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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성폭행 사건’ 재조사 요구하고 나선 프로기사들
이창호, 박정환 등 24일 현재 151명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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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한 프로기사의 수가 150명을 넘어섰다. 기자가 기억하는 한, 한국바둑계에서 어떤 사건에 이처럼 많은 기사가 자기이름 석자를 기꺼이 내건 예가 없었다. 이창호, 박정환, 신진서도 보인다.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2주도 채 안됐다. 기사들이 가령 예선대국 같은 스케줄이나 있어야 한국기원에 발걸음하는 걸 헤아린다면,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이가 동참했다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정확히, 8월24일 오후10시 현재 151명이 서명했고, 미성년 기사들의 참여요청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50명 전체기사 중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김성룡 성폭행” 윤리위 보고서 폐기와 재조사 서명 이 제목으로 윤리위 보고서의 왜곡된 부분을 몇 개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궤변과 왜곡으로 가득찬 윤리위 보고서의 존재 자체가 (디아나 초단에게) 3차피해”라고 밝히며 “기존의 윤리위원회 보고서를 폐기하고 공정한 재조사를 요구”하며 기사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김성룡 9단은 7월10일 한국기원 임시이사회에서 제명됐다. 대다수의 바둑팬은 ‘김성룡 성폭행 사건’은 이걸로 일단락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 바둑계의 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의혹만 증폭한 채 본진 못지않은 여진이 일고 있다. 한국기원의 윤리위원회 최종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면서, “두 당사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볼 때 김성룡의 진술이 디아나의 진술보다 일관성과 신빙성이 조금 더 높다” 등 여러 대목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윤리위의 의견이 드러나 반발을 사고 있다. 때마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사건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것과 겹쳐 파문은 더 커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안희정 1심 판결에 대해 '잘 못된 판결'이라는 여론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여성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프로기사들의 서명운동은 ‘바둑계 미투’의 미숙한 봉합에 대한 후폭풍인 셈이다. 진행중이긴 하나, 무려 151명이나 서명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주장하는 바가 정확히 뭔지 궁금했다.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비바(BIBA)도장을 찾아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승준 9단을 만났다. 비바도장은 ‘K바둑을 세계로 전파’하는 외국인 대상 바둑전문도장으로 디아나 초단은 이곳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사범이다. 김성룡 성폭행 의혹사건이 터진 이후 한국기원집행부의 미숙한 대응, 늑장처리에 공분한 바둑인과 팬들이 페이스북에 <디아나 사범님과 함께하는 사람들 (With you, Master Diana)>이란 공론의 장을 만들었고, 현재 385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함께하고 있다.  ▲ 페이스북을 통해 줄곧 한국기원집행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디아나 사범님과 함께하는 사람들(With you, Master Diana)' 대문이미지. 회원이 3800명에 이른다.
- 오랜만입니다. 우선 디아나 사범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윤리위 조사 두 달 동안 정말 힘들어 했습니다. 2차가해나 다를 바 없는 질의서와 이에 대한 답변서 작성 때문에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과거 사건을 자꾸 들추게 되고, 불안증세에 잘 먹지도 못했어요. 그나마 최근에는 많이 편해졌지만, 어떤 경로로 윤리위 보고서를 입수해 보고 난 후에는 흥분하거나 우울한 모습을 다시 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 잠깐만요. 윤리위 보고서를 어떤 계기로 ‘입수’했다고 하셨나요? 징계를 논의하기 직전이나 직후 한국기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다는 말이네요. “아직까지 못 받았습니다. 