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AI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A의 자리에 붙여서 끄는 변화는 탄력을 붙이는 수단으로서 좋다고 여기는 것 같다. 배석에 크게 관계 없이 그렇다는 것이다.

가령 흑2 때 백3으로 바로 뛰는 것은 좋지 않다.

▼ [그림2] 당장 백은 흑의 '3단콤보'를 얻어맞게 된다. 흑1, 3, 5가 그것인데 백은 어느 틈에 둔탁한 막대기로 변하고 흑이 기분 좋게 활용은 마친 뒤 7로 전개하면 백의 불만이 역력하다.

하긴, 인공지능 이전 시대에도 백이 그냥 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르쳐져 왔다.

▼ [그림3] 과거에는 1~7까지의 수순이 정석이었다. 백1, 3으로 붙여끄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 있다.

▼ [그림4] 백1로 붙여서 흑2로 받게 한 뒤 손을 빼고서 3으로 향하는 것은 이후 개량된 버전의 정석이다. 이런 식으로 귀를 결정해 놓지 않았다가 실리가 더 중요해 지는 상황이 오면(당장은 아닐 수 있다) 백5로 젖히는 수단을 결행하겠다는 심산이다.

▼ [그림5] 흑이 1, 3으로 두면 이하 8까지 백이 귀를 크게 차지할 수 있다. 외곽의 백이 약해져도 문제가 없을 때에 백은 귀를 차지할 것이다.

▼ [그림6] 그런데 이 개량형 정석의 생각에 AI는 동의하지 않는다. 즉시 흑1로 귀의 한점을 접수하고서 백2로 차단할 때 흑3으로 들여다 보아 백을 무겁게 한 뒤 흑5로 늘어놓으면 백 전체가 떠 버린다는 것이다. 백이 귀에서 움직일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즉, 귀를 붙여끌기로 결정짓지 않은 채 바로 백세모로 뛰는 수순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좀 더 과거의 정석형태가 맞다고 보는 셈이다.

▼ [그림7] AI는 백1, 3을 권한다. 흑은 거의 4로 뻗을 것이다.

▼ [그림8] 백1~3까지는 예상되는 평범한 전개다. 이후 어떻게 행마하느냐는 실력을 나타낸다.

▼ [그림9] 흑1은 단단하긴 하지만 활동력이 부족하다.

▼ [그림10] 백1이 따갑다. 흑2로 이을 때 백3이 흑을 은근하게 위협한다. 흑4에 백5. 마치 오목을 두는 것 같은 행마인데, 점차 백이 중앙의 힘을 강화하고 있다. 흑은 애초 한칸 뛴 수로는 다른 수를 연구하는 게 좋겠다.

▼ [그림11] 흑1은 날렵하고 기리에 맞는 수 중 하나로 추천할 만하다. A의 들여다 봄이 선수이므로 흑 돌 사이의 거리는 너무 멀지 않다.

▼ [그림12] 백은 당연히 1로 진출해야 한다. 한데, 여기서 흑2로 두는 것은 백3을 맞는 게 너무 아프다.

▼ [그림13] 흑은 내친 김에 4로 씌워보지만 백5의 강타를 당한다.

▼ [그림14] 1~18까지 흑이 최선을 다해 피해를 최소화해 보려 하지만 백의 세력이 굉장히 두터워지고 있다. 백은 선수를 잡아 20으로 달려서 우세를 확인한다.

▼ [그림15] 1~5까지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 [그림16] 백1로 급소를 알린다.

평화롭게 힘 균형을 맞춰가던 흐름은 숨이 멎는 듯하다. 예사롭지 않은 잽이라서 잘 받아야 한다.

▼ [그림17] 흑1로 하나 밀어두고 3으로 받는 것은 일감으로 떠오를 만한데, 이 경우엔 좀 위험할 수도 있다. 즉시 백4, 6으로 차단해 놓고서 8로 들여다 보는 수가 있다.

▼ [그림18] 백2와 흑3의 교환까지 마치면 원거리 포위망을 완성했다. 이제 백4로 민다.

▼ [그림19] 흑이 탈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하 백10까지 진행되고 나면 양곤마가 생겨서 피곤해진다. 반면 백은 실리도 차지하면서 연결형태가 나와서 편안한 국면이다.

▼ [그림20] 당초 흑은 1로 받아 놓는 편이 알기 쉬웠다.

▼ [그림21] 이후의 예상 진행이다. 이하 9까지 흑과 백은 어느 새 다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그림22] 지금까지 요도정석의 기본형인 두칸높은협공 흑1을 둘러싼 변화를 알아봤다. 변화가 끝이 없겠지만 이 두칸높은협공은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AI는 흑1과 같은 두칸높은협공을 즐기지 않는다.

▼ [그림23] 그러나 흑1처럼 자세를 낮춘 두칸협공은 즐기는 걸 볼 수 있다. 왜 낮춘 자세를 더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소목에 한칸걸친 데 대해 지금처럼 3선에서 두칸 다가오는 협공을 하는 걸 과거엔 변칙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흑1이 오히려 대세가 됐다.

흑1을 둘러싼 변화는 아주 난해하다. AI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유추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