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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사랑이 익어간 황금오리농장
월간 바둑 2월호에 게재된 [맛의 발견] 이창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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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궁합이 있듯이 사람과 음식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한 맛집을 두고 누구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누구는 혹평을 쏟아내는 것이 바로 궁합의 차이다. 사람과 음식의 궁합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좋고 나쁨이 엇갈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고추·생강·마늘·후추·겨자·카레 등 맵거나 자극성이 강한 조미료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땀을 잘 흘리지 않고 음식을 봐도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되레 마늘·후추 같은 매운 향신료가 몸에 이롭다. 따라서 맛집을 고를 때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체질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신산’ 이창호 九단과 오리고깃집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 ![]() 오리는 날짐승이다. 하지만 주로 물에서 산다. 이 때문에 열이 많은 닭고기와 달리 오리고기는 몸의 열을 내리고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해 준다. 식약동원(食藥同源:매일 먹는 음식과 약의 뿌리는 같다)을 부르짖는 한의학에서 ‘압육(鴨肉)’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 오리고기는 ‘레시틴’을 함유하고 있어 몸속의 독성을 풀어내는 데도 좋다. 각종 공해물질과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딱 좋은 음식인 것.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입을 만족시키지 않고서는 몸속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 그런 점에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3동의 ‘황금오리농장’(02-832-3839)은 입을 즐겁게 하고 몸을 이롭게 하는 으뜸 맛집이다. 이 집에서는 메뉴판을 볼 필요가 없다. 오리고기만 파는 데다 조리법도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2가지뿐이다. 흔한 백숙이나 훈제구이, 탕도 없다. 오직 돌판에다 즉석에서 지지고 볶는 구이뿐이다. 이九단과 그의 ‘공식 여친’인 사이버오로 이도윤 기자, 그리고 사이버오로 손종수 본부장이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는 일단 소금구이부터 시켰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이 집만의 재미들이 솔솔 생겨났다. 우선 큼직한 돌판이 달궈지고 소금으로만 간을 한 오리고기와 여러 야채가 지글거리는 순간, 코끝에 맛좋은 냄새가 매달렸다. 그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젓가락을 드는데, 웃음 많은 아주머니가 우리의 손길을 막으며 묘하게 생긴 ‘뒤집개’로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기도 하고, 골고루 볶아댔다. 이리 굴리고 저리 돌리며 쓱쓱 볶아대는 모습이 마치 작은 공연을 보는 듯했다. ![]() ![]() 눈이 즐거움은 이내 입의 행복으로 이어졌다. 잘 볶아진 오리고기는 조금의 거부감도 없는 ‘맛의 진수’를 보여줬다. ‘어, 오리고기가 원래 이런 맛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소한 듯하면서 달달하고, 그러면서도 담백한 맛이 젓가락 행진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간간이 술잔(이九단과 이도윤 기자는 정겹게 복분자주를, 손 본부장과 필자는 사이좋게 소주를)을 부딪칠 때만 잠시 눈을 맞췄을 뿐 우리는 한동안 오리 소금구이 속으로 푹 빠졌다. 그러는 사이 금세 오리 한 마리(4인분 3만8000원)가 돌판에서 사라졌다. 아직은 차오르지 않은 배를 달래기 위해 이번에는 양념구이를 주문했다. 또다시 아주머니의 현란한 공연이 벌어지고, 마치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연상케 하는 볶음이 돌판에 펼쳐졌다. 역시 맛있었다. 상추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오리 양념구이는 금방 술도둑이 되고 밥도둑이 됐다. 