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흑이 변과 귀의 백을 갈라놓는 수로는 흑1이 먼저 떠오른다. 흑1엔 백도 알기 쉽게 행마할 수 있다.

백2로 뛰어 흑3과 교환하고 나서 백4로 변으로 두칸 전개해 놓고 이후 6까지, 어려움 없이 안정했다. 백으로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흑의 세찬 공격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정도의 위협이라면 얼마든지 잘 헤쳐 나갈 것 같다.

▼ [그림2] 뭔가 너무 순조롭다 싶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흑1로 붙여 오는 수가 있다. 좀 더 까다롭다.

▼ [그림3] '붙이면 젖혀라' 라는 기훈대로 백1로 젖히고, 눈을 질끈 감으며 5, 7로 나와 끊어 본다. 흑에게는 8이라는 침착한 수단이 있었다. 백9로 지켜야 할 때 흑10,~14까지로 밀어가면 생각보다 난전이 된다. 우하 백도 갇혀 가고 있다.

호각의 싸움이다.
하지만 뭔가 복잡하기도 하고, 반드시 성공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백에겐 좀 더 좋은 수가 있다.

▼ [그림4] AI는 백1로 찌르는 수가 좀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 [그림5] 백4로 끊고, 8로 변을 지키며, 12·14로 귀의 백 석점을 버리면서 활용하고 난 뒤에 백16의 장문으로 흑 석점을 잡는 데까지를 예상했다면 훌륭하다. 백이 약간 우세하다.

[그림3]에 비해 백이 외곽의 세력 범위가 보다 넓다.

▼ [그림6] 도중 흑1로 이을 때 백2로 끊는 수는 흑을 시험하는 수여서 반대로 흑이 조심해야 한다.

▼ [그림7] 흑1로 느는 게 좋은 출발이며 백2는 가장 강력한 반발이다. 백4는 축을 피하면서 흑의 공배를 줄여간 수. 이어서-

▼ [그림8] 1~6까지 흑이 석점을 포기하는 건 안 될 말이다. 이하 8까지 백의 두터움이 워낙 막강하다.

▼ [그림9] 백1 때 흑2로 방향을 틀어봐도 이하 19까지 된다면, 역시 백이 두터움이 막강해서 흑이 아주 괴롭다.

그렇다면 흑은 어떻게 두어야 했을까.

▼ [그림10] 백1 때 흑2로 뻗는 수가 좋은 맥점이다.

AI는 수읽기를 별로 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흑2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 변화가 백이 우세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시간을 들여 깊게 수읽기를 하더니 흑2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을 바꿨다.

▼ [그림11] 백1로 수상전을 하려고 하면 흑2로 젖힌 다음 4로 먹여치는 수가 있어서 6까지 흑이 백을 잡게 된다. 처음에 1선으로 뻗은 수가 작용하고 있다.

▼ [그림12] 따라서 백으로서도 백1, 3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고 이하 6까지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것은 호각의 진행이다. [그림5]는 백이 우세한 그림이었던 것에 비하면 백 입장에선 별로다. 괜히 흑을 시험했다가 후회하는 장면이다.

▼ [그림13] 흑1로 이었을 때 A로 뻗는 변화가 백에게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A 대신 백2로 두는 것도 좋은 수단이다. 이후에 흑과 백이 어떤 경합을 벌일지를 예상할 수 있다면 상당한 실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