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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바둑에 패션을 입히다, 미생 시즌2!
미생 시즌2, 바둑의 실리와 두터움을 세계관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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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인터뷰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가벼운 술자리라고 하기에, 그들 둘만 마시기엔 가끔 대화가 끊기기도 하고 뭐 그러니까, '너도 따라올래?' 하는 권유에 냉큼 '그들 둘'의 술자리에 합류해버렸다. 그들 둘 중 하나는 '윤태호'였다, 바둑에 '패션(Fashion)'을 입힌 창작자다. 또 다른 하나는 '손종수'. 윤태호 작가가 미생에서 어떤 패션을 택해야 하는지 많은 조언을 한 사람이며,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의 상무다. 10월 21일, 오리역 부근 윤태호 작가의 오피스텔에서 그들 둘의 자리에 끼었다. 그동안 미생의 연재가 끝났고, 드라마 미생이 화제를 모았다. 만화작품으로서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들이었다. 이제 '미생2' 연재시작이 얼마남지 않았다. 두 사람은 미생 연재 전부터의 오랜 인연이 있으나 최근엔 만남이 뜸했다. 오랫만이니 덕담을 나눈다. "윤태호 작가는 바둑에 패션을 입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그건 제가 입혔다기보단, 드라마 제작자들이 입힌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 둘은 '우정'을 참 겸손하고 점잖게 나눈다.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만화 미생의 등장 이후에 바둑에 대한 선입관이 일부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얀 백발과 수염이 치렁치렁한 늙수구레한 산신령이 구름타고 다니는, 다소 고리타분할 수 있는 신선놀음이 바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였으나, 미생 이후 젊고 샤프한 연구생 출신 장그래의 리얼한 삶이 바둑에 투영됐다. 윤태호 작가는 '미생 시즌2'를 준비하는 동안 5kg이 빠졌다. 원래 큰키는 아니지만 어쩐지 미생1을 연재하던 초창기보다 더 어려지고 귀여워진 것 같다. 나이 든 엽기토끼, 마시마로를 보는 느낌이 들어 참지 못하고 덕담을 던진다. "어우, 귀여워지셨는데요.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봐요." "'건강해야한다'는 강박을 요즘은 버리고 산다"는 작가의 대답이 나온다. 곧 작가가 자주 가는 동네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맥주를 시키고 소주를 시키고 안주를 시킨다, 술이 먼저 나오고 안주가 준비되는 적당히 무료한 사이, 윤태호 작가의 질문이 손종수 상무에게 던져졌다. ![]() ▲ 안주를 기다리는 사이, 손종수 상무(왼쪽)에게 윤태호 작가의 질문이 던져졌다. 처음엔 이렇게 테이블 밑에 취재노트를 놓고 마치 잠깐 메모하려는 듯 하더니... ○● 바둑에서의 유미(唯美)주의, 실리와 두터움 윤태호 작가는 '미생2'에서 창업을 한 지 얼만 안된 기업을 소재로 하려 한다. 미생 마지막 부분에서 이미 예고된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업과 구성원들의 숙명적인 고민을 바둑에서 은유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 개념들은 '실리와 두터움' 그리고 '빠름과 느림' '형식과 형식파괴'에 관한 것들이다. - (윤태호) 한국바둑이 가진 공격성, 자유로움이 형식에 치우친 일본바둑의 단조로움을 이겼다는 평가를 내리곤 한다. 그렇다면 일본바둑의 형식미는 현대바둑에서 가치가 없는 것인가? "(손종수)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대부분 좋은 모양이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바둑에서의 미적 감각은 수많은 고수들이 여러가지 수법을 검증해 확립한 것이다. 물론 정석의 효용은 바뀌며 어떤 정석은 유행을 타기도 하고, 때론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신수도 출현한다. 일본바둑이 한국바둑보다 유미주의적이기는 하지만 그 형식미는 기본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에 가능한 것이다." 소주보다 먼저 나온 500cc 생맥주는 매우 차디차다. 아직 단 한모금도 입술을 적시지 않은 윤태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먹잇감을 눈 앞에 둔 맹수의 눈빛'이 지금 윤태호의 눈빛이다. 붉으스름한 술집 조명이 불씨가 되어 작가의 눈동자에서 불기둥을 일으킨다. 분명하다. 음. 이건 술 먹자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기업에서의 '형식'에 관한 그의 해석이 이어진다. '회사가 들어놓는 보험, 규정과 절차는 때론 비용이고 번거롭기도 하다. 이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이고 결국 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창업한 회사는 그 비용을 더 빠르게 성장하는 '속도'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아마도 그 속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열망으로 인해 큰 사단이 나고, 장그래는 미생2에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창업한 지 얼마 안된 기업에게, 속도와 두터움의 선택은 본질적인 고민이다. 작품을 보는 사람은 흥미진진하겠지만 만화 속 장그래와 오차장은 아무래도 숨막히는 압박에 시달릴 것 같다. - (윤태호) 바둑에서의 실리와 두터움, 그것을 기업과 연결시키는 지점을 찾고 있다. (손종수) "바둑계엔 '실리는 현금, 두터움은 수표(혹은 어음)'라는 말이 있다. 