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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대표를 국회로 보내야한다!"
전남바둑협회 이만구 회장의 '도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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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에 대비해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이이 선생처럼 바둑의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소리 높여 외치는 이가 있다. 다 같이 해보자고 제언하는 수준이 아니라 애쓰면 당장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거의 호언장담하는 수준이다. 요즘 와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7년 전부터 줄곧 노래 부르듯 해온 말이다. 입법기관에 1천만 바둑인구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를 넣어야 한다. 이를 테면 국회에 비례대표의원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활동할 수 있도록 바둑계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론을 모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소리는 3년 전부터 줄기차게 해오고 있다. 이쯤되면 돈키호테 식 허황이라고 여기실 터인가, 아님 도전정신 뜨거운 프론트맨이라 생각하실 텐가. 전라남도바둑협회 이만구 회장 이야기다. “처음 만났을 땐 황당한 얘기 같았는데 그런 아이디어들이 하나씩 하나씩 이뤄지는 걸 보고 다시 보게 되었죠.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에 한국바둑고가 만들어진 거죠.” 여러 사람 증언을 들을 것도 없이 양건 9단의 이 한마디가 모든 걸 대변한다. 정히 의심스러우면 현재 전라남도 바둑계 현황을 체크해 보면 당장 실체가 나온다. 전남에는 크고작은 바둑대회가 많이 있지만 굵직한 대회만 고른다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전남도지사배, 6회째 대회를 치른 전남교육감배와 이번에 새로 만든 순천만국가정원배 학생대회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도와 3개 군(강진군, 영암군, 신안군)이 합심하여 10억 원의 초대형 규모로 선보인 국수산맥배가 2년 연속 열렸다. 국수산맥배는 프로대회와 아마대회를 병행하는 국제대회다. 크고작은 대회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피돌기가 활발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보다 실은 이것에 더 주목하고 싶다. 바둑이 대한체육회에 정가맹 경기단체(55번째 종목)로 승인 받은 것이 2009년, 6년 전이다. 그리고 지난해 제9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시범종목으로 참가할 수 있기까지 전시종목(동호인종목)으로 번외경기를 치러왔다. 2년의 시범종목을 거친 끝에 내년에야 비로소 정식종목으로 입성한다. 그런데 전남에서 바둑은 2009년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된 바로 다음해 전라남도체육회의 정가맹 경기단체(전남바둑협회)로 인정 받았고, 2012년부터 전남도민체전에서 정식종목으로 당당히 뛰게 됐다. 대한체육회에 대한바둑협회가 정가맹단체가 되었다 하여 시도단위 체육협회에 자동 정가맹단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는 그들대로 별도의 심사와 단계를 거친다. 최근에 생긴 세종시를 제외하고 16개 시도 중 전남이 첫 번째로 도민체전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간 것이다. 충북이 두 번째로 뒤를 이었으나 그 다음은 없다. 전시종목에조차 아직 끼지 못한 타 시도가 있는 걸 생각하면 전남바둑협회의 행보와 노력이 어떠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 이것이 전남의 힘! 전국체전 2연속 우승은 거저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전남바둑협회를 중심으로 전남의 바둑인, 도민, 리더들이 비전을 갖고 똘똘 뭉친 결과다. 그 축이 이만구 회장이다. 지난해와 올해 시범종목으로 치른 전국체전에서 전남이 2년 연속 우승한 저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수긍이 간다. 2008년부터 전남바둑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만구 회장을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학생바둑대회가 열린 대회장에서 만나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 전국체전과 소년체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시점에 참말 고마운 학생대회를 하나 만들어주셨네요. 전남과 순천시가 순천만국가정원배를 만든 계기가 있다면? “순천에 바둑특성화 고등학교인 한국바둑고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났고 내년 2월이면 첫 졸업자를 냅니다. 세계에서 하나뿐이 바둑고등학교죠. 그런데도 아직 이 학교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요. 좀더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학생대회를 만들게 됐죠. 전남교육청 장만채 교육감의 의지 덕분입니다. 여기에 순천시 조충훈 시장께서 적극 거들고 나서주신 거죠. 한국바둑고가 어디에 있습니까? 순천에 있고 장래 순천이 내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육브랜드가 될 수 있는 학교잖습니까. 원래는 대회장소를 한국바둑고로 할 생각이었으나 아직 체육관이 완공되지 않아 첫 대회는 순천만정원에서 치른 겁니다. 순천시가 내세우는 세계적인 정원을 홍보하는 의미도 있고요.” 전남에 바둑고등학교를 세우겠다는 것은 장만채 교육감의 공약이었다. 장 교육감은 순천대 총장을 지내다 2010년 16대 전남교육감에 당선된 후 17대(2014년 재선)를 연임하고 있다. 장 교육감이 전남도지사배 대회장까지 찾아와 선거운동을 펼칠 때 이 회장이 대회현장에서 만났고 그때 몇가지 바둑공약을 청했다. 한국바둑고의 탄생하기까지 이런저런 배경이 있다. 물론 인터넷 4단을 둘 정도로 바둑을 좋하하는 장 교육감이기에 실천가능했던 공약이다. 내년 4월쯤 완공 예정인 한국바둑고 체육관에는 바둑대회를 벌일 수 있는 대국실이 들어선다. 중계할 수 있는 방송시설까지 갖춘다고 한다. 전국의 바둑부들이 전지훈련을 하거나 방학에 바둑캠프를 올 수 있는 환경까지 헤아리고 있다. 전남교육청과 순천시의 예산지원 없이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작업이다. 특히 한국바둑고는 조충훈 순천시장의 할아버지가 터를 기부채납해 만든 학교니 오죽이나 각별하고 애정이 크겠는가. 이번 순천만국가정원배 학생대회도 전남교육청과 순천시에서 각 3천만 원씩 예산을 보태 6천만 원 규모로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바둑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전남이든 어디든 가리지 않고 뛰어가는 이만구 회장. 