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대국에서 승리한 구리(오른쪽)이 미소를 짓고 있고, 박정환은 몹시 아쉬워한다. 먼저 대국을 끝냈던 이세돌은 한-중전의 수순을 노트북을 통해 보고 있다.
격투기를 연상케 하는 대국들. 선승한 기사는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이었다.
12일 대전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 3번기 제1국에서 이세돌과 구리가 각각 최철한과 박정환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기대를 모았던 박정환 9단과 구리의 한-중전은 박정환이 90% 승리를 잡았다가 놓쳤다. 초반은 박정환이 외목부터 시작해 신형을 유도했고 구리도 새로운 시도로 반발하면서 접전이 펼쳐졌다. 중반에 들어가서는 박정환이 완연하게 우세해졌고, 특히 좌측의 흑을 잡으러 갈 때는 거의 끝나는 분위기.
그러나 수순을 빠뜨리는 바람에 중앙에 싸발리는 변화를 남겨놓게 되면서 박정환은 돌을 버리고 좌상쪽을 취하는 바꿔치기로 전환했다. 그전보다는 못했지만 여전히 박정환이 우세한 상황. 천천히 끝내기로 갔으면 좋았다. 그러나 박정환은 구리의 우상에 깊숙이 쳐들어 갔다가 오히려 비세에 빠졌다.
박정환은 마지막으로 좌변에서 승부를 걸어갔다. 흑을 잡을 수는 없어도 좌변을 폭파하기만 하면 되는 것. 하지만 구리가 상대해 주지 않자 허사로 돌아갔다. 박정환은 하릴없이 돌을 거두었다.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진 것어서 검토실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세돌과 최철한의 대국도 한-중전 못지 않은 격전이었다. 초반은 최철한이 이세돌을 마구 몰아붙이는 분위기. 우변에서도 최철한이 흑을 제압하면서 최철한의 우세로 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이세돌의 저력은 모두가 잘 알지 못하는 순간에 나오고 있었다. 최철한의 중앙 미생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우변에서 실리 균형을 맞추더니 상중앙 백 대마를 잡아내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예상됐던 대로 두 대국 모두 일류 전투가 가득했다. 박정환과 최철한은 막판에 몰렸지만 탈락한 것은 아니다. 다음날인 13일 하루를 쉬고 14일부터 2국으로 이어진다.
제한시간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지는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이며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다. 한국이 10차례로 최다 우승을 하고 있으며 그 뒤로 중국이 4차례, 일본이 2차례를 기록하고 있다.
▲ 최철한에게 선승한 이세돌(오른쪽).
◈ 201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 3번기 제1국 결과(앞쪽이 승자)
이세돌 vs 최철한 - 이세돌, 175수 흑불계승
구리 vs 박정환 - 구리, 185수 흑불계승
