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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보이나 철저한 계산에 입각했다. 통념을 깨는 듯하지만 순리에 맞았다. 구리 바둑의 진면목이었다.

하루 전 실의에 빠진 듯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잘 이겨낸 듯 구리는 결승 2국에서는 빈틈이 없었다.

12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제2국에서 구리가 이세돌에게 17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었다.

하루 전 초반에 대비하겠다고 했던 이세돌이 보여준 것은 두터움이었다. 실리에 초연할 정도로 대범하게 두터움을 추구했고, 반대로 구리는 발 빠르게 실리를 차지했다. 한 마디로 두 기사의 기풍이 바뀐 듯이 초반이 진행됐다.

당연히 집에서 구리가 앞서갔다. 이세돌이 노릴 수 있는 것은 구리의 양곤마를 공격하는 것뿐. 하지만 타개의 신이라는 명성이 있는 구리의 대마를 공격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모험을 감수해야 했다.

상황은 점점 이세돌에게 암울해져 갔다. 구리는 대마의 삶을 구걸하긴커녕 오히려 잡을 테면 잡아 보라는 듯 대마를 내팽겨 둔 채 더욱 이득을 챙겼다.

이세돌은 온갖 손해를 보면서도 하변에서 중앙까지 뻗은 구리의 대마 공격에 올인했고 결국 일부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것을 잡느라 다른 곳에서 타격을 너무 많이 입었다는 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하변의 구리 말은 모조리 다 잡힌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구리의 우세였다. 구리는 그 이후 두텁게만 행마했다. 이세돌은 추격에 안간힘을 썼다.

▲ 대국이 끝나고 바로 복기로 돌입한 시점.

구리가 두텁게 둔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다. 하변에서 잡혔던 것으로 보였던 대마를 모두 살리는 수단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되면 그걸로 끝이었다. 구리는 준비가 다 되자 ‘살자’를 시작했다. 막상 구리의 대마를 잡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구리가 주변을 두텁게 해 놓아 이세돌의 약점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서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구리는 자신의 대마를 살려낸 것은 물론 바깥쪽의 흑을 몰아 붙였다. 이세돌은 최대한 끈덕지게 항거했지만 의미 있는 수순들은 아니었다. 결국 구리는 항서를 받아냈다.

오로대국실에서 이 대국을 해설한 김영삼 9단은 “이세돌 9단의 파상공세를 구리 9단이 잘 막아냈다. 대마 공격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보여주는 바둑”이라고 평했다.

복기하던 자리에서 구리는 “원래는 이세돌 9단에게 지고도 ‘허허’ 하는 편인데 어제는 너무 아까운 바둑을 놓쳐서 괴로웠고 2국을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일 최종 3국은 바둑 자체에 몰입할 생각이다”라고 했다.

▲ 인터뷰에 응하는 구리

이세돌은 “워낙 깨끗하게 완패를 당해서 아쉽지 않다. 1국이 끝나고서 초반에 잘 대비하겠다고 했는데 어제보다 더 안 좋은 내용이 나왔다. 정말 구리 9단은 강하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며 “우승이 아른거려서 그런지 오늘은 어깨가 굳었는데, 내일 3국은 그냥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바둑을 즐길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로써 중간전적 1-1이다. 하루 뒤 13일은 최종국이다. 사이버오로는 최종국을 이영구 9단의 해설과 함께 해설할 예정이다.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이며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다. 한국이 10차례로 최다 우승을 하고 있으며 그 뒤로 중국이 4차례, 일본이 2차례를 기록하고 있다. 제한시간은 2시간에 초읽기 60초 5회로 오전 11시에 대국이 시작, 점심시간 없이 스트레이트로 진행된다.

▲ 패자 인터뷰에 임하는 이세돌.

▲ 2012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열리고 있는 상하이 그랜드센트럴 호텔의 로비.

▲ 대국이 한창이던 때의 중국 검토실.

▲ 현지에는 취재나온 일간지 기자들과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

▲ 대국장 맞은편 홀에서는 공개해설회가 열렸다.

▲ 양재호 한국기원사무총장(왼쪽)과 화쉐밍 중국국가바둑단 매니저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가운데는 통역).

종합/ 이세돌, 대마 공격의 허망함…내일 최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