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경질된 유진룡은 아리랑TV 부사장 임명 관련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경질된 것은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청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까지 받았다. 나는 청와대에서 청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러지 마라. 그런 식의 인사는 좋은 것이 아니다’란 식으로 이야기했다.』

얼핏 보면 박근혜 정부 때의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유진룡 문화부 차관이 경질됐을 때의 얘기다. 경질 이후에 유진룡은 청와대 관계자가 “배 째 달라는 말씀이죠? 째 드리지요.”라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배를 째 달라는 거죠"란 발언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부처는 인사문제를 갖고 수시로 협의한다. 부처가 하는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의견을 내거나 추천을 하기도 하고, 청와대가 하는 인사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 의견을 듣거나 추천을 받기도 한다. 서로 긴밀히 협의하고 상의하는 시스템이 일상화 돼 있다.

아리랑TV 부사장 자리를 두고서도 홍보수석실은 유 전 차관과 몇 차례 상의한 적이 있다. 난색을 표한 것은 유 전 차관이 아니라 사장이었다. 조직을 슬림화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없던 일이 됐다. 왜냐하면 아리랑TV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권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양측 중 어느 누구에게도 매를 들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8년이 지나서 박근혜 정부 문화부 장관에서 면직된 유진룡의 말은 노무현 정부 시절과 판박이다. 청와대의 무리한 인사 요구를 거부했고 이것이 본인의 경질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유진룡은 문체부 과장과 국장의 교체는 문체부가 진행했던 승마협회의 조사 결과가 정윤회 뜻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당시 문체부 차관인 김종의 말은 다르다. 태권도 선수의 아버지 자살사건으로 박 대통령이 체육 개혁에 관심을 갖고 체육계 비리를 없앨 것을 주문했는데 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기 때문에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이라는 거다. 면직에 대해서도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등 경질된 사람들이 그 역할을 안 해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역시 그 어느 쪽에도 매를 들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사실과 진실로 규명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7번국도로는 “참 나쁜 사람인 이유는 모씨의 딸을 승마국가대표탈락 시켜서라는 것이다”고 단정하고 “선거 때 도와준 예술의 전당사장과 정성근 아리랑방송사장 그리고 자니윤의 관광공사 감사 건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로 일관 한 것이 짤리게 된 이유로 알려져 있다“고 연이어 단언하고는 ”충신의 정의는 정도를 걷고 바른말로 주군의 눈을 흐리게 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는 바른말을 해서 면직 되었다“고 규정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것은 가까이할 수 없는 성역이고 증오하는 박근혜 정부에 관한한 7번국도로의 입은 곧 ‘판결문’이 된다. 모두 엎드려 경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