바둑에서의 실리는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현금에 곧잘 비유된다. 이에 비해 수표(어음)는 부도가 날 수 있다. 현찰로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당장은 알 수 없긴 하지만 받았을 경우 당장의 현찰보다 큰 이익이 되기에 두터움을 택한다. 게다가 승부처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조훈현 9단과 제자인 이창호 9단이 실리와 두터움을 상징한다. 속도로 상징되는 조훈현 9단이 실리를 먼저 챙겨가면 이창호 9단은 속도는 느리지만 두터움으로 스승을 넘어섰다." 바둑계에서 조훈현은 빠른 속도의 대명사다. 이세돌은 조훈현과에 가깝다. 젊은 시절 조훈현의 모습이 이세돌과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세돌이 더 파격적이고 격렬하다. 전통적인 기업형태와 다른, 빠른 속도와 파괴적인 혁신으로 결판을 내는 스타트업과 비슷한 면이 있다. ----------손종수의 Facebook-------------------- 문득, 다시 알다 盤上의 구조에 의한 필연의 법칙. 두터우면 발이 느리고 발이 빠르면 엷어진다. 견실하면 더디고 속도를 앞세우면 허술해지는 이치. 두터움과 발 빠름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 바둑뿐인가. 일도 사랑도 인생도 모두 그러하다. 아울러 그것이, 우리가 최선의 삶을 지향할 때 반드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다. 저녁을 함께 먹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바둑에서 흔히 쓰는 표현을 지껄였는데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잘 알고 있다 생각했을 뿐 머릿속에나 놓아두고 그저 말만 해왔던 것인가. 어리석다. 너는 여전히 未生이구나. ---------------------------------------------- ![]() ▲ 씨익, 이제 술 마십시다. ○● 요도(妖刀) 마샤오춘 VS 석불(石佛) 이창호 요사스런 칼. 괴초식 VS 두터움, 느림의 미학 미생 시즌1은 제1회 응씨배 결승5국 최종국, 한국 조훈현 9단과 중국 녜웨이핑 9단의 대국기보 수순에 따라 연재가 됐었다. 이번 미생 시즌2는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중국 마샤오춘 9단의 기보가 대상이 될 것이라 한다. 마샤오춘의 별명은 요도(妖刀), 이창호 9단의 별명은 석불(石佛)이었으니 대립하는 두 대국자의 특징부터가 심상치 않다. 233수 가량이라는 작가의 말이라면 아마도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5국 최종국 기보(236수)가 될 것 같다. 무엇이 됐든 전편보다 훨씬 긴 연재다. 맹렬히 메모를 하던 윤태호 작가가 드디어 생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 사모님이 좋아하셨겠다. 제발 미생을 오래 연재하라고 하셨다면서? "(윤) 음, 그렇긴한데 사실 미생2가 나온다니까 아내보다 출판사가 더 좋아하더라." 만화 '미생'은 출판에서도 초대박을 쳤다. 출판 불황 속에서도 200만 부 판매를 넘었다는 말도 나왔다. 출판사가 작가의 아내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을 상상하니 재밌다. 아마도 tvN, 그리고 장그래 역을 맡았던 임시완도 은근 이 소식이 반갑지 않았을까.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매우 귀하기 마련이다. 만화 미생은 만화 속 에피소드와 바둑의 접점을 '기보' 없이 잘 녹여냈다. 기보를 넣지 말라고 자문했던 것이 손종수 상무였고 이를 받아들인 최초의 작가가 윤태호였다. 바둑을 작품에 활용한 많은 창작자들은 바둑 그자체에 심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손 상무가 윤 작가를 처음 만난 날을 윤태호 작가가 '디테일'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 "제발 작품에 기보랑 바둑판이랑 바둑돌 좀 넣지마" 미생 연재 전 어느날, 작품과 관련한 취재를 위해 사이버오로의 손종수 상무를 찾았다. 손종수 상무는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채 세상의 모든 짜증을 모두 짊어진 듯이 윤태호를 쏴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매우 심드렁한 충고들. 지금까지 입 아프게 모든 작가들에게 정성껏 자문했는데 단 한명도 말을 듣지 않던 그 조언들이었다. "제발 작품 안에 기보를 넣지 마시오. 바둑 이야기를 그린다고 해서 바둑에 매몰되면 안되오. 지금까지 자문을 구한 모든 창작자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모두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문 닫고 나가자마자 작품 안에 기보를 꽉꽉 채우는 거요. 그러지 마시오. 만화 속에 기보를 그렇게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그려낼 은유가 많소." "유레카! 바로 이거다." 신기하게도 윤태호는 만화 미생과 관련해 작품 속 바둑의 존재 균형을 이날 찾았다. 그동안 고민하던 것을 모두 해결한 것이다. 윤태호는 바둑을 주 소재로 삼은 작품 속에 바둑 그 자체를 마구 늘어놓는다면 그것은 작가의 '게으름'일 수 있다고도 봤다. "(윤태호) 바둑을 소재로 쓰면서 난해한 '사활'을 만화 속에 던져 놓는다면, 그 만화는 그날로 죽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 방식은 작가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에 가깝다. 그건 작가가 게으른 것이다." 과거 미생의 윤곽을 잡기 위해 윤태호 작가는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들을 많이 접했다. 프로입단에 실패했지만 기업에 취업해 바둑이 아닌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김지은(사이버오로 근무)' 씨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물었다. ![]() ▲ 윤태호 작가가 보인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중. 그의 이야기는 두텁다. 