줄 수 없다는 게 한국기원 입장이랍니다. 최소한 당사자에게는 보고서 결과를 보여주는 게 도리 아닌가요? 처음 윤리위가 조사를 시작할 때 '윤리위 결론을 존중할 것'을 종용하는 사인을 요구했는데 디아나는 이러한 ‘묻지마 수용’에 대해 거부하고 확인서 문구를 '윤리위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로 수정한 후에야 사인했어요. 김성룡은 바로 사인했고요. 그런데 모순이잖아요. 이렇게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을 건데 왜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사인부터 받으려 했는지. 보여주어야 따르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김성룡은 모든 것에 따르겠다고 사인을 하고도 운영위원회의 징계에 불복하고 재심을 요구했잖아요. 이것을 한국기원은 당연한 양 받아들였고요. 이럴 양이면 애초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맥락의 문서에 서명을 요구한 이유가 뭐였는지.” - 바둑팬들의 입장에서 드러난 현상만 단순히 보면, 이미 김성룡이 제명되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디아나 초단은 초지일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랐습니다. “가해자의 사과는 본인이 끝까지 안하는데 어떻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신뢰할만한 제3의 단체에 맡기거나 외부 인사위원회를 꾸리는 형태로 이 사건에 대해 공정하게 재조사해 달라고 저희가 요구하는 이유는 김성룡과의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이건 한국기원과 디아나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윤리위 보고서가 왜곡되었다는 점입니다. 조사기간 2차가해가 있었고, 최종보고서에 의한 3차가해가 불을 보듯합니다. 첫째, 이 보고서의 내용과 결론을 바꾸지 않고는 디아나의 피해가 걱정됩니다. 보고서대로라면 김성룡보다는 디아나가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으니까요. 둘째, 기원집행부가 보고서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 첫째 이유는 윤리위원들의 해명을 듣기 쉽지 않을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의문은 한국기원 집행부에 직접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임시이사회가 끝나고 여드레 뒤(7월18일) 어렵사리 유창혁 총장과 면담하는 자리를 얻었지요. 그때 디아나가 아마추어 바둑인 이승현 씨(변호사를 선임하기 전까지 디아나의 대리인 역할)와 유총장을 함께 만났는데 첫 답변이 “자세히 읽지 않아서 내용을 잘 모른다”였다고 합니다. 잘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더 물어볼 수 있는 게 뭐 있겠어요. 거기서부터 콱 막혀 더 진전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이후 대화는 유총장이 나는 잘 모르니 배석한 직원 두 사람에게 묻고 답하게 하는 상황이었고요.” - 잠깐만요, 이해가 안돼서 그러는데 면담날짜가 7월18일이면 징계를 결정했던 임시이사회(7월10일) 이후잖아요. 유창혁 총장은 운영위원이자 이사이므로 당연히 임시이사회에서 징계 표결에 참여했을 것이고, 윤리위의 최종보고서는 이 결정을 앞두고 사전에 한국기원 이사들에게 배포한 자료였으니, 유총장 말대로라면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판정을 앞두고 자세히 안 읽어봐 잘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 와전된 건 아닐까요? “그날 대화 녹취록이 있으니 들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묻고 싶은 걸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나온 그날 면담 이후 일주일쯤 지나 디아나가 유총장에게 이런 문자를 보냅니다. “읽어보셨나요?” 그때 유총장의 답이 “읽어봤어. 문자로는 좀 그렇고 언제든지 와서 문의해”였어요. 그제야 제대로 읽어봤다는 걸 인정하고 있으니 와전일 수 없죠.” 마침 이 인터뷰기사를 쓰고 있을 때 유창혁 총장의 면담 내용에 대해 한국기원이 홈페이지에 반박문을 실었다. 한국기원은 “당시 유창혁 사무총장은 ‘윤리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요약본)를 읽어봤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읽어보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 한종진 9단ㆍ남치형 초단 글에 관한 한국기원 입장 표명 ☜ 클릭 뜻하지 않게 "읽어봤다/안읽어봤다" 사실관계가 중요해졌다. 다시 김승준 9단쪽에 보강취재를 했다. 정확한 팩트를 확인해야 하니까.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녹취록을 보내준다. 유총장이 봤다는 요약본은 어떤 것인지 몰라도 한국기원 이사들에게 사전배포한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이게 정확한 문서명)는 32페이지에 달한다. 디아나 초단이 물은 건 이 정식보고서를 말한 거고, 당연히 이사들도 이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하고 판단하여 징계를 결정하였다. 