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담: 구기호 월간바둑 편집장, 차영구 월간바둑 기자, 이주배 월간바둑 기자, 김경동 사이버오로 컨텐츠팀 팀장, 김상우 사이버오로 기자, 이인철 사이버오로 기자
정리: 김상우
전자랜드배
○ 이번 기자방담의 주 메뉴는 단연 이창호 9단인 것 같은데? 얼마 전에 끝난 전자랜드배 결승전 봤지? 다들 어떻게 생각해? 난 그거 보고 졸도(?)하는 줄 알았다니깐. 세상에나~ 이건 뭐 해프닝에 가까운 역전극이니.
● 초읽기에 몰려서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 같은데요. 착각치고는 어마어마한 대형사고였지만.
장면(상변에서 수가 난 장면)
○ 말도 말아요. 전 그날 현장에 쭉 있었는데 정말 이런 반전 드라마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창호 9단이 시종 유리하다는 검토실 분위기를 철석 같이 믿고 열심히 기사를 써내려 갔었죠. 끝나기 5분전까지만 해도 100% 이겼다는 말까지 나와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어? 저거 뭐야?” “으악!” 하는 몇 마디 말이 튀어나오더니만 이창호 9단이 돌을 거두는 거 있죠. 아, 그때 기분은 정말…. 친한 친구한테 바람맞은 기분이라 해야 하나요? 하하.
● 그 기사 보니까 바티즌들 관심도 대단하던데? 리플 100개가 훌쩍 넘었더군. 팬들도 무척 안타까웠을 거야. 리플 대부분의 내용들을 보면 이창호 9단이 실력으로 밀린 게 아니라 막판 실수로 졌다는 것에 많이들 아쉬워하고 있어.
○ 그날 바둑TV 해설을 맡았던 윤기현, 김효정 사범도 무척 곤혹스러웠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상변에서 강동윤 5단이 몇 수 두는 걸 보고 ‘아, 강동윤 5단이 던질 자리를 찾나요?’ 했는데 이창호 9단이 순식간에 돌을 거뒀으니 해설자도 곤혹스러웠을 거예요.
● 상변에서 수가 난 자리는 프로들이 보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라고 하던데. 전에 윤준상 6단하고 두었던 국수전 도전1국과 상황이 흡사하지. 그때도 다 이긴 바둑을 사활 착각 때문에 졌으니 이거야 원.

▲ 이창호 9단의 역전패에 허탈해 하는 두터미 회원들.
○ 이창호 9단 바둑 내용이 예전보다는 더 멋있어 진 것 같은데 종반에 이런 실수가 자주 나오는 원인을 알 수 없네요.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바둑을 두면서 팬들 입장에서는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다 이겨놓고 깜빡수에 져버린다는 건 자신뿐만 아니라 팬들이 보기에도 많이 속상할 거예요. 후지사와 슈코 9단이 이런 말을 했다죠?
“덜컥수만 아니라면 누가 도전해 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 제가 보기에 전자랜드배 대진 방식도 조금 문제가 있어요. 청룡부, 백호부, 현무부, 주작부로 나누어 따로국밥 식으로 진행하고 있죠. 이 덕분에 연령대 별로 고르게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은 있는데 대신 (강자들의) 쏠림현상이 있어 실제 강자들이 본선에 진출하는 길을 더 막는 거 같아요. 이런 구조 때문에 대진표 운만 잘 따르면 강자들을 만나지 않고도 준결승까지 무혈 입성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팬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를 주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글쎄요, 팬들도 강자끼리의 맞대결이 더 많아야 즐겁지 않을까요?
○ 어찌됐던 강동윤 5단에겐 프로 입단 이후 본격기전 첫 타이틀 획득이네. 축하할 일이지. 전자랜드배가 국내 3대 기전이기 때문에 2단 승단도 덤으로 받았고. 인터뷰 보니까 이창호 사범님께 미안하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미안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과정이 그렇게 됐다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니깐. 이창호 9단이나 강동윤 5단이나 승부사란 짐을 짊어지고 있는 이상 승리만큼 가장 큰 목표는 없어.
● 류시훈 9단과 왕리청 9단이 대결했던 기성전 공배 사건 기억하시죠? 제 기억으로는 기자 한 명이 국후 왕리청 9단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죠.
“나중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나는 다음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 할지라도 똑같이 대처할 것이다.”
왕리청 9단에 비하면 강동윤 5단은 아무 것도 아니죠. ㅋㅋ

