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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자신감 작렬, 컨디션 안 좋았으나 회복중

큰 승부에 강한 이세돌의 매력은 바둑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는 사람을 끓어오르게 만들만한 뭔가를 지니고 있어 그의 승부자체를 최고의 관심거리로 만든다. 그 결과가 어떻든 이세돌은 큰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길을 스스로 걸어간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대회든 이세돌이 결승에 올라가면 그 판의 값어치는 한 없이 커진다.

6월 16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열린 제9회 춘란배 결승3번기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이세돌이었다. 천야오예가 이세돌보다 기량이 떨어져서라기보단 이 결승에 이세돌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이 열린 싼둥빌딩, 기자들의 입은 이세돌에게 향했다. 기자회견의 초점이 된 이세돌은 "LG배에서 한국의 참패는 우연"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이번 천야오예와의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붓겠다"면서 "모든 이들에게 내가 아직은 젊은 신예들에게 지지않는다걸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최근 컨디션 난조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은 한국 바둑팬들에겐 약간 불안한 일면이다.

- 얼마전 열린 LG배에서 한국 선수들은 한명도 8강에 들지 못했다.
"요컨대 난 이번 결과를 우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한국의 중견 프로들인 원성진과 백홍석이 군복무로 참가 못한 것도 한가지 객관적인 요인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한국기사들의 칼날이 많이 무뎌졌다. 단 우리들은 노력하고 있으며 한중의 대결은 앞으로도 여전히 격렬할 것으로 믿는다.

- 이세돌과 구리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고 말하는 매체도 있다. 이세돌은 그런 언론을 어떻게 보나?
"일인 독주의 바둑 시대는 아주 이전에 가버렸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올해 세 번의 세계대회 결승(LG배, 응씨배, 바이링배)이 열렸다. 이 결승 전부를 최종적으로 상대적으로 더 어린 기사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춘란배에서 이세돌은 자신보다 더 젊은 천야오예를 맞이했다. 승부와는 별도로 더 부담되는 면이 있지않나?
"당연히 현재는 일인독주의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나보다 더 어린 기사들에게 끌어내려지는 것을 생각해본적도 없다. 뭐 어쩌면 그들과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말이다. 승부를 정하는 것은 당시의 컨디션 조절이다.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내가 젊은 신예들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 알게 해주겠다'. 그런 말이 들리도록 노력하겠다."

- 몇년 뒤 미국에 갈 것이라 했다. 바둑 보급을 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미국으로 간 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것이다. 단 각 방면의 조건이 준비됐을 때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춘란배 결승, 큰 판이 열리기 전이다. 미국행은 지금 별로 말할 게 없다."

- 녜웨이핑 선생이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세돌의 미국보급행은 닭 잡는 데 소잡는 칼 쓰는 격"이라고 평했다.
"그 얘긴 들었었다. 하하"

- 작년 2012년에 결승대진이 결정된 후엔 많은 프로들이 당신이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런데 2013년이 된 후, 이세돌은 중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연패를 당한다. 저우리양을 비롯한 중국프로들은 이세돌의 중반이 이제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고 말한다. 구미 선수들에게 지도기를 많이 둬줘서 그런 거 아닌가?
"지도기는 큰 관계가 없다. 내 바둑의 중반이 확실히 나빠졌다. 내 개인적으론 아내와 아이가 캐나다에 있어서 혼자서 생활하는게 별로 규칙적이진 않다. 국내활동이 많고, 내 스스로의 컨디션이 그리 좋진 않아서, 뭔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모든 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중이라, 이번 춘란배에서 좋은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아내와 아이는 지금 따뜻한 아랫목에서 안심하고 있을 거 같다.
"하하, 그렇다."

천야오예 "패하더라도 내바둑 둘 것"

- 천야오예는 세계대회 결승에 세 차례나 올랐으나 우승에는 모두 실패했다. 중국어에 '사불과삼(事不过三, 세번 이상 반복되는 일은 없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이란 말이 있다. 얼마전 중국 선수들의 LG배 대첩도 있었다. 천야오예는 바야흐로 동풍(제갈량의 동풍을 비유)을 탔다. 그보다 더한 자신감이 있나?

"LG배에서 중국은 확실히 비교적 좋은 실력을 선보였고,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번 대결에서 상대는 한국 랭킹 1위인 이세돌 9단이다. 대단히 강하다. 스스로 좋은 바둑을 두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이전에 비록 세계대회 결승에서 모두 패했을지만 지금 제게 별로 영향이 있진 않다. 내 바둑을 둘 거다. 그렇게 해서 패하더라도 (내 바둑을 둘 수 있다면) 관계없다."

제9회 춘란배 결승3번기는 6월 17일, 19일, 20일 열리며 시나바둑을 통해 사이버오로에서 인터넷 생중계한다. 제1국 해설은 안성준, 2국 해설은 김성진이 맡는다.

지난 대회 결승에서는 이세돌 9단이 중국의 셰허(謝赫) 7단(당시)에게 2-1로 승리해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에서 한국의 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년 마다 개최되는 춘란배는 1999년 조훈현 9단이 초대우승한 이후로 3회 대회 유창혁 9단, 4,5회 대회 이창호 9단, 8회 대회 이세돌 9단까지 한국기사가 총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구리 9단과 창하오 9단이 6, 7회 우승컵을 가져갔고, 일본은 왕리청 9단이 2회 대회에서 한 번 우승했다.

춘란배는 중국 가전업체인 춘란그룹이 후원하는 세계대회로 우승상금은 15만 달러(한화 약 1억 7000만원), 준우승 상금이 5만 달러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초읽기 1분 5회)이며, 덤은 중국룰에 따라 7집반이 적용된다.

[사진출처 | 중국 시나바둑]

▲ 16일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맞잡은 두 대국자

▲ 천야오예, "내 바둑을 둘 수 있다면 결과가 패배라도 상관없다"

▲(지난 6월 12일)이세돌 "LG배의 한국 참패는 우연한 사건, 한국의 칼날이 좀 무뎌진 것"

▲ "하하하",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쾌활하게 웃었다.

▲ 3-4위전에 출전하는 장웨이제, 만찬장에서

▲ 쿵제의 모습도 보인다.

▲ 만찬장에서 다시 한 번 임전소감을 밝히는 이세돌

이세돌 "LG배 한국참패는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