이걸 사전에 배포한 주체가 유창혁 사무국이다. - (이승현) 윤리위에서 결과보고서를 디아나에게 주진 않았지만 저희가 어떻게 보게 되었다.(이사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내용이 디아나가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이 너무 많더라. - (유총장) 그건 나도 못 봤는데 - (이승현) 아니, 그걸 왜 못 보셨어요? - (디아나) 그건 무조건 봐야하는데, - (유총장) 운영위에서 했을 때 요약본만 본 거라 - (이승현) 요약본만 보더라도 정황적으로 나타나는데 - (유총장) 요약본 봐서는 잘... - (이승현) 두 분 윤리위원(차영구/장은애)은 보시고서 이상한 점-사실왜곡, 불공정한 부분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셨는지? 그리고 디아나 초단이 유총장과 면담 일주일 후인 7월23일 주고받은 카톡 내용도 일부 전송해주었다. (디아나) 안녕하세요. 보고서 이젠 다 읽어보셨나요? (유총장) 내용은 읽어봤어요. 문자로는 그렇고 궁금한 사항 있으면 언제든 와서 문의주세요.  - 그렇다면 윤리위의 보고서에서 어떤 부분이 왜곡되었다고 보시는지 한두 개만 적시한다면? “페이스북 계정, 디아나 사범님과 함께하는 사람들(With you, Master Diana)을 처음 개설하신 박우석 박사님이 공익차원에서 보름전쯤 윤리위 보고서를 피디에프(PDF) 파일로 전문을 올려놓으셨으니 누구나 다운받아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여기서 전문을 한번 보시고요...몇가지만 얘기하면, 왜곡의 절정은 바다에 간 이야기입니다. 김성룡은 소명하길 ‘합의에 의한 관계였고 이마저도 몇 번 시도하다가 잘 안됐고 상대가 중간에 거부해서 중단했다. 관계는 맺지도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디아나는 아침일찍 집에 갔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성룡이 윤리위에 소명한 이후 디아나가 사이버오로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날 아침 보리스, 마크와 만나 넷이 바다에 갔다는 사실을 처음 밝힙니다. 그러니 피해자가 가해자를 따라 바다에 간 게 가해자로선 유리한 진술일 수 있는데도 번복할 수 없게 되지요. 진술의 일관성을 의심받을 테니까요. 반대로 디아나는 불리할 수 있는데도 그날의 기억을 사실대로 진술합니다. 유일하게 자기만이 수영을 해 이상했다는 보리스가 진술서에 마크라는 친구는 깁스를 해 수영을 할 수 없었지만 디아나는 그날 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는 등 당시 상황을 기술하고 있지요. 그런데 윤리위 보고서는 이런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거기에 추론까지 덧붙여 어엿한 의견으로 명시하고 있어요. - (중략) 디아나가 집에는 가지 않고 친구가 김성룡의 집으로 오기를 기다려 바닷가에 같이 갔다고 진술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강간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정황이다. (중략) 김성룡은 이런 정황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수도 있음에도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바닷가에 같이 간 적 없다고 하고 있다. -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성룡의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으며 디아나가 다른 사람과의 일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 바닷가에 같이 간 것이 김성룡이 아닌 다른 기사일 수 있는데 그걸 혼동할 정도라면 그날 사건이 있었던 기억에 대해서도 신뢰를 주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부분은 김성룡측 변호사의 주장으로 아는데 왜 이런 추론까지 덧대면서 왜곡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부분을 물어보고 싶고 또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바일 겁니다. 청바지 건만해도 그렇습니다. 청바지 입은 여자를 겁탈하는 건 본인의 조력이 없는 한 관계하기 쉽지 않다는 논리인데요, 이게 어느 시대때 케케묵은 관념인지, 과학적으로 증명이나 된 논리인지는 몰라도 그날 디아나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주장은 김성룡의 주장만 있을 뿐 디아나는 기억조차 하지 못하니 청바지를 입었는지(어떤 종류의 청바지냐에 따라 밀착 정도가 또 다를 텐데) 치마를 입었는지 김성룡 일방의 진술일 뿐이에요. 오빠에게 보낸 9년 전의 이메일이며(이조차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바다에 함께 간 증인을 내세운 쪽도 디아나뿐입니다. 이에 비하면 김성룡의 증언은 본인 진술일 뿐인데도 보고서는 “디아나의 협조가 없기 때문에 완벽하게 파악할 순 없지만 두 당사자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볼 때 김성룡의 진술이 디아나의 진술보다 일관성과 신빙성이 조금 더 높다”고 판정하지요. 