 맞춤법도 없다.. 그냥 쓰고 싶은 맘이 들어 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