밥 없이는 고기를 못 먹는다는 이도윤 기자의 특이한 먹성 때문에 이九단이 두 차례나 공기밥을 챙겼을 정도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돌판에서 고기가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고기를 다 먹고 나니 뜨끈하고 얼큰한 오리탕이 상에 올랐다. 이어서 돌판에다 밥을 볶는데, 이것이 또 구경거리였다. ![]() ![]() ![]() 우선 밥을 납작하게 깔고, 그 위에 치즈를 듬뿍 얻는다. 한마디로 ‘밥피자’다. 그것을 이리저리 볶다가 조금 전 고기를 자르던 뒤집개로 쓱쓱 밀자 마치 롤케이크 같은 볶음밥이 만들어졌다. 신기한 모양에 맛도 꿀맛.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몸을 보하는 단팥죽에다 깔끔한 맛이 또 한번 젓가락을 유혹하는 소면이 뒤따르고, 입가심으로 식혜도 나온다. 고기, 오리탕, 볶음밥, 단팥죽, 소면, 식혜가 마치 코스요리처럼 이어지는 것. 이 집의 밑반찬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게 아쉽지는 않다. 오리고기를 더욱 맛있게 해주는 시원한 백김치, 새콤하면서 아사한 파김치와 무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굳이 이 집의 단점을 꼽으라면 뜨거워진 돌판을 들 수 있다. 돌판이 식탁 구실도 하고 있어 자칫 어린 아이들이 데일 수 있기 때문. 이 점만 주의시키면 싼값에 맛좋고 몸에 좋은 오리고기를 즐기기에 이만한 집도 없을 듯하다. ![]() ![]() 이창호 九단이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결혼은 예식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 말이 바둑계 참새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九단과 ‘공식 여친’ 이도윤 기자의 애정전선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번 맛집 탐방에서 이九단이 먼저 이도윤 기자와 동행하고 싶다고 했다. 음식점에서도 이도윤 기자를 살뜰히 챙겼다. 한마디로 애정전선 이상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결혼 운운하는 일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이다. 아직은 서로 좋은 감정을 곱게 키워 가고 있을 뿐이다. 한편 이九단은 이날 자리에서 최근 돌아온 이세돌 九단에 대해 또다시 환영의 멘트를 보냈다. 그의 복귀가 한국바둑에 힘을 보태고, 자신을 자극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벌어지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나름의 원칙을 전했다. 국가가 부르면 당연히 나가야 하지만, 선발전을 치르면서까지 출전하기는 어렵다는 것. 군 문제 등이 걸려 있는 후배들과 경쟁한다는 것이 마뜩지 않다는 얘기다. 또 하루에 몇 판씩 둬야 하는 강행군이라면, 자신의 합류가 오히려 팀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염려했다. 이런 부분만 정리되면 한국이 금메달을 수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월간바둑 2월호 ![]() [글 : 엄민용] ○●...우리말 대마왕, 엄민용 '건방진 우리말 달인'을 자처하며 같은 이름의 책을 썼고 성공했다. 어려서는 교열기자로서 여러 일간지에서 '진'하게 일했다. 그는 글에 대한 자존심이 높던 취재기자들의 기사에 빨간 줄을 마구 그어대 심하게 다툰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그런 다툼에서 지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에 자존심 높던 기자들이 대부분 얼어 붙었다. "네가 쓴 글이 틀렸다니까. 어법도 안맞고 표준어도 아니야."현재 스포츠칸에서 바둑을 담당하고 있고, 일간지 교열기자와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바둑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엄라덴'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외모를 활용할 줄 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잘 벗겨진 이마. 꺾어 신은 운동화에 후줄근한 와이셔츠. 단정치 못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를 위엄(?)있게 만드는 장치다. 엄민용은 기자다. 그리고 우리말 대마왕이다. '맛의 발견'은 월간바둑에 2009년부터 연재된 '음식탐방기'다. 프로기사, 바둑애호가들과 함께 '맛집'을 순례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잡지에 연재될 때, 흑백사진이 나와 아쉬움이 많았는데 총천연색으로 웹에서 보는 맛은 전혀 다를 것이다. 지난 연재를 사이버오로,파란바둑,야후바둑을 통해 주1회, 혹은 격주1회로 게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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