디아나가 비협조적이었다는 것도 반박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어쨌거나 김성룡의 진술이 더 믿을만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결정은 제명을 해버렸어요. 보고서의 결론대로라면 물의를 일으킨 죄를 더 물어 디아나에게 더 큰 징계를 내려야 마땅하잖아요. 이러니 누가 봐도 앞뒤가 안맞는 처사란 말을 듣고 있는 거지요. 문제는, 향후 바람이 좀 잠들었다 싶을 때 김성룡이 한국기원을 상대로 복권 행정소송 같은 걸 걸거나 디아나에게 무고나 명예훼손 소송 같은 걸 제기한다고 했을 때 윤리위의 왜곡된 보고서는 굉장히 중요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누가 장담하겠어요. 이 모든 걸 차치하고, 한 여자로서, 외국인 프로기사로서 윤리위 보고서가 이대로 존치되는 한 앞으로 두고두고 감당해야할 부담, 억울함, 수치와 모욕감이 어떠할까요. 진정 이런 모습이 세계최강이라는 우리 바둑계가,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이역만리에서 바둑이 좋아 인생을 걸고 온 한 외국인 여자기사에게 취할 자세이던가요? 2차, 3차 가혹한 피해를 주어야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게 서명을 받는 목적입니다. 보고서를 폐기하고 재조사를 해달라. 김성룡 성폭행 사건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을 표명해야할 사람이 우리 동료 프로기사다. 이 피해를 받고 속으로 울고만 있었던 이도 프로기사다. 우리 동료 프로기사들이 잘못했다고, 잘못 처리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있어야한다. 우리 잘못으로 생긴 일이고, 기원집행부가 잘못 결론지었을 때 동료기사들인 우리가 먼저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 이게 프로의 자존감도 다시 살리는 길이라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 왜곡된 보고서를 폐기하고 재조사를 해달라. 김성룡 성폭행 사건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을 표명해야할 사람이 우리 동료 프로기사라고 강변하는 김승준 9단.
- 윤리위와 질의/문답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2차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2차가해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또 격분하여 윤리위의 질의서를 공개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공언한 바도 있었는데요. “윤리위의 질의 중 이런 게 있어어요. ‘진실한 사과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하였는데 김성룡에게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게시판과 언론인터뷰를 통해 의사를 표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도 안찹니다. 사과받으려고 했잖아요? 성폭행을 당한 몇 개월 뒤 김성룡을 만나 사과 받으려 했더니 그때도 오피스텔까지 따라와 2차 성폭행을 시도하고 미수에 그친 사실, 이미 언론인터뷰로 다 밝혔잖아요. 또 있어요. 변호사를 통해 윤리위가 오히려 2차가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항의하자 다시 이런 질의가 들어오죠. “진술인은 본 사건으로 인하여 어떠한 2차피해를 당하였나요?” 성피해를 당한 약자를 보호하고 합당한 처분과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선 윤리위가 피해자에게 어떤 게 2차피해였냐는 식으로 되묻고 있어요. 2차피해에 대한 개념이나 있는 것인지. 윤리위가 디아나를 불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건 이런 질의에서도 엿볼 수 있죠. 디아나가 올린 성폭행 폭로글에 견주어 오빠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을 번역한 문장수준이 훨씬 떨어지던데 왜 직접 번역하지 않고 더 부족한 사람에게 번역을 맡겼냐? 이 질문 속엔 폭로글부터가 누가 대필해준 게 아니냐. 주변 조력자들, 조정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깔고 있는 거죠. (이때 옆방에서 인터뷰 모습을 지켜보던 디아나 초단이 다가와 한마디 거들었다. 기자가 사태초기 윤리위 구성에 대해 한국기원에 조언했던 우려한 바, 바로 그 지점을 디아나 초단이 말했다. “윤리위에 대한 믿음은 질의서를 받으면서 깨졌어요. 윤리위에 동료기사들이 여러명 들어가 있잖아요. 기자님이라면 내 프라이버시 내용을 다 드러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요? 오빠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윤리위가 필요로 하는 내용은 다 번역해 제출했고요 나머진 프라이버시 때문에 제출하지 않은 것인데 윤리위는 부분제출이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채택하지 않았어요. 9년 전의 이메일을 제가 지금 어떻게 조작을 해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의심스럽다면 제가 윤리위원 입회하에 컴퓨터에서 원본을 열어 보여주겠다고 제안까지 했는데도 이후 아무 답변도 없었고요.”) (다시 김승준) 제가 질의서를 공개하겠다고 페이스북에 공언하자 한국기원집행부가 저와 디아나에게까지 경고공문을 보냈어요. 