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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4시간 28분...최고령 이창호가 쓴 '반집 드라마'
혼신의 4시간 28분...최고령 이창호가 쓴 '반집 드라마'
유후, 이창호의 반집승으로 기사회생
[KB바둑리그] 바둑리그  2022-02-19 오후 02:24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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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28분. 이창호 9단(오른쪽)과 최재영 6단의 대국이 끝난 직후 컴투스타이젬의 안형준 감독(가운데)과 아쉬운 마음의 정관장천녹 선수들이 스튜디오로 몰려왔다. 이창호 9단이 사력을 다한 반집으로 유후를 구했다.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2경기
유후, 정관장천녹에 3-2 승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승부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승부세계의 격언이 반상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졌다.

신생팀 유후가 천신만고끝에 정관장천녹을 꺾고 후반기의 희망을 살렸다. 1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 3라운드 2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 유후가 전반기 정관장천녹에 당한 2-3 패배를 같은 스코어로 돌려줬다.

정관장천녹은 승리할 경우 3연승 단독 선두. 유후는 패할 시 3연패로 포스트시즌이 어려워지는 경기였다.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승부. 그러나 유후는 일찌감치 승산이 없어 보였다.

저녁 9시를 조금 지나 윤찬희 9단이 정관장천녹의 홍성지 9단에게 이른 선제점을 내주었다. 설상가상 이 무렵 나머지 네 판의 사정도 유후는 모두 좋지 않아서 최악의 경우 영봉패도 각오해야 할 상황이었다.

▲ 치열한 전투 성향의 두 기사. 후반기 들어 연승의 기세를 타고 있는 김명훈 8단(왼쪽)이 안성준 9단을 힘에서 압도하며 3연승을 달렸다.

밤 10시가 되어갈 무렵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5지명 이태현 8단이 정관장천녹의 주장 이동훈 9단을 상대로 애당초 가망이 없던 바둑을 뒤집었다. 승률 3%가 어느 순간 90%가 됐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가져온 기적이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이태현 8단의 이 승리를 유후의 선수들이 지켜보기라도 한 듯 이 때부터 젖먹던 힘을 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주장 안성준 9단이 패해 1-2가 된 상황에서 2지명 안국현 9단이 돌을 거두기 직전 끝내기 묘수로 송규상 6단에게 역전승하며 스코어는 2-2.

▲ 첫 전투에서 승률이 3%대로 굴러 떨어진 상황에서도 '악바리'란 별명답게 굴하지 않았던 이태현 8단(오른쪽). 이동훈의 패인은 우변에서 불필요한 몸싸움을 벌이다 수상전에서 치명적인 착각을 범한 것.

그리하여 모든 이목이 쏠린 이창호 9단과 최재영 6단의 대국은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었다. 누가 이겨도 반집이라는 중계석의 진단이 나온 이후에도 한 시간 이상 승부의 눈금이 왔다 갔다 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밤 11시 28분. 마침내 승부가 끝났고 집을 정리해 보니 이창호 9단의 백 반집승. 마치 꿈을 꾸기라도 한 듯 두 대국자는 한동안 반상을 쳐다만 봤다. 이윽고 중계 카메라가 물러간 후 동생(안성준 9단)을 응원 나온 컴투스타이젬의 안형준 감독과 유달리 아쉬웠을 정관장천녹 선수들이 스튜디오로 속속 몰려들면서 주위가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 22살 어린 후배와의 4시간 넘는 사투를 반집승으로 마무리한 이창호 9단(왼쪽). 너무 지쳤던지 이 자세로 한참을 있었다. 지난 경기에 이은 2연승(시즌 5승6패)에 3전 3승의 상대 전적.

후반 들자 마자 2패를 당했던 유후는 3연패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나며 한숨을 돌렸다. "오늘 지옥 문턱을 다녀왔으니 이제부터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해보겠다"는 한해원 감독. 정관장천녹은 3연승 단독 선두에 포스트시즌도 거의 잡을 뻔했던 경기를 놓쳤다.

9개팀이 전.후반기 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다섯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19일 바둑메카의정부와 한국물가정보가 3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김지석-신재원(0:0), 박상진-이영구(0:0), 이원영-김정현(3:3), 문민종-송지훈(0:0), 설현준-강동윤(4:1, 괄호 안은 상대전적)

▲ 모든 대국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 랭킹도 비슷하고 해설진의 예측도 반반이었던 대결에서 홍성지 9단(왼쪽)이 윤찬희 9단에게 불계승.

▲ 안국현 9단(오른쪽)은 동문 후배 송규상 6단과의 리턴매치에서 다시 승리하며 5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송규상 6단은 후반기 들어 첫 패점.

▲ 용궁을 다녀왔다.

▲ 극단의 기쁨이 아픔으로 변했다.

▲ 수호신 이창호 9단(47). 과거엔 한국 바둑의 영광을, 이날은 팀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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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돌 |  2022-02-22 오후 4:39:00  [동감0]    
난 무조건 이창호9단이 소속되어 있는 팀을 응원합니다. 전에는 정관장 천녹을 응원했었는데 어느새 유후팀을 응원하고 있
는 나 자신을 발견..ㅎ

stepanos |  2022-02-19 오후 2:00:00  [동감3]    
이창호9단의 바둑 대하는 자세에 respect를 보냅니다.
안드로이드 |  2022-02-19 오후 1:19:00  [동감0]    
최재영을 상대로 3전3승이라는 상대전적도 놀랍네요.
전 최재영이 3승이라는줄 알았거든요.
서민생활 |  2022-02-19 오후 12:34:00  [동감2]    
어저께 밤, 바둑도 대단히 감동적인 한편의 드라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장의 끊임없는 투혼에 박수보낸다.
kcja4812 |  2022-02-19 오전 11:11:00  [동감1]    
이창호 벌써 지천명을 바라보니 1승을 거두기가 만만치 않나보네요
내 기억 속의 이창호는 신산, 세계의 그 누구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강자로 남아있는데
체력관리 잘해서 젊은 프로들이 그 앞에 서면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는 바둑 계속 두기 바랍니다
eflight |  2022-02-19 오전 4:48:00  [동감3]    
이창호가 과거에 한국 바둑을 지켰다기보다 한국 바둑을 일으켜 우뚝 세웠다라고 하는게 더 맞을듯.
어쨌든 이국수가 이기면 기분이 좋은데 팀 승리까지 일궈 냈으니 더 상큼하네요.
이국수나 다른 4대천황등을 위한 이틀이나 사흘거리 바둑 대회도 한 번 열어보면 어떨까요.
뭐가 됐든 시간에 덜 구애받는 대회 말이죠.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날리겠지만 혹시 시간을 거스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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