지난 9월 한국바둑고 바둑부 창단식에서 미래 바둑의 역할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소 소신을 전하는 모습. “하나밖에 없는 바둑특성화고의 발전 판도에 따라서, 바깥에서 보는 바둑에 대한 교육적 관점과 투자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3학년 중 6명이 명지대에 지원하여 5명이 합격했고, 입학생 모집 3년 만에 처음으로 미달사태가 안났어요. 전국에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입니다. 앞으로를 내다본다면 바둑지도자, 교육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바둑학교가 더 필요합니다. 전국에 몇 개 더 있어야 합니다. 당장 바둑중학교도 하나 더 있어야 하고요. 순천만국가정원배가 한국바둑고를 홍보하고, 넓게는 바둑특성화학교가 교육적 밑거름이 되고 발전하는데 이 대회의 의의가 있지요.”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지요. 전남의 기관장들이 이처럼 바둑을 이해하고 애호하는 데다 이 회장님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곧장 발로 뛰는 보부상이 있기에 ‘물건’이 만들어진 거 아니겠습니까. 국수산맥배를 성사시킨 것도 이 회장님과 전남바둑협회의 개가구요. 어딜 가나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주창하고 계십니다. 바둑을 통한 인성교육과 바둑지도자 육성에 대해 2008년 전남바둑협회 회장에 취임할 무렵부터 거론하신 걸로 압니다. “미래사회는 어떻게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느냐에 달려 있지 굳이 궂은일을 열심히 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을 거라 예상합니다. 일은 누가 하느냐고요? 컴퓨터가 하고 로봇이 하고 기계가 다 하겠지요. 지금도 그러는데 생각해 보세요. 옛날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가령 만 명이 필요했으면 지금은 100명도 필요 없게 되었지요. 그럼 다 어디로 가나요? 결국 미래에는 생명공학이라든지 새로운 세계에 맞는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잖아요. 그 새로운 일자리 중에는 ‘놀이여가’ 부문이 크게 자리할 것이고 바둑이 그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저는요, 바둑에 내포된 정신과 철학, 교육적 요소를 키워서 교육과 접목시키면 당장 우리나라에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어낼 여지가 있다고 봐요. 당장 전국의 학교에 바둑지도자 1명씩만 자리해도 몇 명입니까. 바둑발전도 중요하고,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 일자리 없다고 난리인데 빨리 바둑이 교과목으로 들어가도록 교육부와 얘기하자. 로비를 하든 법제화를 시도하든 서둘러 애써보자, 한국기원에 이렇게 얘기해요. 그 길로 가자, 바둑의 교육적 접근만이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다. 제가 전남바둑협회장이 되자마자 외쳤는데 처음엔 뭔 소리인가 다들 시큰둥하더니 그게 이제야 많이 인식하고 공감해 주더군요. 앞으로 바둑을 육성발전시키려면 어린이들이 바둑을 두게 해야한다. 바둑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교육적 가치와 효용을 인성교육에 접목하고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나가야 한다. 이것이 처음부터 제 원칙이었고 바둑고 추진도 이런 차원에서 추진한 거죠.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조훈현 국수의 영암군과 김인 국수의 강진군, 이세돌 국수의 신안군과 함께 국수산맥배를 만들 때 중국 어린이 300명을 대거 초청해 한국 어린이 900명과 교류하게 하자고 했어요. 바둑을 통해 한중 양국의 어린이들이 문화적 체험을 하는 마당이 되어야 지자체에서 명분을 갖고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죠. 첫해는 과연 성공할까 반신반의했으나 한번 해보고 나니까 2회 대회도 했잖아요. 차제에 기관장 교체에 상관 없이 매년 열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 법제화를 말씀하시니, 요즘은 바둑대표를 국회로 보내자고 주창하시던데...? “바둑인구가 1천만 명이라고 하는데, 적게 잡아도 500만 명은 된다고 보고요. 이 수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수지요. 바둑인구 500만을 대변할수 있는 사람이 입법기관에 한 사람쯤은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비례대표의원에 바둑계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 깨어 있고 봉사적이고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는 프로기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결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3년 전부터 계속 외치고 다녔는데 이제 그것이 공감 되는가 보더라고요. 하하.” 이 회장은 전남바둑만이 아니라 한국바둑의 미래를 보고 어떻게 실천해 갈 것인가를 항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코 잘난 체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바둑)인데 필요한 건 정말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표정이었다. 이런 면에서 한국기원이 무척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더 큰 비전제시를 못하는 듯하여 아쉽고 안타깝다고 한다. 이 회장이 전남 땅뿐 아니라 전국 어디고 보부상마냥 돌아다니는 이유다. “바둑 속에 있는 바둑의 철학, 교육적 요소 등이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됐고 또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됐는데 그걸 발전시켜 미래세대들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겠어요?” 마지막 이 회장의 말이 긴 울림으로 남았다.  ▲ 제1회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학생바둑대회 시상식이 끝나고 기자가 마지막으로 요청한 사진이 대회관계자와 전남바둑협회 회원들을 함께 담은 기념컷이다. 첫날 백발이 희끗희끗한 초로의 어른들이 문가에 서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대회진행을 돕는 모습을 보고 아르바이트 요원이거나 자원봉사자이거니 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다들 전남바둑협회 이사분들이라는 게다. 직장에 돌아가면 사장님이거나 임원,혹은 원로급 말년 고참일 분들이 바둑대회 성공을 위해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는 걸 보고, 전남바둑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실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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