그가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하는지, 그리고 그 독서가 얼만큼 체화되었는지는 그와 조금만 이야기를 해도 금방 알 수 있다. 그의 서재는 일종의 '서점'과도 같다고 한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꺼내 읽어 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 - 오로바둑의 김지은 씨(연구생 출신)는 과거 어느 수준이었나? "(손종수) 입단할 수준, 입단 0순위로 경쟁하던 사람 중 하나다. 물론 아깝게도 입단에 성공하진 못했다. 입단실패에 대해 전혀 내색하진 않지만, 그런 거에 대한 트라우마를 분명 상당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다음에 또 불러주신다면 데리고 나오겠다)" 입단에 실패한 경우, 좋은 대학을 나오고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괜찮은 생활을 하고 있어도, 그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다. 꼭 바둑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 있다. 이유가 뭘까. 작가가 그에 대해 답을 내놓는다. "여전히 자기 정체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에 대한 가치가 그곳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럴 거다." ○● 타인들이 만들어 놓은 나의 인격을 그들이 마음대로 훼손하도록 놔둘 것이다 윤태호의 정체성은 어떤 것일까? 작가들의 정체성은 어떨까. 일단 유명해지는 것?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 윤태호는 이전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았지만 '이끼', 그리고 '미생'이 흥행하면서 만화 장르에서 국민작가의 반열에 들었다. 주종을 맥주에서 소주로 바꾼 작가의 말이 이어진다. "글을 쓰거나 작품을 만드는 것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봐줬으면 하는 욕망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유명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유명해지고 난 후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추구하던 모습이 아니라는 걸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깨닫는다. 유명해지기까지의 그 모든 시간과 과정은 타인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즉 '빚'이다. 그 빚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시간을 내고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삶을 산다." 윤태호는 작가의 인격이 타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훼손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의 작가주의를 이야기한다. "유명해지고 나면 자신과 다른 '인격'이 타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작가는 타인들이 만든 이 인격을 타인들 마음대로 훼손하도록 놔둬야 한다. 그 인격을 해치도록 또는 해체하도록 방치해야 한다. 뚝심있는 작가라면 '나쁜 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 ▲ 윤태호 작가가 좋아하는 안주가 나왔다. 몹시 감칠 맛이 돌면서도 두터운 짬뽕 맛이 났다. 맵지만 진지하고 끊을 수 없는 국물 맛, 안주마저 윤태호를 닮았다. ○● 내 사전에 "달콤한 연애"는 없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에 '달콤한 연애'가 없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심지어 공중파가 아닌 'tvN'에서 미생이 드라마로 영상화된 것은 작품 속에 '러브라인'을 넣지 말라는 작가의 주문을 'tvN'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미생(未生) 속, 장그래는 연애도 못할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미생 2에서 뭔가 나올 것이라고 작가가 예전부터 말해오던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달콤한 사랑이야기라고 미루어 짐작하면 윤태호를 우습게 보는 것이 된다. 소주 1병은 이미 들어간 상태에서 윤태호 작가의 말씀이 '연애'부분에서 더욱 준엄하다. "(윤태호) 결혼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결혼이라는 아주 진지한 테마가 들어갈 것이다. 매우 진지할 것이다. 달콤한 연애스토리는 아니다. 그건 나와 맞지 않는다." 조곤조곤 말하곤 하지만, 발음 하나하나가 정확히 들리는 단호한 음성이다.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기대하지 말자. 내 삶의 경험에서 그런 달콤한 연애가 없었다. 또 과거 나를 알던 사람이 나의 말과 나의 작품을 볼 거라는 생각도 있어서 그런 달콤한 스토리를 그릴 수가 없다."'달콤한 러브라인'이 바둑에서의 실리라면, 결혼이라는 진지함은 바둑에서의 두터움과 비슷할 것이다. 작가를 믿어야겠다. 윤태호는 쉽게 즐기고 치우는 조그만 실리대신, 두터움을 살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는 '창작자'다. 3인이 마시며 쌓아놓은 소주병도 어느덧 두터움을 자랑한다. http://webtoon.daum.net/event/miseng2 / 11월 10일 미생 시즌2 연재 ○● 윤태호의 '이끼' 보러가기 ☜ ○● 윤태호의 '미생' 보러가기 ☜ ○● 윤태호의 '내부자들' 보러가기 ☜ ○● 윤태호의 미생, 10년의 준비, 인터뷰1편 보러가기 ☜ ○● 윤태호의 미생, 윤태호의 살과 피, 인터뷰2편 보러가기 ☜ ○● 예스24, 미생 단행본 더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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