대리배
○ 얼마 전 대리배 결승전이 열렸었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는데 결승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더군.
● 저번 기자방담에서도 거론했지만 대리배 결승전을 치를 수 있게 가장 혁혁한 공로를 세우신 분은 한국일보 박영철 부장이 아닐까요? 화끈한 신문기사 한 방에 중국에서 ‘앗, 뜨거라!’ 했잖아요. 한국기원에서 공로패라도 드려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 김혜민 4단 조금 아쉽겠더군. 첫 판 따내면서 일 저지르는 줄 알았더니 역시 상대전적은 무시할 수 없나봐. 박지은 7단에게 7연패를 당한 적도 있었으니 많이 열세였지. 박지은 7단은 좋겠어. 7단 승단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대리배 우승하면서 1단 자동 승단도 보장받았으니. 이러다 올해 안에 9단되는 거 아닌지 몰라.
● 그러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루이 나이웨이 9단 외에 여자 기사 중 입신(入神) 반열에 오른 기사가 몇 명이나 될까요?
○ 딱 두 명만 있어. 루이 9단하고 펑윈 9단. 박지은 7단이 9단에 오른다면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선 첫번째로 여자 9단이 되는 거야.
장면 (LG배에서 나왔던 후절수)
● 박지은 7단도 승단이 꽤 빠르네요. 97년에 입단했으니 올해로 딱 10년째인데.
○ 대리배 1국을 보니 프로 대국에서 자주 보기 힘든 후절수 모양이 나왔더라? 그거 보고 이창호 9단과 왕시 9단이 두었던 LG배 생각이 나던데. 1000판에서 한 판 나올까 말까한 후절수가 등장해 신기한 생각이 들더군.
● 아, 저도 그거 봤어요. 돌을 들어낸 자리에 수가 있다는 후절수는 언제 봐도 신기해요. 그 바둑은 박지은 7단이 지긴 했지만 후절수를 만들어 내서 참 재미있었죠.

▲ 김지석 4단과 (좌측) 강동윤 7단.
강동윤, 김지석? 차세대 선두주자는 누구?
○ 강동윤 5단, 아니 이제 7단이죠. 강동윤 7단하고 김지석 4단이 요즘 잘 나가는 신예들 중 하나인데 비교하긴 뭣하지만 앞으로 누가 더 뜰 것 같나요?
● 글쎄, 둘 다 모두 잘 나가는 신예들이라 비교하기 어렵군. 강동윤 7단이야 신예기전 타이틀을 두 개나 땄고 전자랜드배까지 차지했으니 강동윤 7단이 더 잘나간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김지석 4단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이지만 아직까지 타이틀을 딴 경험이 없잖아.
○ 어, 그래요? 프로기사들 생각은 다르던데요? 김승준 9단은 김지석 4단이 앞으로 더 커나갈 재목이라 칭찬하고 있고 이세돌 9단은 한 술 더 떠서 김지석 4단이 앞으로 나와 경쟁할 대상이라고 치켜세우던데.
● 그렇군. 조선일보 이홍렬 부장이나 바둑언론 종사자들은 강동윤 7단을 더 치던데 프로기사들은 그렇단 말이지?
○ 이번 월간바둑 40주년 기념 8월호를 보면 정용진 이사가 쓴 '신기사론'에 김지석 4단에 대한 모든 것이 낱낱이 파헤쳐 지고 있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지지옥션배 시상식
● 지지옥션배 시상식이 있었지? 그냥 시상식이 아니라 바둑물품을 경매에 붙인 색다른 행사까지 곁들여져 호응이 꽤 좋았다고 들었어. 조훈현 국수의 손 모형물이 215만원에 낙찰됐다던데?
○ 대회 기념 바둑판도 인기 좋았어요. 조훈현 9단과 박지은 7단이 맞붙었던 바둑판은 120만원에 거래됐죠. 경매에 붙인 물품 값은 모두 다 자선사업에 쓰일 계획이라니 참 뜻 깊은 행사였어요.
●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은 경매가 끝나고 기분이 아주 좋아 회식 자리에서 이런 얘기도 했다더군. 회사가 매출을 내는 만큼 기전 규모를 끌어올리겠다고. 지지옥션이 작년 규모에 비해 올해에는 10% 정도 수익을 더 낼 거라 하는데 내년 기전규모도 커지겠어. 회사가 창립한 이후 줄곧 상승 흐름이라니깐 지지옥션배가 국내 최대기전 되는 것도 시간문제인가? ㅎㅎ
○ 올해 가장 크게 히트한 기전은 지지옥션배 같아요. 참신한 기획으로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언론에서도 여러모로 관심이 많았잖아요.
● 시니어팀이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시니어 기사들 연령을 45세 이하로 낮추자는 얘기가 들려오던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