공개하는 건 자유지만 왜곡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식의. 일종의 압박이죠. 공개를 고민하던 중에 윤리위의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었고 다들 공공연히 알게 되었기에 질의서를 오픈하는 게 별의미가 없어져 버렸죠." - 앞으로 얼마나 더 서명을 받을 생각인가요? “받은 지 이삼 일 만에 70~80명 정도 서명해 주셔서 용기를 갖고 페이스북과 기사게시판에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8월말이나 9월초까지는 더 받은 예정이고요, 현재 서명인원이 토토찬성 101명을 넘어서 1차목표는 달성했다고 보고 김성룡 제명시 175명 찬성을 채우는 게 2차목표입니다.” - 서명 이후 행보는? 명단을 어디로 제출하실 생각인지? “현재 기사회장의 처지가 그 누구보다 모호할 것입니다. 서명을 완결 후 재조사 요청은 한국기원집행부에 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한국기원 사무국일지 아니면 홍석현 총재 비서실이 될지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근래 바둑계 돌아가는 모든 사정과 과정을 과연 총재가 알고나 있으신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니까요.” 인터뷰 후 손근기 기사회장에게 카톡으로 생각을 물었다. 1. 기사회장으로서 윤리위원의 일인(부위원장)으로서 동료기사들의 이런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2. 기사회 차원에서 논의하거나 재조사를 요청할 의향은 있으신지? 곤란하더라도 한마디 부탁했더니 손회장은 짧게 답했다. 1. 드릴 답변은 따로 없고요. 2. 기사회 차원에서 논의는 있을 겁니다. -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원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유감표명 또는 사과성명이 없었지요. 사실 임시이사회에서 징계한 직후라도 총재, 하다못해 사무총장 명의로라도 팬들께 입장표명 한 줄이라도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게 상식이니까요. 얼마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입니까. 그런데도 기원이 왜 입장표명을 못한다고(혹은 안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원에 항의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담당직원인 모 부장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더라. 다시 조목조목 설명하니 ‘그런 것도 같네요’라고 하는 걸 보면서 기원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만약 총재의 이미지에 직결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대처했을까 궁금합니다. 언론에 총재에 관해 좋지 않은 바둑기사만 떠도 반박문을 보내거나 일사천리로 움직이던 사람들이잖아요. 이번은 별개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바둑팬들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이 있다면 절대로 이럴 수 없는 거지요. 김성룡 사건은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했잖아요. 알파고 이후 바둑계 소식이 이렇게 크게, 많이 다뤄진 게 있었나요? 그렇다면 뒤늦게라도 팬들의 마음을 다독일 유감표명과 피해자에 대한 위로가 있었어야 했지요. 바로 이 점, 이 점을 김성룡이 저지른 짓보다 집행부의 미숙한 행태를 더 크게 보고 비판하는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 기사 집단에서 예기치 못한 개인의 일탈을 어떻게 다 예방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의 일탈은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에 단체가 제대로 된 대응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팬들의 분노는 사지 않았을 겁니다. 현 한국기원집행부가 무능하단 소리를 듣는 이유지요. 책임을 져야지요.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루어 기원집행부가 재조사를 받아줄지 알 순 없습니다. 만약 받아준다면 이것은 앞서 도출한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는 표시인데, 이를 인정한다면 당연하게 이제라도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비바도장을 나설 때 디아나 초단과 잠시 마주쳤다. “여전히 사과를 원하는가? 지금 진정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김성룡에게 사과받는 건 이제 포기했어요. 다만 윤리위위원장은 왜 나를 나쁘게 보고 사실을 의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의문을 풀고 싶어요. 평생 가슴속에 돌덩이처럼 안은 채 살고싶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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