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하늘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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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하늘이 만든다
| 오현세 2020-08-23 오전 08:10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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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집은 하늘의 뜻일지라도, 끝까지 투혼을 보여준 당신은 우리의 영웅
영웅은 하늘이 만든다
마침내 농심배가 막을 내렸다. 비록 최종국에서 커제에게 반집패함으로써 우승은 놓쳤지만 5명의 적장을 앞에 두고 홀로 출전한 박정환의 모습이 어쩌면 예전 이창호의 5관대첩과 그리 닮았나!
야구선수가 꿈에도 그리는 장면이 있다. 한 점차로 앞선 승부에서 상황은 노아웃 만루!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투입된 마무리투수의 꿈은 뭘까? 세 타자를 3구삼진으로 아웃시켜 승부를 마무리 짓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투수의 꿈이다. 타자는? 3점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 상황은 2아웃, 그런데 잔루 만루! 여기서 만루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는 것. 이것이 타자의 꿈이다. 이때 투수와 타자는 영웅이 된다. 이런 상황은 선수 개인의 능력과는 큰 관계가 없다. 바로 그런 상황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웅은 인간 스스로 될 수 없다. 하늘이 만들어 주어야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창호가 영웅이 된 ‘샹하이 대첩’이 이창호의 의지로 된 것인가? 아니다. 하늘이 만들어 준 것이다. 앞에 내세운 네 명의 장수가 다 낙마하고 홀로 남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커제와의 마지막 한판을 앞둔 박정환을 보며 “영웅은 하늘이 만든다”는 말이 뼈저렸다. 1:5의 열세에서, 그것도 중국의 4명이 모두 한국기사에게 껄끄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세계타이틀을 맛본 기사들임을 헤아릴 때 솔직히 박정환이 장비처럼 조조의 십만 군사를 호통 하나로 물리 칠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이 있었겠나?
게다가 판팅위와의 재대국! 그에 이은 세얼하오와의 더블헤더라니!
혼잣생각이겠지만, 판팅위는 박정환의 마우스 버그를 알았을 때 패배를 시인 할 수 없었나? 셰얼하오는 판팅위가 재차 지는 모습을 본 다음, 대국을 기권하고 “하루 쉬어 컨디션을 조절한 다음 우리 중국의 최강 커제와 건곤일착의 명승부를 기대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권할 수는 없었나? 판팅위는 두번 지고, 셰얼하오는 지친 적장을 상대로 패배했을 때 커제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지면 천하의 망신이요 이기면 지친 상대를 상대로 어부지리를 얻었다 할 테니, 커제는 무슨 죈가?
강한 자와 약한 자는 상대를 이겼을 때 차이가 난다. 몽테뉴가 말했다. 강한 자는 상대가 쓰러지면 더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왜? 일어나 다시 도전하더라도 이길 수 있으니까! 반면에 약한 자는 상대가 행여 쓰러지면 두번 다시 일어날 수 없게 짓밟는다. 왜? 다시 도전하면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이것이 진정한 강자와 약자의 차이다.
그러면 케제는 강자인가 약자인가? 당연히 강자다. 그런데 어찌해도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지면 치욕, 이기면 본전, 승부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마지막 무대에 오른 커제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러나 최종국에 임한 두 사람은 과연 당대 최고의 기사들이었다. 미묘하게 반전을 거듭하던 승부의 저울추가 마침내 커제의 반집승으로 기울었지만 박정환의 필사적인 추격과 커제의 혼신의 힘을 다한 뿌리침은 바둑이라는 게임이 보여 줄 수 있는 드라마의 극치를 연출했다.
반집은 인간의 소관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이 만든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체스지만 바둑은 신이 만든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 신의 유희에 최후의 두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박정환과 커제. 두 기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커제, 당신은 최고의 기사임을 보여주었지만 박정환은 영웅이었다. 당신에게 그 영웅의 자리를 준 하늘에 감사하자. 잘 싸웠다. 박정환, 당신은 우리 바둑팬의 영웅이다.
