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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배우니 아빠와 대화하는 시간 많아졌어요
서울 서대문구 자연유치원의 바둑 수업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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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아빠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송지연 자연유치원 원장은 바둑이 준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아파트 ‘숲’ 어귀에 있는 자연유치원은 올해 3월부터 바둑을 가르친다. 건물 외관만 봐서는 특별히 바둑을 가르치는 곳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지만 들어가 보면 바둑수업이 펼쳐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교실 한쪽에 선 삼각배너에는 ‘2015 유치부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이라고 써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바둑교육이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에서 바둑을 배우고 나면 집에 가서도 바둑을 둔다. 아빠나 할아버지가 상대다. 본시 어린이들의 머릿속에 바둑은 아빠와 할아버지의 놀이다. 무뚝뚝한 우리네 아빠들은 상대적으로 엄마보다 자녀와의 소통이 적다. 바둑은 그런 아빠와 자녀를 이어주는 훌륭한 매개체다. 바둑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르리라 생각했던 어린 자녀가 “아빠, 같이 바둑 둬요.”라며 먼저 다가올 때 반기지 않을 아빠가 있을까. 바둑판과 바둑알을 구입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 송지연 자연유치원 원장은 "유치원에서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더 알 수 있도록 유치원에 현판을 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족간의 소통은 참으로 중요하다. 유치원에서도 중점을 두어 교육하는 항목일 것이다. 송 원장에게 '소통'에 대해 물었다. 어린아이에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유치원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다. 어린이들은 유치원에서 와서 배우지만 결과가 드러나는 곳은 가정이다. 가정의 소통과 화합이 이뤄질 때 유치원은 제 할일을 다하는 것이다. 엄마와는 친밀해도 아빠와 소원했던 아이들이 바둑으로써 가까워졌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대화하는 아이는 커서도 얘기하며 어릴 때부터 소통이 없으면 자란 뒤에도 대화가 부족하다. 대화하는 일이 없는 아이는 학창 시절에 왕따를 당해도 부모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 바둑을 도입한 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떤가? “환영 일색이다. 바둑을 도입하지 않은 주위 유치원의 부모들은 부러워한다. ‘바둑’이라는 단어 자체를 과거엔 잘 사용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지만 이젠 우리 유치원의 어린이들은 바둑에 관해 대화하고 바둑용어를 말한다. 바둑이 두뇌계발에 좋고 집중력을 키워준다는 상식을 모르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으로 ‘21세기 영재육성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바둑이 있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2015 유치부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이 진행된다. 전국의 225개 유치원이 신청했는데 이 중 49개 유치원이 선정돼 2,740명의 어린이가 대상이 됐다. 해당 유치원엔 강사가 파견되고 교구와 교재도 지급된다. ○● 유치원 놀이바둑교실 홈페이지 둘러보기 ☜ 클릭 자연유치원은 아슬아슬하게 마감 하루 전 신청했다. 뒤늦게 정보를 듣고 신청한 게 아니라 바둑을 한번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평소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지다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 신청을 하게 됐다니, 이런 절묘한 '타이밍'이 없다. 송 원장의 얘기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방과후학교로 바둑을 배운다. 우리 유치원 아이들도 바둑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바둑'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기원’을 검색해 봤다. ‘한국기원’ 링크가 눈에 퍼뜩 들어왔다. 한국기원이 바둑협회를 의미하는 줄 모르고 어른들의 바둑 사교공간인 기원인 줄 알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15 유치원 무료지원 놀이바둑교실 신청을 받고 있었다. 1월28일 신청을 받기 시작해 마감 시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원감선생님이 사연과 함께 신청했는데 선정이 돼서 뛸 듯이 기뻤다.” 막차를 탄 자연유치원이었지만 수업 시작은 전국 유치원 가운데 가장 빨랐다. 3월3일 54명이 바둑을 배우며 스타트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이번 사업이 성장기 어린이들의 두뇌발달과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하반기에 유치부 바둑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 자연유치원을 찾아갔다.  ▲ 이곳은 자연 유치원의 복도.  ▲ 바둑수업이 시작됐다.  ▲ 제가 대답해 볼게요!  ▲ 자석 바둑판은 미니 사이즈다.  ▲ 문제 풀이에 열중인 아이들. 이곳에선 박재일 강사가 바둑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좀 이른 물음일 수 있지만, 어린이들 반응은 어떤가? “생각보다 바둑에 대한 흥미도가 높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 유치원생을 가르친 경험으로, 이번 놀이바둑교실의 시도에 대해 말해 본다면? “병설유치원에서 가르친 예를 보면, 거기서 배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돼서도 바둑을 배우는 경우 눈에띄게 ‘총명’하다는 걸 느낀다. 바둑도 그렇고 다른 면에서도 뭔가 다르다. 국가가 지원하는 이런 본격적인 형태로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렇게 유치원 교육이 본격화하면서 달리 느낀 점은, 종전에 견줘 바둑 습득 속도가 빠르다는 점. 전에는 초등학생보다 유치원 어린이들의 적응 속도가 느리다고 봤는데 초등 1, 2년생보다 실력이 빠르게 진보하는 사례가 보인다. 교재가 매우 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처음엔 이 교재 수준이면 유치원 아이들에게 어려울 거라 예상했었다.” - 아이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가 됐나? “단수와 피하기를 응용해 한판의 바둑을 완성할 수 있다. 세련되진 않더라도 대국을 끝까지 해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교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전이 재미있어야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 호오, 불과 몇 개월 만에 그 정도까지 갔다니 놀랍다. 집중은 잘 하나? “아이들의 집중력이 생각보다 좋다. 산만한 아이들이 없지 않지만 바둑에 재미가 붙은 아이들이 점차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그렇지만 주 1회 수업은 너무 시간이 적지 않을까? “흥미를 생기게 하기엔 충분하지만 효과를 누리기엔 아쉽다. 어린이 바둑저변 확대엔 문제 없겠지만 영재 발굴까지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수업시간은 더 필요하다.” - 유치원이라서 나타나는 특성은? “어릴수록 감성이 여리다. 부드러운 말투, 강압적이지 않은 지적,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 바둑은 내가 전문이지만 유치원생 나이의 어린이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는 여기 계신 선생님들의 방식을 참고하고 있다.” - 남자 강사라, 무게감이 있는 등, 좋은 점이 있겠다. “나는 터프한 스타일이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어린이들 통제가 잘 된다. 그런데 아저씨 스타일로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재미없어 한다. 유치원 어린이들은 여성스러운 면이 적합하다.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인기 만화 등장인물의 옷을 입고, 목소리를 흉내내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 저희는 바둑 라이벌이에요!  ▲ 바둑알 크죠?  ▲ 파란 바둑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지한 대국.  ▲ 혼자 힘으로 끝까지 바둑을 두니 자신감이 붙어요.  ▲ 바둑 시간이 기다려져요.  ▲ 바둑알을 다 쓰고 나면 이렇게 담아요.  ▲ 담고 나선 이렇게 당기는 거라구~  ▲"바둑, 배워 보니 정말 재미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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