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과 준우승 한 중국 선수들이 상금 보드와 트로피를 들고 나란히 섰다. 쉬자양(왼쪽부터), 셰얼하오, 리친청, 민상연, 변상일, 신진서.
“첫판은 정말, 너무 이상하게 둬서…”
우승 소감을 물었더니 민상연 3단이 난데없이 리친청 초단(中)과 뒀던 1라운드 대국을 자책한다. 1라운드부터 만만치 않았다. 한국으로선 우승을 확신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중국 신예들와의 대결이었다.
17일과 18일 제주 블랙스톤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2014 메지온배 한ㆍ중신예바둑대항전에서 변상일 3단, 신진서 2단, 민상연 3단까지 한국 3명의 선수가 중국 신예 리친청 초단, 셰얼하오 2단, 쉬자양 2단과 맞겨뤄 2대1로 이기고 우승했다.
1라운드에서는 한국이 1승2패로 졌지만 2라운드에선 2승1패, 3라운드에선 3승을 하면서 중국 신예 강호들을 제압했다. 최종라운드가 끝나고 18일 오후 5시를 약간 넘긴 시작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신예들은 감격스러워했다.
3장으로 뛴 민상연은 자신감을 크게 찾은 듯했다. 민상연은 리친청에게 졌지만 셰얼하오와 쉬자양을 차례로 꺾었다. 그는 “이번엔 신예들끼리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이를 시작으로 해서 한국의 모든 기사들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고 했다.
1장이었던 변상일은 1라운드에서 셰얼하오에게 지고 2라운드에서 쉬자양에게 졌다. 둘 다 역전패였다. 다른 팀원들은 1승 이상을 거두고 있는데 1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 쉬자양에게 지고 난 뒤 복기를 하면서 변상일은 아무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 모두들 점심식사를 하러 간 사이 검토실로 가 바둑판에서 복기를 했다. 그런 뒤 빈 대국실로 가 대국석에 홀로 앉아 있었다.
변상일은 3라운드 상대 리친청을 맞아서도 초반이 썩 좋지는 못했다. 상대의 맹공을 피해 대마 타개를 잘 해냈지만 형세는 별로 탐탁치 못했다. 검토실에서 이 바둑을 지켜보던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변상일 3단은 끈기가 있으니까 잘 해낼 것”이라고 했다. 상대 리친청은 중국1장이었다. 부담까지 더해진 한판이었다. 변상일은 리친청을 맞아 힘껏 싸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 판에서 승리를 일궜다.
변상일은 시상식장에서 활짝 웃었다. “2라운드까지 좀처럼 승리를 못해 상심이 컸겠다. 그래서 점심도 먹지 않은 것인가?” 기자가 물었다. 변상일은 “먹을 걸 그랬다. 3라운드 대국하면서 배가 고팠다. ^^” 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세 판 다 지지 않아서 참말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주최사 시드를 받았던 신진서는 2000년생으로 한국과 중국 선수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선수였다. 또 영재입단 1호로서 주목받아왔는데 이번 메지온배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쉬자양, 리친청, 셰얼하오를 모두 제압하며 이 대회에서 최다승을 기록했다. 신진서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신진서는 대국 전 “국내 대회인 메지온배 신인왕전에 시드를 받았지만 1회전 탈락했다. 이번엔 2승 이상 하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했다. 신진서는 “메지온배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면목이 서고 팀에도 보탬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왼쪽)이 준우승 한 중국팀에 악수를 건네며 트로피를 전달했다.
▲ 신진서가 바둑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고 있다.
▲ 양국 선수들의 휘호 .
▲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샤오웨이강 중국 국가대표 남자팀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 대회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함께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