오현세 / 작가
한국 현대바둑 70주년기념 바둑문학상 공모전에서 <인간 발전의 가늠자 바둑>이란 작품으로 수필부문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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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yboy |
｜ 2020-08-24 오후 8: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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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을 이제야 봤습니다. 또 하나의 영웅이 있는데... 오 현세 작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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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on |
｜ 2020-08-24 오후 2:22: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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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자면 지난 두번의 대국에서 커제는 99% 이긴 바둑을 어이없는 실수로 놓친바 있습니다. 그후 그는 형세판단에 대해 집중 연구한듯 합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갚아주게 되었습니다. 김성룡이가 그 사건을 악용해 커제를 조롱하하더니 이번엔 할말을 잃었나 조용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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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실수 |
｜ 2020-08-24 오후 2:16: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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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 박정환 선수는 용을 잘 그려놓고 마지막 눈에 점을 찍지 못하였습니다. 영웅이라면 눈까지 그려 넣었겠죠! 그렇게 완성한 기사는 이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이 있었기에 박9단은 1%가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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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캡틴 |
｜ 2020-08-24 오전 11:1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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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승부에서 승패는 이기고자하는 굳은결의에서 그 승패가 좌우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9단은 역전한 상태에서 안전운행을 하려다가 커제의 일선 입구자를 당한후 부터는 후수를 잡아서 어덯게 두더라도 역전은 없엇습니다,,,누가 커제가 끝내기에 약하다고 하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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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a0721 |
｜ 2020-08-24 오전 12:54:00 [동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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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뭐 바둑 몇판 이겼다고 인생 전체에 있어 일부에 불과하지만 저런 경우가 인생에서 많이 오는게 아닙니다. 우승도 좋지만 최선을 다해서 대국하고 어느정도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게 의미겠습니다. 인생도 저렇게 살면 후회없는 인생이지요. 다이겨 우승했으면 아쉬움이 전혀 없어 안타까움과 절박함의 의미가 퇴색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승부는 끝난게 아니라 계속되고 있으니 언제라도 저런 일이 반복되리라 믿습니다. 그때 또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죽기전까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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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자리 |
｜ 2020-08-23 오후 8:13:00 [동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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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을 딛고 이겨야 영웅이지.판팅의 양보,세얼의 기권같은 어불성설은 작가의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엉뚱한 가정이다.끝내기에서 커제의 반집 승은 완벽 그 자체였다.커제가 우상귀 패를 받고 좌하귀 패를 안 받았을 때 우리 해설자들이 설왕설래했지만 커제는 그게 최선이고 그걸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는 것.이번 농심배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여전히 커제가 세계 최강이라는 걸 확인해 준 대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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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바기 |
｜ 2020-08-23 오후 5:3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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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라 칭 하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습니다. 박사범이 끝까지 영혼을 불태웠지만 한국바둑을 끝내 승리를 이끌지 못함은 영웅의 칭호를 듣기에 조금더 분발이 필요 합니다. 끝내 이루리라는 희망을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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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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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전에 판팅위와 재대국하고, 오후에 세얼하오와 또 대국하느라 박정환9단이 많이 피곤햇을 겁니다. 그점이 가장 아쉬운 대목입니다. 잘 하면 이창호9단의 5관돌파를 재현할 수 있었을테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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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dlove |
｜ 2020-08-23 오후 4: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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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세 작가님 오랜만에 가슴에 와 닿는 글입니다. 하늘이 만들어준 박사범같은 영웅이 다른 분야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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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math |
｜ 2020-08-23 오후 12:3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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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자존심을 보여준 영웅 박정환을 한국기원이 엄청 불안하게 만들었었던 대회..농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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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줄2 |
｜ 2020-08-23 오후 12:31:00 [동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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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진 바둑이 있고
져도 이긴 바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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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xair |
｜ 2020-08-23 오전 10:5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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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가 (23), 박정환 (27) 선수 바둑 나이가 많이 차서 시간의 편은 커제에게 유리한데.. 더군다나 기량면에서도 커제가 반집 정도 더 유리해 보입니다. 1등과 2등의 차이는 반집인데 순위가 잘 바뀌지 않는 건 대국실이나 교실 안 풍경이나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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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캡틴 |
｜ 2020-08-23 오전 9:3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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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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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極熊 |
｜ 2020-08-23 오전 8:25:00 [동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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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오현세 작가님 !!! 심금을 울리는 듯한 멋진 칼럼 적절한 비유... 잘 읽고 갑니다. 건승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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